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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국회 국정감사가 후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번 국감의 최대 이슈는 단연 삼성이었다. 국회 재경위와 정무위, 법사위 등에서는 삼성문제가 다뤄졌다. 이건희 회장이 사상 처음으로 증인으로 채택됐고, 삼성 지배구조 문제부터 분식회계 의혹에 이르기까지 삼성과 관련된 공방이 연일 이어졌다. 이들 공방에 빠지지 않은 여성 초선 의원 3인방이 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박영선, 김현미 열린우리당 의원 등을 차례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기사는 연쇄인터뷰 세 번째로 김현미 열린우리당 의원이다. <편집자주>
김현미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 7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삼성국감'은 공정거래법 헌소 제기 등 세상을 자기 뜻대로 좌우하려고 한 삼성 자신이 초래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김현미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 7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삼성국감'은 공정거래법 헌소 제기 등 세상을 자기 뜻대로 좌우하려고 한 삼성 자신이 초래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삼성이 먼저 국회에 도전한 것 아닌가요. 삼성이 헌법재판소에 (공정거래법 위헌) 소송을 제기한 다음에, (삼성 쪽에) 따로 이야기 했어요. '이제는 (삼성이) 법도 만들어 보시겠다는 건가?, 국회를 대신하시겠느냐?'고…. 우리가 먼저 삼성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없어요. 삼성이 먼저 한 겁니다."

그의 목소리에 힘이 붙었다. '이번 국감에서 의원들의 삼성 때리기가 너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라는 질문을 받은 뒤였다. 김현미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번 삼성국감은 삼성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이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삼성 지배구조 논란을 비롯한 각종 현안에 대해서도 자신의 소신을 가감없이 내보였다.

금융과 산업자본 분리를 위한 금융산업구조개편에관한법률(이하 금산법) 개정 등의 논란을 두고, 그는 국정감사장에서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과 고성을 주고받으며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에게는 금산법 개정 과정에서의 '소외'를 따져 묻기도 했다.

김 의원은 "윤증현 금감위원장의 '지배구조관(觀)'이라는 것이 강철규 위원장과는 정반대에 있다"면서 "돈 잘 벌면 그만인 것 아니냐, 지배구조가 무슨 상관이냐는 윤 위원장의 마인드가 금산법 개정 과정에서의 금감위 의견으로 반영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재경부와 금감위의 한 흐름 속에 강철규 위원장만 '왕따' 당하는 꼴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산법 개정안, 청와대 안보다 박영선 의원 안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

청와대가 금산법의 중재안을 낸 것에 대해서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면서도, "원칙적으로는 박영선 의원이 내놓은 개정안대로 가는 것이 옳으며, 수정이 되더라도 청와대 안보다는 박 의원 수정안 쪽으로 (수정)되는 것이 국민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으로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통과시킨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삼성 쪽에서 헌법재판소에 제소한 것을 두고 실망이 컸다고 전했다. 삼성의 그 같은 태도가 '삼성국감'을 불러오게 됐다는 이야기도 했다.

김 의원은 "삼성이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헌소에 제기할 때 부터 (삼성 쪽에) 이야기해 왔다. '소를 취하하라, 그렇지 않으면 나에게 기대하지 마라'고 했다"고 소개하면서, "(삼성이) 마치 세상을 자기들의 뜻대로 좌지우지 하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금산법이나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저가 공급사태 등을 보면서, 전체적으로 삼성 앞에 가면 경제부처들은 작아진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토로한 그는 "지주회사로 가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순환출자 구조는 더 이상 곤란하다"며 지배구조 개선을 주문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금감위의 금산법에 대한 미온적 대응과 함께, 외국자본 헤르메스에 대한 표적 조사설, 삼성전자의 애플사에 대한 낸드플래시 저가공급 과정의 불공정거래 의혹, 삼성카드의 불법대환대출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삼성국감'을 주도하고 있는 의원으로 평가받는 것에 대해서도 "한 일이 뭐가 있는데…"라며 부담스럽다는 모습을 비치기도 했다. 김 의원과의 인터뷰는 지난 7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1시간 30분여 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최근 삼성 지배구조와 관련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번 국감에서도 마찬가지였고, 특히 금산법 개정을 두고 김 의원도 금감위 국감에서 여러 지적을 한 바 있는데.
"지난해 7월 금감위에서 금산법 위반 기업들에 대해 시정조치를 하라고 문건을 보냈다. 그런데 그 문건 자체가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에 금감위가 시정조치를 지시한 내용과 함께, 관련 기업들이 보낸 답신까지 확인을 해 봤다. 그랬더니 10개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삼성 쪽만 정부의 조치에 대해 반대의사를 보였더라.

