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대학교 연못에서 출발하여 월평공원 남서쪽 방향인 정림동 길로 들어섰다. 명암약수터로 빠지는 길을 지나자마자 웬 새로운 길이 오른쪽에 나타났다. 내가 만든 지도에는 없는 길이었다. 호기심은 나를 이 길로 인도하였다. 좁은 길은 무덤으로 이어지고 다시 송전탑 아래로 이어지더니 명암약수터 입구에서 약 8분 정도 거리에 임도처럼 넓은 길과 만난다.
이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가는 길을 따라 가면 급한 내리막으로 이어지며 정림동 청주해장국 옆에 있는 일호차정비센터 뒤로 나온다. 이 길은 일호차정비센터의 진공청소기 뒤에 있다.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따라 내려가면 갑천변에 있는 명암2길과 만나고 가수원동으로 건너가는 다리와 만난다.
새로운 길을 발견한 것이다. 놀람도 잠깐, 임도처럼 넓은 길이 수백 미터 생겨난 이유가 보였다. 바로 묘지였다. 묘지 10기가 새로이 만들어진 것이다. 즉 이 넓은 길은 중장비를 동원할 수 있도록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묘지조성을 위해 묘지 주변의 나무만 잘린 것이 아니고 묘지에 이르는 주변의 나무도 잘리고 숲이 훼손된 것이다.
숲이 우거진 아름다운 공원이 계속 들어서고 있는 묘지로 인해 점차 황폐화되어 가는 것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착잡하였다. 과연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불법이지만 관행적으로 굳어 있는 것인가?
묘지 10기를 한 곳에 조성하고 길까지 낸 것으로 보아서는 분명 있는 집안이고 자기 땅일 것이다. 아무리 자기 땅이라도 임야를 이렇게 훼손해도 되는지 망연자실할 뿐이다.
막아야 한다. 이대로 놔두면 월평공원은 몇 년 가지 못하고 대부분 묘지로 덮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