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것은 각종 크고 작은 국제대회 유치를 독식하기 위한 작은 시련에 불과했다. 이후 중국은 2001년 7월에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02년 12월에 2010년 상하이세계해양박람회 유치에 성공한 데 이어 2004년 7월에는 2010년 광저우(廣州)아시안게임 유치권도 따냈다. 또 2007년 창춘(長春)동계아시안게임 유치를 앞두고 있으며, 2018년 동계올림픽에 헤이롱장(黑龍江)성의 하얼빈도 유치신청을 할 전망이다.
이밖에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위원회 총회와 미스월드 선발대회, 심지어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까지도 줄줄이 중국에서 열리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우리는 여수가 2010년 해양엑스포개최권을 상하이에 넘겨줘야 했고 고구려문화유산은 국제적으로 중국의 것으로 공인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중국이 각종 국제대회의 블랙홀로 떠오르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거대시장을 앞세운 중국이 급성장하며 국가적 위상이 높아진 것이 가장 주요한 원인이다. 여기에 유럽 선진국이 독식하던 대회를 형평에 맞게 분산개최하자는 목소리가 맞물리면서 중국은 국제대회 유치의 겹경사를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유치권 경쟁에서 보여주는 중국의 막강한 정부지원과 자금력이다. 2010년 국제박람회 유치전이 벌어질 때도 중국은 개발도상국에게는 전폭적인 무상 경제원조를, 선진국에게는 거대시장을 은근히 과시하며 시장개방을 무기로 표를 끌어 모았다. 지방정부 차원의 지원으로 그나마 지역이기주의에 분열된 힘으로 유치 경쟁에 뛰어드는 우리로서는 중국이 버거운 상대가 될 수밖에 없다.
1993년 9월 23일의 유치실패의 아픈 경험을 2001년 7월 13일의 유치성공으로 바꾸어 놓기까지, '초상집 분위기'의 베이징을 '춤추는' 베이징으로 탈바꿈시키기까지 중국정부가 얼마나 많은 외교적 정성과 노력을 기울였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인권상황이나 각종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고, 그것을 이유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려오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중국은 스스로의 약점을 시장의 매력이나 발전 잠재력 등으로 메워가면서 자신들이 상정한 목표를 달성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88올림픽과 2002월드컵을 통해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를 알리고 국민통합과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던 것처럼 중국의 각종 국제대회 개최는 중국인들의 시민의식을 제고시키고 부족한 사회 간접시설을 확충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또한 상당 액수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해내며 고성장을 거듭하는 중국에게 또 다른 성장엔진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앞으로도 각종 국제대회 유치에 뛰어들 것이고 중국이 뛰어든 유치 경쟁에서 중국의 거대시장을 공략해야 하는 세계 각국들이 중국에게 반대표를 던지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는 당분간은 더 지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덧붙이는 글 | [데일리차이나]는 그날 그날의 중국 근현대 소사(小史)를 전하며 중국 역사 속의 오늘의 의미를 되새겨 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국정넷포터에도 함께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