그런데, 법에 대한 유권해석을 누가 하나. 정부가 하는 것 아닌가. 자기네(삼성)들이 유권해석을 내리고, 자신들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정부의 법 개정안을 보니, 삼성 쪽의 유권해석이 그대로 반영된 것 같았다."

- 금감위가 재경부에 의견을 전달하는 과정은 어땠나.
"(금감위가 재경부에) 세 가지 안을 전달했다고 한다. 삼성생명과 삼성카드 쪽에 의뢰해 나온 2개의 안과 나머지 하나는 금감위 자체적으로 판단한 안 등이었다. 금감위의 안은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은 처분해야 하고,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은 의결권 제한 뿐 아니라 처분도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대신 위헌시비가 있을 수 있으므로 단계적으로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재경부 안은 삼성 쪽 입장만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재경부 금산법 개정안 삼성 쪽 입장만 반영된 느낌이었다"

- 금감위는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내놓지 않았나.
"그렇지 않아도, 금감위 국감 때 이야기를 했다. 금산법은 기업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것 아닌가. 그런데 윤증현 금감위원장의 지배구조관이라는 것이 강철규 위원장과는 정반대에 있더라. 돈 잘 벌면 그만인 것 아니냐, 지배구조가 무슨 상관이냐는 것이 윤 위원장의 마인드였다.

그러한 마인드 때문에 금산법 개정 과정에서 그 같은 태도를 취한 것 아니냐 생각하고 있다. 금감위도 차관회의를 통해 금산법 개정안 과정에서 의견 조율이 있었다고 한다. 결국 재경부와 금감위의 한 흐름 속에 강철규 위원장만 '왕따' 당한 꼴이 된 것으로 생각된다."

- 금산법 개정안의 부칙제정 과정에서 공정위가 제외됐다는 말로 해석된다. 재경부는 공정위와 문서상으로도 서로 협의를 거쳤다고 하지 않았나.
"그 내용을 보면 부칙이 빠져있다. 공정위원장도 그에 대해 논의를 하지 못했다고 했고, 내가 결국 기업지배구조관의 차이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 아니냐고 했더니, (강 위원장도) '그렇다'고 하더라."

"청와대 소견은 삼성과 관련 부처 배려한 조사이고 발표"

- 청와대가 최근에 금산법 개정과 관련해 중재안을 내놨다. 삼성카드의 지분은 처분하고,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은 인정해주는 방향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삼성과 관련 부처를 배려한 조사이고, 발표라고 생각한다. 청와대의 금산법에 대한 스탠스를 보면, 타협을 찾아가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가는 것 같다. 아마 청와대의 마지노선이 아닌가 싶다.

나는 박영선 의원의 금산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한 입장에서, 원칙적으로 박 의원 안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리고, 청와대 안보다 좀더 박 의원 안으로 가는 것이 국민의 공감대를 얻을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청와대 쪽에서 특정 법안의 개정을 두고, 조사를 하고 의견을 내는 일이 있었나.
"청와대의 가이드라인 자체가 이례적이다. 삼성과 같은 큰 기업집단과 정치권, 시민단체가 정면으로 부딪힌 긴장된 상황 아닌가. 청와대 쪽에선 어느 한쪽으로 몰아가는데 정치적으로 부담이 있지 않았겠나. 중재를 하고, 이 문제를 원만히 풀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 그와 같은 마지노선을 제시한 것 아니겠나."

- 청와대의 중재안을 두고, 민주노동당 쪽에선 또 한 번의 '삼성 봐주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 5년 안에 단계적으로 매각토록 한 것과 관련해서도, 그 사이에 정권이 바뀌게 될 경우 시행여부가 불투명할 수도 있지 않은가라는 지적도 하고 있다.
"왜 정권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나.(웃음) 그리고, 청와대 중재안에 대해서는 이미 말했듯이 마지노선이고, 원칙적으로 박 의원 안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또 법이 개정되면, 이처럼 진통 속에서 이뤄졌는데,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삼성 앞에 가면 경제부처들은 작아진다"

- 삼성과 관련된 현안에 대해 경제부처들이 제대로 대응을 하고 있다고 보나.
"전체적으로 삼성 앞에만 가면 경제관련 부처들이 작아진다. 금산법 문제도 그렇고, 공정거래법 개정 때도 그랬다. 최근 삼성(전자)이 애플사에 낸드플래시를 납품한 것 등을 봐도…."

