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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테야마 해군기지로 돌아오는 자위대 헬기
다테야마 해군기지로 돌아오는 자위대 헬기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04년 8월 "향후 10년간 아시아와 유럽을 중심으로 6만~7만 명의 해외주둔 미군을 감축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라 주한미군은 2008년까지 1만 2500명을 감축하고, 독일주둔 미군도 이르면 2006년부터 약 3만명이 미 본토로 철수하게 된다.

그러나 급물살을 타고 있는 주일미군 재편 논의에서 주일미군은 오히려 증강될 전망이다.

GPR은 단순히 해외주둔미군의 '몸집'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테러와 분쟁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최첨단 '신속기동군'으로 해외주둔 미군을 재편한다는 구상이다.

미국은 군 기동성을 높이기 위해 IT기술과 융합된 최첨단 장비와 무기로 무장하고, 기동성이 떨어지는 육군병력은 감축하되 해군과 공군을 증강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해외 원정작전'에 주로 투입되는 미 해병원정군을 중심으로 구성된 주일미군의 위상과 중요도가 더욱 증대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GPR 구상은 해외미군 기지를 그 역할과 기능에 따라 ▲전력투사근거지(PPH) ▲주요작전기지(MOB) ▲전진작전거점(FOS) ▲안보협력대상지역(CSL)로 구분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주일미군 기지는 대규모 부대와 장비를 항구적으로 배치하고 세계각지에 투입할 수 있는 '전력투사근거지'로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주일미군 재편이 미국의 의도대로 이루어진다면 주일미군은 아시아태평양지역, 멀게는 중동지역까지 관할하는 미군의 전략적 '허브기지'로서의 기능을 담당하게 될 전망이다.

자위대와 주일미군 기지 공동사용... '미일 군사적 일체화' 가속도

주일미군 재편의 또 다른 목적은 자위대와 주일미군 기지 공동사용 등을 통해 양국의 '군사적 일체화'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런 미일양국의 군사적 협력 긴밀화는 GPR의 목적과도 합치되는 것이다.

미일 양국정부는 26일 육상자위대가 기동운용부대와 각종 전문부대를 일원적으로 관리하도록 오는 2006년 자마 기지에 '중앙즉응집단'을 신설하기로 했다. 미 육군 제1군단사령부를 개편한 주일미군 거점사령부(UEX)도 자마 기지로 이전하는 것이 사실상 합의된 상태다.

육상자위대와 미 육군이 이 기지를 공동사용하게 되면 병력운용과 작전 면에서의 정보공유가 활발해져 미일 '군사적 일체화'가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자마 기지 이전은 주한미군의 위상과 한반도 유사시 지휘권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신문>은 26일 "미군 거점사령부가 한반도 유사시 작전 지휘권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요코타 기지에 항공총대사령부가 이전하게 되면, 항공자위대와 미 해군도 기지를 공동으로 사용하게 된다.

도쿄도 소재 요코타 기지
도쿄도 소재 요코타 기지
<교도통신>은 25일 요코타 기지에 2009년까지 미사일방위(MD)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미일 공동통합작전센터'를 신설할 방침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작전센터 신설의 표면적 목적은 미사일 탐지와 지휘사령 기능 강화이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미일 공군병력 통합운용과 더불어 MD 시스템을 통합운영함으로써 미일 양국의 군사적 일체화를 더욱 공고히 하려고 하는 것이다.

해상자위대와 미 해군은 이미 2002년 9.11 테러 이후 주일미군 사세보 기지를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국내에서는 "미일 군사적 일체화로 자위대의 역할이 증대되면 미일관계에서 일본의 입장이 강화될 수 있지만, 미국의 군사적 행동에 일본이 휘말릴 위험도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걸프전 당시 일본의 사전협의 없이 해병대와 항공모함 등을 일본기지에서 차출했고, 아프가니스탄 공격과 이라크 공격에도 요코스카 기지에 주둔하고 있는 제 7함대와 해병대, 미사와 기지와 가데나 미 공군기지의 공군기 등을 파견했다.

미일안보조약과 평화헌법이 주일미군 재편에 '브레이크'

속도를 높이고 있는 주일미군 재편 논의에 미일안보조약이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미일안보조약 제 6조는 '일본의 안전과 극동지역의 평화와 안전유지'라는 이른바 '극동조항'으로 주일미군 주둔 목적을 규정하고 있다. 극동 지역의 범위에 대해서는 '필리핀 이북과 일본, 그리고 일본의 주변지역'이라고 해석한 '1960년 정부 통일견해'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주일미군의 관할지역을 아시아에서 중동, 아프리카, 발칸반도까지 확대하려는 주일미군 재편계획은 분명 미일안보조약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이에 민주당과 사민당 등 일본 야당이 미 육군 제1군단사령부 자마 기지 이전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주일미군 재편은 일본의 군사력 보유와 무력 행사를 금하고, 집단적 자위권 행사도 인정하고 있지 않은 현행 평화헌법과도 충돌된다.

미국 고위관료들이 시시때때로 평화헌법 개정과 집단적 자위권 인정을 일본 측에 종용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의 대만침공이나 북한의 핵위협 등의 사태가 발생한 경우 자위대와 주일미군을 함께 동원하여 비용과 위험을 분담하고자 하는 미국의 전략에 현행헌법의 '집단적 자위권 금지'가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미 국방부의 일본담당부장인 존 힐은 최근 한 심포지엄에서 주일미군재편과 관련, "집단적 자위권이 헌법상 허용되는지에 대한 논의는 어리석은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9.11 총선으로 '맘모스 여당'으로 거듭난 자민당의 헌법개정 움직임과 주일미군 재편 협의 본격화가 맞물려 집단적 자위권 용인에 대한 압력이 증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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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뉴스 국제부에서 일본관련및 일본어판 준비를 맡게 되었습니다. 일본에서 1998년부터 2000년까지 2년간 채류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 대학원 한일 통번역을 전공하였습니다. 현재는 휴학중입니다만, 앞으로 일본과 한국간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는 기사를 독자들과 공유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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