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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노찾사. 다시 '노래를 찾는 사람들'. 오는 8일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펼칠 예정인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를 앞두고 노찾사 멤버들이 다시 뭉쳤다.
돌아온 노찾사. 다시 '노래를 찾는 사람들'. 오는 8일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펼칠 예정인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를 앞두고 노찾사 멤버들이 다시 뭉쳤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요즘 애들은 '노찾사'랑 '웃찾사'를 헷갈려 해요. 수업시간에 한 학생이 엄마로부터 얘기를 듣고 와서 '선생님, 노찾사 공연한다면서요' 그러면 '선생님이 웬 웃찾사'라는 반응이 나오죠. 요즘 10대 아이들이 '노찾사'를 생소해 하는 건 사실입니다."

오는 8일(토)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20주년 공연을 갖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 노찾사 멤버인 민숙영(음악교사)씨는 이같이 말하며 웃었다.

80∼90년대 '노래운동' 대중화의 선두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던 노찾사였지만 요즘 10대들에겐 '잊혀진 사람들'이다. 민씨는 "94년 10주년 공연 이후 10여년 동안 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며 "90년대 초반 아이들만 해도 노찾사를 알았는데…"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중의 관심에서 다소 멀어졌던 노찾사가 다시 돌아온다. 이번 공연을 통해 노찾사의 재출발을 알리고 문화운동의 입지를 다시 다지겠다는 포부다.

지난 4일 오후 6시, 막바지 공연 준비를 위해 서울 마포구 합정동 연습실에 모인 이들을 찾았다. 이제 회사원, 가정주부, 사업가 등 30∼40대 평범한 생활인이 된 구성원들에게 노찾사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과거] 사회성+예술성...변진섭과 순위 다퉜다

"이 부분은 힘이 없다. 조금 힘을 줘서 다시 가자!"
"좋다! 그렇게 가자고."
"늘어지지 말고."

공연을 불과 4일 앞둔 노찾사 멤버들의 얼굴엔 긴장감과 진지함이 넘친다. '관록'이 묻어 나오는 목소리들, 이들은 여전히 노찾사였다.

"(84년) 1집 심의할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많은 노래들이 다 떨어져 나갔죠. 그야말로 무난한 (가사의) 노래만 실렸어요."

원년 멤버로 1집 때 '바다여 바다여', '내 눈길 닿는 곳 어디나'를 부른 조경옥씨의 회상이다. 그의 말처럼 '서슬 퍼랬던' 당시 노찾사의 출범은 무모하기까지 해보였을 것.

이번 20주년 공연을 기획한 한동헌 노찾사 대표는 "87년 10월 기독교 100주년 기념관에서의 첫 공연은 뜻밖의 대성공이었지만 공안당국의 감시가 두려워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고 귀띔한다.

노찾사는 서울대 메아리, 이화여대 한소리, 고대 노래얼 등 서울지역 대학 노래패 출신들이 모여 '노래이야기 가지꽃' 공연을 한 뒤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이름. 이들은 지난 84년 가수 김민기씨 도움으로 '합법' 음반을 냈다.

그러나 이 음반은 많은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 뒤 1집 리더격인 '그날이 오면'의 작곡가 문승현씨를 중심으로 노래패 '새벽'이 결성돼 대학집회와 노동현장의 단골 초대손님이 됐다.

이후 87년 6ㆍ29 선언 뒤, 대중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전략적으로 '노찾사'를 재구성하고 그해 첫 공연을 열었다. 무대를 통해 '내공'을 쌓은 노찾사는 89년 2집을 내놓았고, 이 음반은 80여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대박을 냈다. '솔아 솔아 푸른 솔아', '광야에서', '사계' 등 이들의 히트곡은 모두 2집에 실린 곡들. 고 김광석씨를 비롯 안치환, 권진원씨 등이 모두 초기 노찾사 멤버들이다.

"우리 노래가 당대 최고 가수였던 변진섭과 순위 프로그램에서 다투기까지 했어요. '새벽'시절부터 그랬지만 노찾사는 사회성 짙은 가사에 예술성이 가미된 노래를 불렀어요. 그것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한동헌 대표의 말이다.

그러나 문민정부 들어서면서 지향점을 잃은 이들은 90년대 중반 이후 휴지(休止)기에 접어든다.

이번 콘서트는 통기타 위주의 어쿠스틱한 기존 '노찾사'식 사운드에 다양한 현악기와 관악기까지 선보일 예정이어서 보다 다양한 음색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콘서트는 통기타 위주의 어쿠스틱한 기존 '노찾사'식 사운드에 다양한 현악기와 관악기까지 선보일 예정이어서 보다 다양한 음색을 만날 수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현재] 깨어난 노찾사, 복고가 아니라 록뮤지컬

2000년대 이후 노찾사는 댄스그룹 거북이가 '사계'를, 힙합 음악인 MC 스나이퍼가 '솔아 솔아 푸른 솔아'를 리메이크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는다. 그러나 정작 실제 노찾사를 무대나 음반으로 만나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2, 3집을 묶은 리패키지 음반을 낸 데 이어 이번 공연을 통해 결국 10여년 가까운 겨울잠에서 깨어나게 된 것. 한동헌 대표는 ""우리 '노래'가 더 피어나지 못하고 중간이 시들긴 했다"는 말로 그간의 '쉼'을 표현했다.

