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철에 강도 5등급짜리 허리케인이 두 번씩이나 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카트리나 사망자에 대한 시신 수습조차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시 강도 5의 초특급 허리케인 리타가 몰려오자 지구에 정말 심각한 기상이변이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초강력 태풍의 원흉인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온실가스가 지목되면서 지구상 최대의 이산화탄소 배출국가이면서도 교토의정서(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관한 의정서) 비준을 거부하고 있는 미국에 비난의 화살이 몰리고 있다.
부시의 반환경정책이 석유 메이저들에게 피해?
미국의 허리케인 연구가인 케리 에마뉴엘이 풍속과 지속 기간으로 측정한 결과, 허리케인의 강도가 지난 30년간 1.7배 이상 강력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하고 있다.
허리케인의 강도를 결정하는 데는 수백 가지의 요인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해수면의 온도라는 것이 학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지구 해수면의 온도는 약 1도 가량 올라갔고 강도 4~5도 규모인 초 강력 태풍의 발생 빈도 역시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지구온난화의 또 다른 효과인 해수면 상승 역시 자연재난의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100년까지 지구해수면이 최소한 1미터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뉴올리언스가 카트리나에 특히 취약했던 원인으로 바로 해수면 상승이 지목되고 있는 것.
거듭되는 허리케인 피해로 천문학적인 보험료 청구액을 감당하기 어려운 재보험사들이 멕시코만 지역에 한해 보험 가입을 기피할 지 모른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형편이어서 이 지역에 밀집된 석유 메이저들은 지금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
결국 온실가스 감축에 소극적인 부시 대통령의 환경정책이 부시 정부의 최대 원군 중 하나인 석유 메이저들에게 허리케인의 피해를 입히는 원인으로 입증된다면 이보다 더한 아이러니가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해 호주의 녹색당 당수 봅 브라운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은 그가 선택한 정책으로 환경 및 사회 비용뿐 아니라 막대한 경제적 대가 또한 치르고 있는 중"이라며 카트리나 참사가 결국 부시 정부의 자업자득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호주는 미국과 함께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하고 있는 유일한 선진국 중 하나다.
스웨덴의 칼 구스타프 국왕 역시 "지구의 기후가 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며 우리 모두 이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미국의 허리케인 재앙은 우리의 안이한 자세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부시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부시 행정부는 교토의정서가 미국경제에 막대한 부담을 지운다며 비준을 거부하는 대신 유럽에 대항해 청정 에너지 기술의 개발을 대안으로 내세우며 한국, 중국, 일본, 호주, 인도 등과 연대를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반환경정책과 지구온난화 인과관계 입증 어려워
유럽을 중심으로 카트리나 부시 책임론이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대서양 건너 미국의 정서는 이와는 크게 동떨어져 있다.
허리케인이 갈수록 강력해지는 것과 지구온난화 사이에 상관 관계가 높다는 주장에 동조하는 의견도 의회 내에 일부 있지만 공화당의 피트 도미니치 상원 의원은 "환경을 무시하는 미국은 카트리나 참사를 당해 싸다는 식의 유럽의 반응에 치를 떨었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 주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79%에 달하는 미국인이 향후 10년간 인류의 가장 중대한 위협 중 하나로 지구온난화를 꼽았지만, 유럽인에 비해서는 테러와 이슬람 과격주의, 대량살상무기 등에 더 큰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시 정부의 반환경 정책과 카트리나 참사와의 직접적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입증하기는 어려운 형편이어서 당장 허리케인이 미국 정가에서 부시 정부의 환경정책을 공격하는 정치적 쟁점으로 등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