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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소방항공대 산악구조 모습.
서울소방항공대 산악구조 모습. ⓒ 관악소방서 제공
"뭐야, 또 출동이야? 오늘 왜 이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지난 28일 방문한 서울시소방항공대는 무척이나 분주했다. 총 4회 출동. 항공대 관계자들은 평소 한두 차례 출동하던 것에 비하면 매우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끔 하늘위로 소방헬기가 지나가는 걸 볼 수 있는데 이들이 그 주인공이다. 소방항공대는 헬기를 이용해 인명구조, 산불진화, 방역방제, 사진촬영, 동물구조, 응급환자 와 장기이송, VIP수송 등을 담당한다.

서울시소방항공대는 김포공항 내에 자리하고 있어 보안과 통제가 철저했다. 신분증을 맡기고 항공대로 들어가는 내게 김동면 행정주임은 "이 곳은 지도에도 나타나지 않는 곳"이라며 괜한 겁(?)까지 주었다.

독수리 5형제 출동이요!

서울시소방항공대 대원들 모습.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최만익 조종사, 김성재 항공반장, 최해종 조종사, 정우상 구조반장, 김동면 행정주임, 권순철 정비반장.
서울시소방항공대 대원들 모습.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최만익 조종사, 김성재 항공반장, 최해종 조종사, 정우상 구조반장, 김동면 행정주임, 권순철 정비반장. ⓒ 최육상
소방항공대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나는 인명구조를 담당하는 업무 특성상 체력 좋은 20~30대 젊은 청년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날 만난 대원은 모두 마흔 살부터 쉰 두 살까지의 중년 '비행남성'들이었다.

임우택 소방항공대장.
임우택 소방항공대장. ⓒ 최육상
임우택 항공대장은 대원들의 연령이 높은 이유를 "소방대원은 기본적으로 병역을 마친 사람 중에서 선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 대장은 "소방대원은 어리다 해도 20대 후반"이라며 "더욱이 소방항공대는 헬기를 타고 긴급 상황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훈련을 거쳐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30대 중반을 훌쩍 넘기게 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소방항공대는 조종사 6명, 정비사 6명, 구조대원 9명 등 구조 활동을 직접 수행하는 21명과 이들을 측면에서 지원하는 행정요원 4명, 이렇게 총 25명으로 구성됐다.

구조를 위해 출동하는 헬기에는 조종사 2명, 구조대원 2명, 정비사 1명 등 5명이 한조를 이뤄 탑승한다. 소방항공대의 독수리 5형제인 셈. 헬기 정비를 담당하는 권순철 정비반장(45)은 "언제나 촌각을 다투는 위급한 상황과 위험한 환경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5인 1조의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헬기는 소음이 굉장하기 때문에 비행할 때 헤드폰을 착용하지 않으면 대화가 불가능하다. 대원들은 경우에 따라서 손짓, 발짓과 수화를 동원하는데 이제는 상대방의 눈빛만 봐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주로 산악지대에서 구조 활동을 펼치기 때문에 늘 위험에 노출돼 있는 대원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서로 믿음과 신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임우택 항공대장은 "최근 인명구조요청은 20% 정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주5일제 근무로 여가활동이 많아졌고 휴대전화 보급 증가로 신고가 수월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소방항공대는 접근하기 어렵거나, 긴급 구조가 필요한 경우 어디든 출동한다.
서울소방항공대는 접근하기 어렵거나, 긴급 구조가 필요한 경우 어디든 출동한다. ⓒ 관악소방서 제공
소방헬기가 접근하면 사진 찍지 말고 피하세요

헬기 조종은 긴급 구조 활동 시 자동비행이 불가능해 항상 손과 발을 이용 수동으로 조작해야 한다. 때문에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유지하기 위해 대기상태에서도 늘 체력단련에 힘쓴다고. 또 대원들은 한달에 한번씩 산에 오르는데 이는 산악구조에 대비해 지형을 익히기 위함이다.

항공대 헬기는 구조요청을 받은 후 7-8분 이내에 출발하는데 이 시간은 시동, 비행협조 및 관제절차를 수행하는데 소요된다. 서울지역의 경우 헬기 이륙 후 사고 현장까지 가는데 5-10분 정도가 걸린다. 의식을 잃거나 호흡이 멈춘 응급환자들의 경우 4분에서 6분 이내에 생사가 판가름 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변 사람들의 응급처치가 매우 중요하다. 최해종 조종사(49)는 이 대목에서 단호하게 주문했다.

"응급환자의 생사는 주변 사람들의 응급처치에 달려 있다. 또한 1차 부상 후 잘못된 조치는 2차, 3차 부상으로 이어져 더 큰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사람들이 심폐소생술 등 기본적인 응급조치와 구조요령 등을 습득하고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

최만익 조종사(48)는 "산악 사고는 거의 같은 지점에서 계속 발생한다"고 지적하며 "향로봉, 승가봉, 인수봉, 백운대, 수락산 깔딱고개, 관악산 마당바위 등 사고가 빈번한 곳은 이제 다 외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등산객들이 등산로가 아니라는 푯말을 비롯해 주의사항을 잘 따라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 김성재 항공반장(52)은 "산에서 소방헬기가 구조활동을 위해 접근하면 환자를 제외한 사람들은 자리를 빨리 피해 달라"고 당부한다. 방송장비와 사이렌을 동원해 안내를 하지만 구경꾼들 때문에 접근이 쉽지 않다는 것. 특히 헬기를 구경하거나 절벽에 걸터앉아 헬기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는데, 환자의 생사를 생각한다면 1분, 1초가 아쉬울 뿐이라고.