"하지만 요즘 주류음악이 표현하는 정서는 뭔가 공허하고…. 여전히 삶은 고단하고 상처받은 사람들은 여전히 많습니다. 울림 없는 음악판에 감동을 주고 싶었죠."

노찾사의 재등장이 최근 '7080' 등 복고바람에 편승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 한 대표는 "물론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대다수 삶이 매우 고단하고 메말라 있기 때문에 성찰적인 우리 노래가 아직은 필요하다"며 "절대로 복고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손사래를 친다.

한 대표가 노찾사 재결합을 처음 추진한 것도 무려 5년 전이라고. '살다보면'의 가수 권진원씨 역시 "7080과 노찾사는 무관하다"며 "7080은 당시에 대한 그리움이 주로 작용했지만 노찾사는 그리움과 함께 '의미있는 메시지'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과연 노찾사 음악이 지금도 먹힐(?) 수 있을까? 이를 위해 이번 공연엔 특별히 편곡에 신경을 썼다. 노래 편곡을 맡은 신지아(동덕여대 실용음악과 강사)씨는 "노찾사의 때깔을 놓지 않으면서도 촌스럽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음악 편곡을 담당한 정영아씨는 "노찾사 노래는 일반 가수들의 것처럼 일정한 패턴이 없다, 이 때문에 공연 전체를 기승전결이 있는 하나의 뮤지컬처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연습을 지켜본 느낌도 마치 한편의 록뮤지컬을 보는 것 같았다. 한 무대에 록, 재즈, 펑키 등 다양한 장르와 변화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노래 뿐 아니라 노찾사 문화운동도

사실 이번 공연은 그야말로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노찾사가 가야할 길은 많이 남았다. 여전히 노래해야 할 소재들도 세상에 널려 있다.

"우리에겐 가사가 중요한 요소일 겁니다. 말로 푸는 것이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 대상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장애인, 환경, 젠더, 교육문제도 포함될 수 있을 겁니다."

한 대표는 사회성 짙은 노랫말을 완성도 높은 음악에 입힐 것이라고 말했다. 89년부터 5년 동안 노찾사와 함께 했던 문진오(가수)씨는 "노찾사는 앞으로 우리 사회의 여러 현상들을 담아내는 그릇이고 싶다"며 "새로운 문화운동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노찾사는 안정된 활동을 위해 법인화를 모색하고 있다. 비영리 문화단체로 탈바꿈한다는 것.

한 대표는 "노래뿐 아니라 새로운 틀과 형식으로 노찾사 문화운동을 이끌 것"이라며 "소박하지만 예전의 아름다운 노래의 음원을 정리해보고, 당시 작곡가 중심의 음반을 내보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후 6시부터 시작된 연습이 4시간 반 넘게 계속되고 있었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한 멤버들의 표정은 그렇게 밝을 수 없다. 그 가운데 걱정스런 표정의 사람이 눈에 띄었다. 공연홍보를 맡은 주홍미(공연기획자)씨. 이유를 물었다.

"거의 모든 매체에서 이번 공연을 다뤘는데 생각보다 예매율이 저조하네요. 예매사이트 예매 순위 5위권이지만 흥행은 장담할 수 없어요. 새로운 세대와 나눌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 노찾사의 새로운 숙제일 겁니다."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를 앞두고 다시 뭉친 노찾사 멤버들이 합정동 연습실에서 한창 공연준비를 하고 있다.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를 앞두고 다시 뭉친 노찾사 멤버들이 합정동 연습실에서 한창 공연준비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노찾사, 20주년 공연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오는 8일(토) 오후 4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노찾사 20주년 기념 공연이 열린다.

이날 공연에서 노찾사는 대표곡인 '솔아 솔아 푸른 솔아', '광야에서', '그날이 오면', '임을 위한 행진곡', '사계', '오월의 노래' 등 26곡을 선보인다. 그러나 곡마다 새로운 옷이 입혀지면서 또다른 '맛'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1집 멤버들이 다시 뭉쳤다는 데 큰 의미가 있는 이번 공연에서 노찾사는 2세들로 구성된 '어린이 합창단'과 함께 무대를 꾸민다. 또 노찾사 출신 권진원, 윤선애 등 가수와 테너 임정현씨도 무대를 풍성하게 할 예정이다. 유아를 둔 관객을 위한 탁아방도 운영한다.

이번 노찾사 컴백에 대해 대중음악평론가 강헌씨는 이렇게 평했다.

"노래는 결국 문화산업의 이윤동기를 위해 속절없이 소모되는 음향의 인스턴트 식품에 불과한 것일까. 자신의 예술적 영혼을 저당 잡혀버린 어린 우상들의 다양한 재능 중의 하나로 전락해 버린 것일까? 노찾사는 이런 환멸에 대해 응답할 책무가 있는 한국대중음악의 몇 안 되는 생존자 중 일인이다."

예매처 인터파크(1544-1555), 티켓링크(1588-4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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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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