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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에 바라보는 원구단은 정갈하기 그지 없다.
깊어가는 가을에 바라보는 원구단은 정갈하기 그지 없다. ⓒ 박신용철
'문화유산연대'가 지난 4월 '원구단'의 기울어짐과 뒤틀림이 심해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 긴급 안전진단을 통한 보수공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5개월이 경과한 지금에도 아무 변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유산연대'는 지난 9월 11일 현장을 다시 방문했다. 황궁우 계단석은 이미 5㎝ 벌어져 있었다. 지난 7월 11일 현장을 확인했을 당시 2㎝였던 것을 고려하면 훼손이 계속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임시 처방해 놓은 난간석, 계단석 곳곳에서 시멘트가 떨어져 나가고 석고 대리석 계단 일부도 깨져 있었다. 조선호텔 뒤뜰처럼 사용되는 원구단 출입구 계단석에서도 뒤틀림 현상이 확인됐다.

서울시 중구청은 원구단 훼손 문제가 거론되자 지난 6월 29일 '원구단 난간 보수 및 황궁우 신위판 복원 검토 의뢰' 공문을 문화재청에 발송했다. 올해 원구단 유지보수비로 책정된 7000만원을 난간보수와 신위판 복원을 감안해 1억원으로 전환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내년 예산에 원구단 전체의 정밀 안전진단 비용을 책정할지 검토 중이라는 입장일 뿐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문화재청 사적과 권점수씨는 "서울 중구청에서 올해 책정된 예산으로 원구단 난간석 기울어짐 현상에 대해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보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원구단 전체적으로 안전진단을 하고 정비계획을 수립한 후 차근차근 추진해야 한다는 게 문화재청 생각"이라고 밝혔다. 같은 과 남아무개씨 역시 "구조적인 문제는 없지만 기반침하가 있다고 하니 내년에 안전진단을 통해 보존관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계단이 벌어진다고 건물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데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2년 전 대책수립 약속도 어겨

원구단의 난간석, 황궁우의 계단석, 출입문 석재 등 곳곳에서 균열과 뒤틀림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관계부처에서는 예산타령만 일삼고 있다.
원구단의 난간석, 황궁우의 계단석, 출입문 석재 등 곳곳에서 균열과 뒤틀림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관계부처에서는 예산타령만 일삼고 있다. ⓒ 박신용철
ⓒ 박신용철
문화재청은 2003년 조선호텔 측에서 출입문 복원공사를 하면서 원형 복원을 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자 출입문을 원형대로 복원하고 이를 계기로 원구단 보수에 대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종합대책이 수립된 적은 없으며 그 이유에 대해서도 해당 부처간에 무책임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문화재청은 "당시에 중구청에서 원구단 정비계획 예산을 신청하지 않았다"는 입장이고 중구청 측은 "담당자가 인사이동한 후여서 정확한 내용파악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이 원구단의 정밀 안전진단이나 긴급 보수사업에 주저하는 이유가 예산 문제만은 아니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무총리실 복권위원회는 지난해부터 복권 및 복권기금법에 의해 운영되는 복권기금사업에 '문화유산 보전사업'을 중요 신규사업으로 선정해 예산을 배분하고 있다. 기금이 교부되는 문화유산보존사업은 무형문화재 전승지원사업, 문화재 보존 관리사업, 문화재 긴급보수 및 발굴 지원, 북한 문화재 세계유산 등록 사업 등이다.

그런데 문화재청은 지난해 교부받은 복권기금의 상당 부분을 사용하지 않았다. 매장문화재 발굴비 지원사업은 계획액 10억원 중 53%인 5억3천만원이 교부되지 못했으며 문화재 재해대비 긴급보수 사업은 교부액 50억원의 93.3%인 46억6700만원이 이월됐다.

"책임 떠넘기기, 예산 타령만"

광복 60주년을 기념해 중앙정부, 자치단체, 시민단체가 나서 각종 행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고종황제가 근대적 자주국가를 선포했던 원구단을 제대로 돌보는 곳은 없다.
광복 60주년을 기념해 중앙정부, 자치단체, 시민단체가 나서 각종 행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고종황제가 근대적 자주국가를 선포했던 원구단을 제대로 돌보는 곳은 없다. ⓒ 박신용철
국회예산정책처가 올해 8월 발간한 <2004년도 기금결산분석>자료를 보면 "문화재청 복권기금 사업의 집행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문화재청의 일반회계에서 추진되는 국가지정 문화재 보수사업도 국회의 결산과정에서 매년 보조사업자의 집행부진 및 과다 이월의 문제로 지적을 받고 있다"는 내용을 발견할 수 있다.

내년 예산책정까지 기다리지 않고도 복권기금을 통해 정밀 안전진단과 보존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문화정책과 이아무개씨는 "지난해 복권기금 중 긴급보수비 50억원 전액을 지자체에 교부했다"면서 "지자체별로 입찰, 계약, 설계 과정에서 전문가 자문과 문화재위원회심의 절차 등이 있어 다 집행되지 않은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지자체에 책임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김성한 문화유산연대 사무처장은 "원구단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데 그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며 "문화재청과 서울시, 중구청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예산타령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문화유산연대 웹진에 실린 글입니다.
블로그 '신새벽의 새꿈 꾸기(http://blog.naver.com/storyrange)에도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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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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