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전주를 방문했지만 전주라는 도시는 초점이 잘 맞는 안경을 낄 때의 느낌처럼 또렷하고 갓 담근 김치의 비릿함이 없는 묵은 김치의 맛을 느끼게 한다. 전주에 대한 첫 느낌이다. 나는 전주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오목대에 올라본다. 전주를 배추포기에 비유한다면 오목대는 배추속대와 같다. 주위를 둘러싼 700~800여 가구의 한옥 기와가 양떼구름마냥 펼쳐져 있다. 나지막한 언덕이지만 결코 낮지 않은 위엄이 있는 봉우리 오목대.
오목대는 고려 우왕 6년(1380) 이성계가 남원 운봉 황산에서 왜구를 무찌르고 돌아가는 길에 들러 종친들과 전승 축하잔치를 벌인 곳으로 유명하다. 그때의 느낌이 전해져 오는 글귀와 비석이 남아있어 눈을 감으면 어느새 나 또한 그 자리에 주빈으로 초대되어 앉아있다는 착각 속에 빠져들게 된다.
그럼 걸어보자. 본격적으로 전주의 냄새를 맡아보고 만져보면서 한옥마을 속으로 들어가보자. 전주 한옥마을을 커다란 담장을 쌓고 주위와 격리된 그런 모습으로 상상한다면 곤란하다.
걷다보면 마주치는 모든 것들은 내 할아버지의 냄새며 내 할머니의 코고는 소리다. 가느다랗게 흐르는 전주천을 돌아 향교에 들르면 400여년이 넘는 은행나무가 반긴다. 바람에 여리게 흔들리는 은행잎, 하지만 밑둥은 황소만하다. 그 뒤로 돌아가면 명륜당이 보인다. 아직도 글 읽는 소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풍남동 경기전에서 부터 전동성당길은 새로운 문화가 매일 태어나는 장소다. 가장 복잡스런 문화 볼거리가 난전을 이룬다. 다도며 한지며 한방이며 하는 단어들이 매우 익숙해지는 길이다. 설예원, 전통한지원, 전통공예품전시관, 한방문화센터에서는 직접 체험을 해볼 수도 있다.
소리의 고장임을 느끼게 해 주는 모악당은 끊임없이 과거와 현대 그리고 미래의 가락들을 밤늦게까지 쏟아낸다. 특히 지금은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열리고 있어 한번쯤 시간을 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전주의 문화는 한국의 문화나 다름없다. 비록 짤막하게 겉핥기로 살펴봤지만 한옥마을 속에 살아 숨쉬는 전통문화의 꿈틀거림을 느낄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 '2005 문화의달' 행사: 2005.10.13-10.15 (전주시내 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