-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저가 납품에 대해 중소기업체들이 고사위기에 처했다는 이야기인 것 같다. 삼성 쪽도 나름대로 할 말이 있는 것 같더라.
"MP3P에 들어가는 삼성의 칩(낸드플래시)이 멀티레벨셀(MLC)과 싱글레벨셀(SLC)이라는 것이 있다. 멀티레벨셀(MLC)이 싱글레벨셀(SLC)보다 30% 정도 싸다. 실제 (삼성 쪽이) 애플사에 공급한 낸드플래시(MLC)의 값이 당시 시장 가격보다 50% 정도 싸게 들어갔다고 하지 않나. 그렇다면 멀티레벨셀(MLC)를 제공했다고 하더라도 20% 이상 싸게 납품한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애플사의 MP3P를 중소기업체들이 뜯어보니까, 멀티레벨셀(MLC)가 아니라 싱글레벨셀(SLC)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내가 문제를 삼는 것은 올 3월달에 삼성이 '올해 MP3P 시장은 삼성과 애플과 소니 등 3사 중심으로 갈 것이다'라고 한 점이다. 그 프로그램 아래 진행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애플과 소니는 삼성으로부터 반도체를 제공받고 있으니까, (MP3P의) 반도체 시장은 삼성이 장악하게 되는 것이다."

- 삼성도 MP3P를 만들고 있지 않은가. 그럼 삼성도 나름대로 타격이 있지 않나.
"삼성 제품은 국내시장에서 먹히지 않고 있고, 해외시장에서는 거의 덤핑으로 팔아넘기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국내 중소업체들이 더 힘들다고 한다. 삼성이 과거에도 이런 식으로 중소기업을 정리하고 그 시장을 차지해왔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 그렇다면 공정위에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불공정거래 조사에 들어간다 봐야 하나.
"공정위에서 조사를 하겠다고 했다."

"헌법소원 제기한 뒤 '더이상 내게 기대하지 마라'고 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얼마전 법원은 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 발행에 대해 당시 경영진을 상대로 유죄를 선고했다.
"삼성의 지배구조 내지는 상속과 관련해 많은 소송과 문제제기가 있었다. 이번 에버랜드 전환사채(CB)건에 대해 사법부가 최초로 유죄 판결을 내린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본다. 또 사법부가 삼성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냈다는 것이다. 이 판결이 한 번 내려지면, 유사한 판결이 계속될 것이고, 앞으로 파장이 클 것으로 생각한다."

- 이번 국감처럼 특정기업인 삼성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던 적이 없었다.
"지난해에는 공정거래법 개정 과정에서 전경련이 기업의 입장이라며 출자총액제한이나 금융계열사 의결권 문제 등을 계속 지적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까 삼성을 위한 것이었다. 출총제의 경우 오히려 다른 재벌들은 개정안이 하루라도 빨리 통과되기를 바랄 정도였다. 그래서 전경련을 '삼경련'이라고 비판했었다. 올해에는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오면서, '삼성 다시보기'를 시도했다. 금산법 문제와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삼성이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정무위 소속 의원들도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이건희 회장의 증인 불출석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따로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두산 문제와 관련해 박용성 회장 등 2명을 증인으로 불렀는데, 나오지 않았다. 국회 증인 출석을 보면, 기업의 규모와 지위의 고하에 따라 국회 증인 출석이 반비례한다. 국회 차원에서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지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지주회사 어렵더라도, 현재의 순환출자구조는 곤란"

- 삼성이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헌법소원을 낼 것이라고 미리 알고 있었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삼성이) 헌소에 소송을 낸 것을 보고, 삼성 쪽에다 '더이상 나에게 기대하지 마라'라고 했다. 그동안 자기들 이해관계에 따라 법 개정을 막으려고 하고, 또 안 되니까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내고…. 세상을 자기들의 뜻대로 좌우하려고 한다는 생각을 (국민들이) 갖도록 한다. 이 같은 태도는 국민들이 생각하는 기업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태도와 정반대 아닌가 싶다. 결국 이번 '삼성국감'을 불러온 것 같다."

- 일부에선 김 의원이 유독 삼성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고 하던데.
"나는 삼성과 각을 세우지 않았다. 삼성이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헌소에 제기할 때부터 이야기해 왔다. '소를 취하하라, 그렇지 않으면 나에게 기대하지 마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금산법 문제가 함께 불거지면서,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 삼성 지배구조가 개선돼야 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은가.
"지주회사 체제로 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 물론 삼성은 어렵다고 하지만, 현재와 같은 순환출자로 가서는 곤란하다고 본다."

- 이번 국감을 통해서 정치권, 특히 일부 여당의원들을 중심으로 '삼성 때리기'가 너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삼성이 먼저 국회에 도전한 것 아닌가. 삼성이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한 다음에 따로 이야기 했다. '이제는 (삼성이) 법도 만들어 보시겠다는 것인가, 국회를 대신하시겠느냐'고…. 우리가 먼저 삼성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없다. 삼성이 먼저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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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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