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여름방학, 열여섯개의 광고지 중 학원광고가 열세개, 이불집 하나, 칼국수집 하나, 마트 광고가 하나
여름방학, 열여섯개의 광고지 중 학원광고가 열세개, 이불집 하나, 칼국수집 하나, 마트 광고가 하나 ⓒ 이승열
나 또한 그 세월 동안 무수한 갈등을 겪었다. 평생 내가 뒤따라 다니며 보살펴 줄 것도 아닌데 세상사는 법을 가르친답시고 섣불리 아이 가슴에 상처만 준 것은 아닌지, 내가 너무 모질어서 한번쯤 들어줄 수 있는 아이의 소망을 외면한 것은 아닌지….

아이는 중학생이 되어 빠르게 적응했다. 워낙 혼자 하던 것이 버릇이 돼 있었고, 엄마한테 이야기해도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공부를 하는 것도, 시험준비를 하는 것도 언제나 혼자 몫이었다. 나 또한 아이에게 필요한 참고서를 사다 준다거나, 깨워달라고 부탁하는 시간을 챙기는 것, 모르는 것을 질문했을 때 함께 고민하는 정도로 끝냈다.

아이의 불만은 학원을 보내주지 않는 엄마였다. 나도 물론 학원은 보낸다. 모두들 학원에서 전 과목을 정리 받고 작년의 문제를 제공받는데 자신은 너무 어려운 상황에서 그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하니 시간의 낭비도 많고 능률적이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결국 과학 학원을 보내주지 않으면 공부를 끊겠다고 협박했다. 자기만 불리한 상황에서 더 이상 공부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물론 보내지 않고 버텼다. 물론 아이도 공부를 끊지 않고 시험 때가 되면 스스로 집중해서 시험 준비를 한다.

방학이 되면 신문지 두께보다 더 많은 양의 학원 광고지가 매일 집으로 배달된다. 혹시라도 불안한 마음에 광고지를 꼼꼼히 점검하기도 한다. 나중에 아이가 커서 냉정한 제 어미를 원망할지도 모르겠다.

내년이면 아이가 고등학생이 된다. 내가 얼마나 이 상태로 더 버티며 모든 것을 아이에게 맡길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도 내가 중심을 잃지 않고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주위에 현혹되지 않고 아이에게 내 진심이 전달되길 바랄 뿐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