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행진에 미국의 소비자들 사이에 절전 열풍이 불면서 한국산 세탁기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존 개퍼는 15일자 칼럼에서 에너지 효율이 낮은 미국산 세탁기들이 유가상승 이후 절전열풍이 불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반면에, 절전효과가 높은 드럼방식 세탁기를 주로 생산하는 한국의 가전업체들은 승승장구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풀, 메이택 등 미국의 가전회사들은 세탁 시 많은 물과 전력을 소비하는 재래식 세탁기를 주로 생산하고 있어 절전에 눈을 뜬 미국의 소비자들이 LG 등 한국의 가전업체들이 생산한 드럼방식 세탁기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
조사에 따르면 미국산 재래식 세탁기는 드럼방식 세탁기에 비해 최고 40% 이상 물과 전력사용량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베스트바이 등 대형가전할인점에서 LG의 드럼세탁기는 최고 1600달러에 달하는 고가에 팔리고 있지만 고유가를 감안하면 향후 수 년간 결국 돈을 아끼는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판매량이 폭증하고 있다는 것.
LG측은 베스트바이에서 팔리는 전체 세탁기 중 2003년도 점유율이 17.7% 였으나 2004년에는 41.5%으로 대폭 신장됐다고 밝히고 있다.
존 개퍼는 미국의 재래식 세탁기가 1922년에 소개됐지만 비효율에도 불구하고 그간 에너지비용에 둔감한 미국의 소비자들 덕에 별 탈 없이 생존할 수 있었다고 지적하고, 이제 1차 오일쇼크 이후의 상황을 방불케 하는 절약열풍이 불면서 미국의 가전사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미국시장에서 수입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아직 14% 수준이지만 판매신장률이 매년 75%에 이를 정도로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존 개퍼는 한국산 세탁기로 인해 곤경에 빠진 미국 가전사들의 운명이 마치 일본의 연료절약형 하이브리드 차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GM, 포드 등 미국 자동차 회사의 운명과 너무나 흡사하다고 지적하고, 에너지 절약에 둔감한 미국의 기업들이 고유가시대에 큰 낭패를 당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