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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시위 현장을 취재 중인 외신의 취재기자들
서울의 시위 현장을 취재 중인 외신의 취재기자들 ⓒ 권우성

28일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지난해보다 무려 12위가 오른 17위를 기록했다. 만약 "뉴스가 흥미로운 나라"라는 항목이 있어 한·중·일 3국의 순위를 매긴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자국에 주재하는 해외특파원들의 수가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면 최근 중국과 한국이 욱일승천하고 일본의 퇴조가 두드러지는 형국이다.

일본외신기자클럽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일본 주재 특파원들의 수는 340명 선에서 큰 변동이 없는 반면에 서울 주재 특파원들의 수는 200명에서 240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그간 동북아 지역에 해외특파원을 상주시키는 주요 매체의 경우 세계 2위 경제력이라는 일본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어 아직은 태반이 도쿄를 1차 주재지역으로 선택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만 해도 서울 지국은 겨우 4년 전에 개설됐다. 그전까지 한국 뉴스는 <타임>의 도쿄지국이 커버하던 것이 관행이었다.

최근 이런 경향이 눈에 띄게 변하고 있다. 심지어 도쿄 지국을 폐쇄하고 아예 서울로 주재원을 옮기는 매체도 나타나고 있다. 독일의 유력일간지 <디 벨트>가 대표적인 경우다.

"도쿄의 10년보다 서울의 4년이 훨씬 더 바빴다"

약 두달 전 도쿄에서 짐을 꾸려 서울 특파원으로 부임한 <디 벨트>의 벤드 바이라 기자는 "일본의 정치가 지루하고 흥미로운 뉴스거리가 없는 반면에, 한국은 남북한 긴장과 북핵 위기 등 경성뉴스가 매일 터져나오고 최근에는 IT산업 발전과 한류열풍 등 흥미로운 연성뉴스 역시 늘고있어 기자로서는 서울이 무척 매력적인 곳"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의 관영방송 <미국의 소리(VOA)> 역시 금년 초 도쿄지국을 폐쇄하고 서울에만 특파원을 두기로 결정하는 등 동북아 뉴스의 무게중심이 서울로 이동하는 흐름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독일의 또다른 유력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자이퉁>은 도쿄에만 주재하던 자사의 특파원을 서울에도 추가로 배치하기로 결정했고, 독일의 <슈피겔>과 ARD-TV는 도쿄에서 상하이로 지국을 옮겼다는 소식이다.

바이라 기자는 서구의 유력 매체들이 최근 독자감소에 따른 경영난으로 내핍경영에 들어간 상황에서 동북아 지역에 한명의 특파원만을 두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에 따라 가장 뉴스가 많이 생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으로 지국을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처럼 뉴스거리가 많고 또 그만큼 흥미로운 나라도 드물다는 것은 취재 일선의 기자들이나 뉴스를 소비하는 한국의 독자들이나 이미 체감하고 있던 사실. 서울 특파원들 역시 이에 공감한다. 한 유력 시사주간지의 서울지국장은 "도쿄에서의 10년보다 서울에서의 4년이 훨씬 더 바빴다"고 토로할 정도다. 일본에 비해서는 작은 나라지만 매우 역동적이며 그만큼 뉴스가 많이 생산된다는 지적이다.

서울에 주재하는 특파원들 사이에서는 그래서 서울 부임이 기자로서 출세의 길을 걷는데 필수코스라는 농담마저 나오고 있다. '삼성공화국' 논란을 해외에 처음 소개해 화제가 된 <파이낸셜 타임스>의 서울 특파원 아나 파이필드 기자의 경우 거의 매일 2개 내외의 기사를 지면에 올릴 정도로 정력적인 취재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것도 한국이 뉴스거리가 없는 나라라면 처음부터 불가능할 일.

이러한 경향을 반영해 <타임>은 오는 11월 변화하는 한국, 즉 '다이나믹 코리아' 라는 표제로 한국 특집호를 꾸밀 계획이다. 타임 측은 한국의 영화산업, 부산영화제 등 한류열풍 외에 APEC과 최근 서울의 청계천 복원사업 등을 두루 취재해 한국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후문이다.

점점 활발해지는 항공망도 한몫

프레스 센터에 소재한 '서울 외신기자 클럽'
프레스 센터에 소재한 '서울 외신기자 클럽' ⓒ 이종호
상당수 외신이 도쿄지국을 폐쇄하고 서울로 둥지를 옮기는 또 하나의 이유는 동북아 3국을 오가는 항공망이 최근 개선되면서 서울에서도 얼마든지 일본 및 중국을 쉽게 취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라 기자는 "김포-하네다 직항 노선 개설 이후 일본 취재를 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고 지적하고, 자신의 경우 이미 8년간의 도쿄생활에서 구축한 인맥이 있어 이런 식의 취재에 어려움을 느끼지 못한다고 밝히고 있다.

바이라 기자는 최근 고이즈미의 정치개혁으로 일본이 변화하는 모습을 일부 보여주고도 있지만 일본이 자국에 주재하는 해외특파원들을 잃고 있는 경향은 뚜렷해지고 있다며, 이는 일본 사회가 그만큼 흥미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치·사회적으로 매일 큰 사건이 터져 세계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이 반가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최근 세계언론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북핵문제나 경제위기 등 부정적이고 딱딱한 뉴스뿐 아니라 영화, IT산업 등 독자의 흥미를 끌 만 한 소재들로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는중이다.

2002년 월드컵을 앞 두고 <비즈니스 위크>가 '멋진 코리아(Cool Korea)'라는 표제로 한국특집호를 꾸민 바 있고, <타임> <뉴스위크> 등 주요 시사주간지 역시 한국의 대표적 기업들을 연일 부각시키고 있다.

요즘 외신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을 정리한다면 뉴스거리도 많은 나라지만 한마디로 "쿨한 나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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