김 반장은 이어 "심지어 등산객이 소방헬기가 먼지바람을 일으켜 식사를 방해했다며 민원을 제기한 일도 있었다"며 "산악지대에서 힘들게 구조활동을 하는 대원들에게 피해를 봤다고 이의 제기를 하는 민원인을 볼 때는 힘이 빠진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원들은 거짓 화재 신고 같은 장난 구조요청 전화는 없느냐는 질문에 "이제껏 장난전화는 단 한 건도 없었다"며 "아마도 자연 속에서는 인간도 자연의 일부가 돼 선해지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1980년 서울시소방항공대 창설 역사와 함께 했던 25년된 헬기. 얼마 전 퇴역식을 하고 소방박물관으로 옮겨갈 운명에 놓여 있다.
1980년 서울시소방항공대 창설 역사와 함께 했던 25년된 헬기. 얼마 전 퇴역식을 하고 소방박물관으로 옮겨갈 운명에 놓여 있다. ⓒ 최육상
헬기가 울 땐 아찔하다

인명구조가 항공대원들의 주 업무이지만, 이를 담당하는 대원들도 위험에 노출돼있긴 마찬가지다. 산악지대에서 구조를 하다 보면 절벽에서 1m 정도까지 접근하게 되는데, 그 때 잠시 현기증이라도 나면 바로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특히 헬기 추락사고 소식은 매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최해종 조종사는 "인명구조 활동보다 매년 4번 정도 진행하는 농약살포 도중에 일어나는 사고가 많다"고 설명했다. 농약을 살포할 때면 저공비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사고 위험에 많이 노출된다는 것이다.

실제 이들에게도 아찔한 순간들이 적지 않았다. 권순철 정비반장은 여러 비행경로 중에서도 특히 계곡 사이가 어렵다고 말한다. 그는 "봄, 가을에 계곡을 타고 넘는 바람이 일 때 우리끼리 '헬기가 운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솔직히 그럴 때면 인명구조를 포기했으면 하는 생각을 가끔씩 한다"며 헬기 운항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해종 조종사는 "비행 경력이 27년이지만 아찔했던 순간은 없었다"면서도 "산악구조 등을 위해 제자리비행을 할 때 뒤에서 바람이 불거나 기상 악화로 먹구름 주변으로 접근해야 하는 경우에는 겨드랑이에서 땀이 난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군대에서 헬기조종과 정비 등의 경력을 쌓고 온 베테랑들이어서 위기상황 대처에 유연하다. 실제 김성재 항공반장은 30년, 최해종ㆍ최만익 조종사는 27년, 권순철 정비반장은 24년, 정우상 구조반장은 14년의 경력을 자랑한다.

소방항공대는 헬기를 이용해 인명구조, 산불진화, 방역방제, 사진촬영, 동물구조, 장기이송, VIP수송 등 전천후 활동을 한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 구조활동이 늘어난 것이 보인다.
소방항공대는 헬기를 이용해 인명구조, 산불진화, 방역방제, 사진촬영, 동물구조, 장기이송, VIP수송 등 전천후 활동을 한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 구조활동이 늘어난 것이 보인다. ⓒ 최육상
"남을 위해 목숨 걸어봤느냐"

정우상 구조반장(40)은 소방대원의 상징인 '오렌지제복'에 대해서 남다른 애정을 표현했다. 한번은 제복을 입고 지형 파악을 위해 산에 오른 적이 있는데 산악동호회 회원들을 빠르게 앞지르자 어떻게 그렇게 산을 잘 타느냐고 묻더란다. 그는 "제가 인명구조대원이잖아요"하며 뿌듯해 했다고 한다. 오렌지제복만 입으면 정말 슈퍼맨이 된 것 같은 느낌이라고.

정 반장은 "격일제 근무 때문에 친구를 만나거나 경조사 등을 챙기지 못해 힘들 때가 많다"면서도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내가 힘든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가끔 모임에 가서는 '남을 위해 목숨을 걸어봤느냐'고 큰 소리를 치기도 한다"고 웃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최해종, 최만익 두 조종사에게 '어릴 적 꿈이 하늘과 관련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들의 대답에서도 자부심이 잔뜩 묻어났다.

"그런 거 있잖아요. 옥상 위에서 두 팔을 벌리고 난다고 뛰어내리다 다리 다치고 하던 거. 따지고 보면 그런 게 하늘에 대한 동경 아니었을까요? 아, 또 하나. 슈퍼맨 망토 걸치고 날아보려고 하던 거. 슈퍼맨은 좋은 일 많이 하잖아요, 우리 모습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안 그래요? 하하하."

서울 하늘을 누비는 중년의 '비행남성'들. 인명구조의 보람과 봉사한다는 사명감으로 뭉친 대원들이 모습이 자랑스럽다.
서울 하늘을 누비는 중년의 '비행남성'들. 인명구조의 보람과 봉사한다는 사명감으로 뭉친 대원들이 모습이 자랑스럽다.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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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순창군 사람들이 복작복작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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