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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캠프 코이너 부지 중 남단 터 일원에 설치된 미군용 바비큐 그릴 시설. 간이 건축물 하단부에 문화재 일부인  '유구'를 사용한 것을 알수 있다. 미군은 덕수궁터 미대사관 문제나 기지 내 문화재 문제를 지적하면 자국법에 따라 잘 조치하고 있다고 강변해 왔다(김재윤 의원실 제공).
용산 캠프 코이너 부지 중 남단 터 일원에 설치된 미군용 바비큐 그릴 시설. 간이 건축물 하단부에 문화재 일부인 '유구'를 사용한 것을 알수 있다. 미군은 덕수궁터 미대사관 문제나 기지 내 문화재 문제를 지적하면 자국법에 따라 잘 조치하고 있다고 강변해 왔다(김재윤 의원실 제공).
국립문화재연구소 유적조사연구실은 보고서에서 "용산 캠프 코이너 동남부에 위치한 소구릉이 조선 시대 제천 행사를 거행하던 남단(南壇) 자리로 거론되는 지역 중 하나일 가능성이 있으나 현재 구릉의 대부분에 건물이 들어서 있어 더 이상의 흔적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유적연구실은 "S1053건물 앞(소구릉의 서남단) 한 귀퉁이에 바비큐 그릴로 이용되고 있는 간이 시설물 중 일부에서 건축용 부재로 추정되는, 치석된(일부 가공된) 석재가 6매 확인되었다"며 "이 석재는 주변에 산재했던 것을 모아서 간이 시설물의 하부 기초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특히 유적연구실은 "치석된 석재가 모여 있는 남동부의 소구릉 지역은 조선 시대 제천 행사를 거행했던 '남단' 자리로 추정되는 곳의 하나이므로 가급적 설계시 소구릉지역의 현상을 보존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사료된다"면서 "부득이한 경우 공사 전 시굴 등 확인 조사가 요망된다"고 밝혔다.

'남단'은 국가의 안전, 중농의 기원 등 국태민안(國泰民安)을 빌기 위해 명산(名山), 대천(大川), 대해(大海)을 정해 단을 만든 다음에 국가에서 제사를 지내던 곳을 말한다. 남단은 조선 태조 때 만들어졌고 1897년 고종 황제가 아관파천 이후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바꾸고 현재 서울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구 남별궁 터에 원구단을 새로 만들어 근대적 자주독립국가를 공식화한 것과 맥이 닿아 있는 중요한 장소다.

국립문화재연구소 한 관계자도 "용산 캠프 코이너 부지가 남단 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왕이 직접 와서 기우제 등을 많이 지내던 곳으로 민심이 좋지 않을 때 나름대로 상당한 의미가 있던 곳"이라고 강조했다.

용산 캠프 코이너에 남단 터가 있다는 주장을 처음 제기한 것은 2000년 일본 덴리대 조선학과 히라키 마코토 교수가 학술지 <조선학보>에 발표한 논문 '조선후기 환구단 제사에 대하여'에서였다. 논문에서 마코토 교수는 "(용산 캠프 코이너 일대가) 틀림 없이 남단이 설치되어 있었던 위치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자국법에 따라 문화재 보호" 미대사관 대응 주목

크리스토퍼 힐 미국부 동아태차관보(전 주한미대사)는 지난 1월 21일 <시민의신문> 초청 토론회에서 '대사관의 캠프 코이너 이전시 국내법인 문화재보호법을 준수할 의사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한국 정부와 함께 조사를 해서 유물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유물을 발견한다면 관행이나 법에 따라 행동할 것은 약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애초 미대사관측은 서울시 중구 정동 옛 경운궁(덕수궁 터)에 외교복합단지를 신축하려 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미 대사관 신축 예정지가 조선 궁궐 중 태조와 4대 왕들의 어진을 모신 선원전과 왕과 왕비의 혼전인 흥덕전 등의 신성한 공간이었다며 보존해야 한다고 맞섰고 결국 한미 양국은 용산 캠프 코이너로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월 21일 문화재위원회 합동분과회의에서 경운궁 터 보존 결정과 함께 대체지인 용산 캠프 코이너에 대한 사전 지표조사 실시 권고에 따른 것이다.

용산 캠프 코이너는 총 6만7200평으로 2만4천평은 미대사관 대체부지로 제공되고 나머지는 용산협정에 의해 한국 측으로 반환된다. 미대사관 측은 2012년까지 대사관, 부사대사 관저, 125가구의 직원숙소, 행정시설 등 대규모 외교타운을 조성할 계획이다.

김성한 문화유산연대 사무처장은 "미대사관 대체 이전지가 조선 시대의 중요한 제단인 남단 터로 유력시되는 만큼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차관보가 약속했던 것처럼 남단 터를 발굴 조사하고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이는 글 | 문화유산연대 웹진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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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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