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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책표지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책표지 ⓒ 리수
전철에서 두 젊은이의 대화.

"아 사람 많아. 짜증나."
"그러게… 오늘따라 웬 노인네들이 이리 많아."
"집근처나 산책다니지 왜들 이리 나와서…."
"노약자석도 부족해서 여기까지 다 차지했네."
"애 데리고 나온 아줌마까지. 킥킥."
"난리났네. 난리났어."

이런 대화. 가정이지만 참 젊은이들이 경우가 없네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물론, 슬며시 웃으며 동의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잘못을 따지기 전에 자신을 돌아보자.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공식적으로는 노인에 대한 예의는 관습과 같아서 노인에 대한 우대와 존경, 보은과 같은 행위는 당연하게 여겨져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전통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혼자 사는 노인이 늘어나고, 끼니를 잇기 위해 보급소에서 나누어주는 밥을 얻기 위해 노숙자와 함께 줄을 선다. 노인정은 모자라고 돈 있는 집의 노인들은 산속 깊은 외딴 곳의 실버타운에 모셔(?)진다. 그들 스스로는 아무것도 못하는 존재다. 외롭고, 비참하고, 나약한 존재. 그것이 노인.

젊은이들은 노인을 무시하고, 이 사회 발전의 걸림돌로 생각하기도 한다. 스스럼 없이 자기는 때 되면 일찍 죽는 것이 좋을 것이라 이야기하기도 한다. 물론 이는 지극히 사적인 자리에서만으로 제한된다. 만약 누군가 대중 앞에 나서서 이런 이야기라도 하면 '개똥녀' 이상으로 파문이 일 것이다. 문득, 지난 총선 때 모당의 의장이 선거지원 때 했던 말이 노인사회에 분노를 일으켜서 나중에 변명과 사과를 늘어놓던 일이 떠오른다.

하지만 현실에서 노인들은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짐덩어리 취급을 당하기도 한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조금씩 변화하는 것이 현실이다. 깊숙히 가두어두고 건드리지 않으면 곪기 십상이다.

정부가 해결해줄 일도 아니고, 사회복지사들이 열심히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스스로가 점차 바뀌어나가야 한다. 지금 현재의 노인들도 그렇고 이제 곧 노인이 될 청장년층의 인식이 바뀔 때 문제해결 방안이 나올 것 아니겠나.

작가는 불우한 어린시절을 겪으면서 일찍 죽음에 대해 사고했다. 그것이 젊은 시절에 바람직한 노인상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게 했고, 그 메모를 모은 것이 <계로록(戒老錄)>이라는 제목의 책이다. 일본과 우리의 문화적 차이도 있겠지만, 80년대 출간된 책이 오늘날의 우리 사회에 던지는 화두는 적지 않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죽음에 관해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이 있는가. 작가는 항상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고 한다. 그러한 생각이 현재의 자신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가르침을 준다는 것. 되는 대로 코앞만 좇아서 사는 사람들에게 삶의 지침을 내려주는 것은 바로 자신의 죽음을 생각해보는 것.

죽음을 생각해 보면서 주변의 노인들에 대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젊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해 볼일이다.

가벼운 메모 형식의 단문들이 모여 이루어진 책이라 쉽게 읽히나, 물음과 지침은 사색의 기회를 주고 있다.

첫째 장에는 자주 씻어라, 젊은이들은 바쁘다, 고로 자신의 몸을 움직여서 일해라, 하지 못할 일들은 건드리지 마라, 외출할 때 짐은 들고 가지 마라, 남들에게 피해만 줄 뿐이다, 예쁘게 하고 다녀라, 노인끼리 사귀어라, 젊은이틈에 낄 생각하지 마라 등의 시시콜콜한 '하지마라'의 잔소리들로 가득 차 있다.

진정으로 노인을 위한 젊은 조언이랄까. 좀 너무하다 싶은 것들도 있지만, 항시 노인들이 지적받는 것들이라 충분히 공감이 간다.

둘째 장에는 더불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당당한 노인이 되는 길인가에 대한 물음과 작가의 생각이 담겨 있다. 돈과 인간관계, 표현과 행동, 애완동물과 기계사용, 연애, 건강관리, 청결 등에 대한 주의와 경계를 적어 놓았다.

셋째 장에서는 죽음을 편안하고 친숙하게 맞을 방법 등을 안내한다. 늘 생각하고, 의지를 가지며, 외로움에 익숙해지고, 죽음을 맞이하는 삶의 자세와 유품정리 등의 소소한 생각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는 빛과 같은 가르침으로 다가온다.

당당하고 씩씩하게 살아라. 이제 완전한 노인이 된 작자의 가르침이다.

마지막 질문,

너, 노인이 되어서도 쿨하게 살 수 있어?

덧붙이는 글 | 이 책은 작가가 41세 때 처음 출판된 이후 51세와 65세 때 수정, 가필하여 새로 출간됐다. 덕분에 저자 서문과 후기도 세 번이나 고스란히 실려 있는 특이함이 돋보인다.  

출판사 리수, 오경순 옮김 / 9,800원

'리더스가이드'에도 기고합니다.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 소노 아야코의 계로록(戒老錄), 개정판

소노 아야코 지음, 오경순 옮김, 리수(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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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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