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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저는 집안 청소를 하다가 우연하게 사진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그 사진을 제 손에 드는 순간, 저도 모르게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우면서 오랫동안 그 사진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사진 촬영일자가 1995년 10월 8일자로 또렷하게 찍혀 있는 그 사진은 지금은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버린 탓에 촬영장소가 어디인지 짐작할 수 없었지만, 지금 중학교 1학년인 아들아이가 4살 때 제 손으로 찍은 사진인 것만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어느 관광지 입구에서 안내도를 살펴보고 있는 남편과 두 손으로 다소곳하게 아빠의 목을 껴안고 행복해 하는 4살난 아들아이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면서, 아들아이에게도 저런 순박한 표정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떠올랐습니다.
추석날 아침이었습니다. 제사음식을 장만하기 위해서 손위 형님과 저는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여러가지 나물을 무치기도 하고, 볶기도 했습니다. 수육도 삶고 탕국도 끓인후 잠시 안방 앞에서 숨을 돌리는 순간, 저는 남편과 아들이 연출하고 있는 한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순간 저는 그 현장을 놓칠세라 후다닥 카메라를 챙겨들고 셔터를 눌렀습니다.
이른 아침 잠에서 깬 아들아이가 아빠의 팔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두 사람이 비록 아무런 말을 나누지 않고 있었지만, 그 어떤 연인들이 나누는 끈끈한 사랑이야기보다, 부자간에 따뜻하고 다정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10년 전,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였던 아이는 아빠의 넓은 품에 안겨 세상의 그 어떤 것도 부럽지 않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이제 그 아이가 어느 결에 사춘기 소년으로 자랐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 자꾸 각박해지고 험난하여 만만치 않다고 사람들은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 아무리 힘이 들어도 아빠의 든든한 팔을 베고 누울 수 있다면 힘들지 않겠죠?
저만큼 앞에서 손을 잡아 이끌어 주는 아빠의 든든한 손이 있다는 것을, 자신을 위해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기를 마다하지 않는 아빠가 있다는 것을 아들아이가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두 남자가 보여주는 뜨거운 애정행각을 옆에서 바라만 보아도 괜히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추석날 아침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