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0일 광화문에서 열린 '학교도서관 정상화 및 사서교사 배치 촉구를 위한 결의대회' 에 다녀왔다. 하루일과를 마치고 달려갔지만 오후 3시부터 시작한 결의대회는 중반부가 훨씬 지나 있었다.
아침부터 내린 비에 얇은 비옷을 입은 참가자의 옷과 신발은 다 젖어 무거워보였다. 하지만 공통된 뜻으로 모여서인지 마음만은 가벼운 듯 서로 모르는 사이임에도 우산없는 이들에겐 우산을, 비옷이 없는 이에겐 비옷을 건네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이 대회는 학교도서관 활성화 사업의 차질 없는 진행을 촉구하며 학교도서관의 사서교사 배치 법제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특히 학교도서관 진흥법의 조속한 통과와 학교도서관 정책의 일관성 있는 추진을 촉구하는 의미가 컸다.
이덕주 선생님(서울 송곡여고)의 진행으로 그동안 학교도서관 정상화를 위해 애써온 김임숙 선생님(경기 수원 화서초등학교), 송기호 선생님(서울 영신고교·한국도서관협회 이사) 등이 소개되고 왜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가 필요한지 등을 학부모 대표가 열변을 토해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주최측은 집회의 취지를 이렇게 밝혔다.
"최근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신장시키고 정보교육, 독서교육의 요람인 학교도서관의 중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또 공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학교도서관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 처하게 한 주범인 교육인적자원부와 행정자치부를 규탄하고 공교육 강화와 학교의 교수학습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학교도서관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사서교사를 법정정원에 맞게 배치하도록 할 것이다. 아울러 이런 참담한 교육현실에 제대로 된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던 도서관인들의 자성을 촉구하는 마당이 되도록 할 것이다."
줄 지어선 대열에서 간간이 들리는 사투리로 그들이 지방에서 온 것을 알 수 있었다. 경북대학교, 전남대학교, 계명대학교, 대구대학교, 전남대학교 등 지방에서 올라온 이들의 표정에서는 학교의 중심이 학교도서관임을 알리는 열정이 묻어났다.
교육은 먼 훗날을 위한 것으로 당장의 예산부족이라는 이유로, 학교도서관에 전문인력을 배치하지 않는다면 수많은 예산을 들여 마련한 학교도서관은 책방, 독서실 수준에 머무르고 만다.
숭의여대 윤지영(1학년 대표) 학생은 "문헌정보학을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전문직이란 자부심이 있었는데 사서교사 0명 배치라는 얘기를 듣고 실망했다"며 또 한편으로는 "전국의 문정인들이 한 목소리를 낸 이번 결의대회가 기쁘다"고 말했다.
평소, 규탄이나 집회등의 용어를 접하면 왠지 무섭고 거친 의견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날의 분위기는 조용함이 상징처럼 된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사서와 사서교사들이 모인 탓인지 결코 거칠지 않았다. 오히려 조용함속에서 울려퍼지는 외침이 큰 메아리가 되어 가슴에 부딪혔다. 빗속에서도 뒷정리와 해산을 말끔하게 한 그들이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 내렸을 때에는 "엄마, 빨리와"라고 말하던 막내의 음성을 뒤로 하고 이 빗속에서도 여기를 찾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그것도 단체에 속하지 않은 개인의 신분으로 집회장을 찾았는데 무슨 힘이 될까 하는 우려가 생겼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덧붙이는 글 | * 국정브리핑과 위민넷에 송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