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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면 서로 정다운 시골 동창회 모습
만나면 서로 정다운 시골 동창회 모습 ⓒ 이태욱

준비 중인 동창회 모습
준비 중인 동창회 모습 ⓒ 이태욱
시골 동창회는 참으로 재미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 동네에서 오랫동안 살았기에 만나서 몇 마디만 나누면 누군지 대충 다 압니다. 떨어져 있는 우리 형제들도 모두 같은 학교를 나왔기에 시골 동창회에 가면 모두 만납니다.

그 중에서도 동기생들의 만남이 제일 반갑습니다. 조그만 학교라서 몇 십 년만에 만난 동기라도 금방 알아봅니다. 이제 만나면 옛날에는 수줍어서 말도 못 붙이던 여자 동기생이 대뜸 나에게 질문하는 게 “너희 형님, 잘 있니?” 입니다.

동기생들의 대화는 언제나 즐겁습니다
동기생들의 대화는 언제나 즐겁습니다 ⓒ 이태욱
“네가 우리 형님을 어떻게 아니?”

시골 학교는 보통 남녀공학에다가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을 같이 다니므로 한 동네에 살았더라면 친구뿐만 아니라 오빠, 동생, 부모님들까지 대충 압니다만 이 친구는 같은 마을에 살지도 알았는데 우리 형님을 압니다.

“너희들은 꼬맹이라 같이 놀지 못하고 주로 너희 형님들 하고 놀았다 아이가!”

그때는 가난한 시절이라 여자 아이들은 학교를 한두 해 놀고 늦게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거기에다 여자 애들은 빨리 성숙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랑 놀지 않고 형님들이랑 놀았나 봅니다.

동창회를 돕고 있는 동기생들
동창회를 돕고 있는 동기생들 ⓒ 이태욱
옛날에는 여자들은 상급학교로 진학할 기회가 적었기에 시집도 빨리 갔습니다. 우리들의 아이들은 아직도 어린데 비해 여자 동기생들은 벌써 사위를 본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젠 우리들을 영계(?) 취급합니다. 남녀 비율에서 여자가 더욱 많이 나오는 걸 보니 영계 같은 우리들과 노는 게 좋은 모양입니다.

“김 사장, 혈색 좋네.”
“여기 와서 술 한 잔 따라 봐라.”
“어이, 이 선생.”

하고 손짓하며 부르면 남자 동기생들은 무서워서 도망갈 준비부터 합니다. 온갖 비밀들이 다 나옵니다. ‘누가 어디에서 누구랑 뽀뽀했다’부터 온갖 비리(?)가 다 나옵니다. 그걸 듣고 모두 깔깔깔 넘어갑니다. 비리도 세월이 쌓이면 골동품이 되나 봅니다. 그러는 가운데 가을도 깊어가고 정도 깊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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