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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원
땅콩 캐는 일은 고구마처럼 힘이 많이 드는 건 아닙니다. 모래땅에서도 잘 자라는 것이 땅콩이라 호미질은 시늉만 하고 줄기 잡고 힘을 주면 쑤욱 뽑혀 올라옵니다. 뽑혀 올라오다가 뿌리에서 떨어져 흙 속에 남아 있는 것들은 호미로 흙을 살살 걷어내면 금방 찾아낼 수 있습니다.

장모님 말씀대로 싹이 난 땅콩이 꽤 많았습니다. 땅 속에서 뿌리에 매달린 채로 싹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땅콩 껍질을 가를 정도로 작은 싹도 있었지만 껍질을 완전히 깨고 나와 파르스름한 새순이 돋을 정도로 자란 싹도 있었습니다.

ⓒ 이기원
장모님이 아시면 섭섭하다 하실 일이지만, 싹이 난 땅콩을 보며 신기하다는 느낌이 먼저 듭니다. 땅콩도 콩이라고 콩나물처럼 가늘고 연한 싹이 날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굵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곧게 뻗은 녀석도 있고, 동그랗게 굽은 녀석도 있습니다. 꽃 피고 새 우는 봄도 아닌데 여기저기에서 싹이 돋아 자라고 있습니다.

장모님 마음도 헤아리지 못하고 뽑아 올린 땅콩 싹을 신기한 듯 바라보는 사위나, 때도 모르고 여기저기 싹을 틔운 땅콩이란 녀석이나 철부지이긴 마찬가지입니다.

ⓒ 이기원
철부지 사위라도 장모님은 고맙다고 하십니다. 늙은이 혼자 하면 사흘 꼬박 걸릴 일인데, 자네가 와서 하루 만에 다 끝냈다고 좋아하십니다. 때깔 고운 고구마 한 박스와 잘 여문 땅콩 반 자루를 트렁크에 실어주시며 장모님은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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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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