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뚝버섯이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세상에 나온 지 서너 시간 밖에 안 된 따끈따끈한 버섯입니다.
야구공 같이 생긴 유균에서 자실체를 미리 발달시켰다가 빼꼼이 머리를 내밉니다. 이 녀석이 나온다는 건 포자가 충분히 여물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알 속에서 보름에서 한달 가량 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애를 태우거든요.
어떤 때는 미처 세상 빛을 보기도 전에 달팽이가 먹어 버립니다. 냄새 나는 거므스름한 소스를 듬뿍 묻혀 두었거든요. 곤충들이 좋아해서 말뚝버섯을 먹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들기 위해서지요. 달팽이는 팽이 못지 않은 버섯마니아거든요.
그래도 뭐 까짓거 걱정 없습니다. 포자는 이미 성숙해 있으니까 지가 아무리 나를 야금야금 먹었기로서니 배설을 않고 살 재주는 없을 터이고, 배설한 장소가 곧 말뚝버섯 후손들의 삶의 터전이 될 것이니까요.
가끔씩 버섯의 포자가 채 성숙하기 전에 다른 버섯균에 의해 기생을 당하기도 합니다. 병이 드는 거지요. 맥없이 양분을 먹히우고 썩는 냄새를 피우며 쓸쓸히 사라져갈 밖에요.
다리에 포자를 잔뜩 묻힌 파리는 어딘가로 날아가서 말뚝버섯의 후손을 퍼트리는 역할을 충실히 해줄 겁니다. 그러면서 이 한 몸 기꺼이 희생하는 것도 아쉬울 게 없습니다. 어쩌다 나무에 거꾸로 달린 채 태어나게 된 말뚝버섯이지만 어차피 몇 시간 후면 다시 자연속으로 녹어들어갈 테니까요.
외양의 아름다움은 언제나 순간일 뿐, 무릇 생명을 가진 것들의 아름다움이란 아쉬움을 남기는 그 유한함 때문이 아닐까요?
덧붙이는 글 | 제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같이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