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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말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석유시추선이 앨러배마주 모빌의 한 교량에 충돌, 연안에 좌초해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엎친 데 덮친 격." 카트리나의 타격으로 입은 궤멸적 피해가 미처 다 복구되기도 전에 이보다 더 막강한 5등급 허리케인 리타가 몰려오자 미국의 석유산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허리케인이 가장 먼저 상륙할 것으로 보이는 멕시코만의 유전 도시 갤버스턴은 소개령이 내려지면서 6만여명에 달하는 주민이 이미 섬을 떠났고, 정유설비 역시 허리케인 상륙 시점에 맞추어 단계적으로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휴스턴 남동쪽 80Km 지점에 위치한 갤버스턴은 1900년 9월 8일에 닥친 허리케인으로 도시 전체가 폐허로 변하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참사를 당한 바 있다. 당시 허리케인으로 무려 7천여명에 달하는 주민이 목숨을 잃었지만 강도는 5등급인 리타에 훨씬 못 미치는 3등급에 불과했다.

▲ 1900년 9월 8일, 갤버스턴을 강타한 허리케인으로 항구에 좌초한 선박
ⓒ 1900Storm.com
메이저 정유사인 발레로의 빌 그리헤이 사장은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카트리나 엄습의 충격으로 아직도 4개의 정유 공장이 가동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리타가 또다시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면 이는 국가적 재앙이 될 것"이라며 크게 우려했다.

멕시코만 일대는 미국 원유생산량의 30%, 천연가스 생산량의 20%를 차지하는 최대의 석유산업지대. 하지만 카트리나 강타 이후 현재 미국 정유설비의 5% 가량이 아직도 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경제분석업체 <글로벌 인사이트>는 허리케인 리타의 내습으로 인해 추가로 약 20% 가량의 설비가 가동이 중단될 것으로 예측했다.

한편 JP모건은 카트리나로 인해 이미 원유 정제량이 하루 2백만 배럴 이상 줄었다고 추정하고, 당초 연말까지 2달 정도의 복구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리타가 또다시 엄습함에 따라 언제 복구가 완료될지 불투명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당장 석유값이 들먹거리고 있다. 엑손모빌, 셰브론, 코노코필립스 등 주요 정유사들이 멕시코만 현장의 직원들에게 대피명령을 내린 가운데 어제 뉴욕 시장에서 서부텍사스 중질유는 배럴당 1.45달러가 오른 67.65달러에 거래됐으며, 휘발유 값 역시 10월 공급분 기준으로 갤런당 14센트가 오른 2.12 달러를 기록중이다.

연이은 허리케인 강타로 유가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에도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IMF의 고위경제분석가는 유가 상승으로 "분명하고도 현존하는" 위협이 존재한다고 지적하고 고유가가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인플레이션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그러나 어제 발표한 하반기 세계경제 예측보고서에서 고유가에 따른 성장둔화효과가 "놀라울 정도로 제한적"이었다고 지적하고, 향후 세계경제에 대한 위험요소 역시 하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지나친 우려를 자제할 것을 주문했다.

카트리나 학습효과로 미국 정부가 유례가 없는 준비태세를 보이면서 인명피해는 적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멕시코만에 버려진 석유시추선, 파이프라인, 하역설비 등은 리타의 직격타를 피해갈 도리가 없어 세계경제의 주름살이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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