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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현장 속으로 뛰어들어 부딪혀야 문제도 보이고 답도 쉽게 얻을 수 있는 법이다.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여기 2개월 현장 취재를 통해 수도권 임대주택 10여 곳을 둘러보고 입주민, 관리소 직원 등 40여명을 만나 생생한 기록을 담은 보고서가 있다.

"생계용 차량도 많다. 연봉 1000만원이라고 해도 차는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느냐. 야간에는 소방차량 진입이 어려울 정도로 주차난이 심각하다."

인천 삼산 영구임대주택관리소 박아무개 소장은 임대주택단지 내 주차난의 심각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 아파트에는 1764세대가 살고 있지만 정식 주차 공간은 305대 분만 확보돼 있다. 6세대당 자동차 1대 꼴이다.

영구임대아파트 단지의 주차난은 삼산 아파트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국적으로 영구임대주택 126개 단지 14만78세대의 주차 면수는 3만944면으로 세대 당 0.22대 주차만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영구임대주택의 주차 공간이 부족한 이유는 뭘까?

주공은 "90년대 초반 영구임대주택이 지어질 당시 차를 가진 사람이 없어 주차장에 대한 고려도 없었고, 법적 기준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위의 내용은 국회 건교위 소속 이낙연 민주당 의원(전남 함평·영광) 국정감사 참고자료 '2개월 현장 취재, 수도권 임대주택 실태보고'에 소개돼 있다.

이낙연 의원은 현장 보고서를 낸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지만, 2가구 중 1가구는 내집이 없다. 전국의 집값은 5년 전에 비해 60.2%올랐고 서울은 82.7%나 폭등했다. 서민들의 내집 마련의 꿈은 멀어지고 있다. 서민들이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의 하나가 양질의 임대주택이다. 그런 생각으로 임대 주택들을 찾아 현장을 취재했다."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애로사항은 무엇인지,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어떤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지는 알고 싶다면 이 보고서를 살펴보면 된다. 특히 이 보고서는 가장 오랜 임대주택으로, 기초생활수급자 등 영세민들이 거주하는 영구임대주택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이낙연 의원은 "보좌관에게 영구임대 주택에 살고 있는 주민의 방안에 직접 들어가 보고, 표정까지 살피고 오라고 주문했다"며 수도권 임대주택 실태 보고서가 탄생한 배경을 설명했다.

영구임대 구조는 왜 똑같지?

이낙연 의원, 르포 전문?
매년 현장 보고서 제출하는 이유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국정감사 때 마다 현장 르포를 보고서로 제출한다. 르포 전문 의원인 셈이다. 현장 보고서는 딱딱한 문체가 아니라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어 생생하다는 게 큰 장점이다.

이 의원이 매년 르포를 제출하는 배경은 동아일보 기자 출신이라는 전직이 크게 작용했다.

이낙연 의원은 16대 국회 산자위 소속 시절에는 전남 영광, 경남 고리, 경북 울진의 원자력발전소를 직접 방문한 인터뷰와 사진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아 눈길을 끌었으며, 지난해에는 '고속철도 개선을 위한 현장보고-KTX를 타보니'라는 현장 보고서를 발표했다.

당시 이낙연 의원은 매주 KTX를 타면서 느꼈던 문제점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보좌관들에게 "KTX 나사까지 세어오라"며 강도 높은 주문을 했다.

이낙연 의원은 매년 국감에서 르포를 제출하는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정부가 정책을 만들 때 필요한 것은 딱딱한 전문가의 의견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영구임대주택 14만78세대의 면적(전용면적기준 7.9~12평)의 차이는 있지만 구조는 방 2개(거실 겸 방 포함), 주방 1개, 욕실 1개로 똑같다. 이로 인해 만 8세가 넘는 성별이 다른 자녀가 있을 경우 거주하기가 부적절하다고 소개했다.

실제 한 입주민은 "아들과 딸 4명이 살고 있는데 방이 두 개밖에 없어 고등학교 다니는 아들과 부부가 한방에서 살고 있다"면서 불편함을 호소했다고 한다.

영구임대주택 가운데 1인 가구가 25%에 불과한 점을 감안할 때 가구원 수나 세대 구성에 따른 다양한 구조의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게 이 의원의 제안이다.

보고서에서는 영구임대 아파트 주민들이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민원이 '도배와 장판 교체'라는 사실을 지적해 놓았다.

서울지역 영구임대단지 내 관리소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입주자에게 미안해 죽겠다. 싱크대를 10년 이상 쓰는 집이 어디 있느냐. 내부 주거환경이 말이 아니다. 밝은 곳에서 밝은 웃음이 나온다고 하는데…."

싱크대 문이 떨어져나가고 벽지와 장판이 시커멓게 변해도 교체가 불가능한 것은 시설물 교체주기가 10년 이상으로 법에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법의 합리적인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2005년 6월 현재 주공이 관리하는 영구임대와 국민임대주택의 25.9%인 19만5324세대가 임대료를 체납하고 있으며, 금액으로 따지면 506억7800만원에 이른다. 불황이 길어지고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이 때문에 연체한 일부 입주자들은 쫓겨날까 두려워 화장실과 부엌시설 등이 고장나도 수리조차 신청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적 노력이 필요할까. 이낙연 의원은 사회 안정망이 촘촘하게 마련돼야 한다는 제안과 함께 주공의 일률적인 5% 임대료 인상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2003년과 2004년 물가상승률이 각각 3.6%에 불과했지만, 주공은 이보다 높은 임대료 5%를 일률적으로 인상하면서 141억9007만원을 과다 징수했다는 것이다.

이낙연 의원은 이뿐 아니라 부도임대아파트, 불법 거래되는 공공임대주택의 문제를 거론하며 국민주택기금 운영과 임차권 심사요건 강화를 제안했다.

이 의원은 무늬만 임대아파트인 경기도 용인 죽전 민간 임대아파트 예를 들어 5년짜리 공공 임대아파트의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추병직 건교부 장관은 21일 국감에서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정부, 임대주택 짓기만 하고 관리는 뒷전"

정부는 2000년 이후 13차례나 임대주택 정책을 발표했지만 임대주택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한 차례도 없었다는 게 이낙연 의원의 지적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영구임대주택은 2005년 4월을 기준으로 6만1730명의 입주희망자가 대기중이지만, 국민임대주택은 수요가 남아 분양 중인 1만8653세대 가운데 34%인 6298세대가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다. 국민임대주택 10채 가운데 3채는 미분양 상태라는 이야기다. 국민임대 100만호 건설에만 몰두한 결과다.

이낙연 의원은 어느 영구임대 입주자의 말을 빌어 정부 정책의 방향을 제시했다.

"정부는 임대주택을 짓는 데에만 신경을 쓰고 관리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제라도 임대주택 정책을 입주자 입장에서 마련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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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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