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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의 F-117 스텔스 전폭기. 이 전폭기는 적대국 군사 시설을 기습 폭격할 때 자주 이용된다.
미 공군의 F-117 스텔스 전폭기. 이 전폭기는 적대국 군사 시설을 기습 폭격할 때 자주 이용된다. ⓒ 자료출처: FAS
2005년 상반기 개념계획 5029를 둘러싼 한미간의 갈등에 이어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의원이 10월 10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2002년 12월 작성된 '전략기획지침'을 공개하면서, 작전계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권 의원이 공개한 '전략기획지침'에는 한반도 유사시 한미연합군의 무력통일 계획인 5027, 예방적 선제공격 계획인 5026, 북한 내 불안정한 상황 발생시 군사적 개입 계획인 5029 등이 명시되어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러한 내용들은 이전부터 상당 부분 알려져 있었으나, 양국 국방장관의 서명이 담긴 문서를 통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권 의원의 문서 공개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 권 의원의 주장이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한미연합사가 한반도 전쟁 발발시 '무력통일' 달성을 작전계획의 목적으로 삼은 지는 오래된 일이다. 더구나 부시 행정부는 '예방전쟁'의 관점에서 대북선제공격 계획까지 작전계획에 포함시켰다.(작전계획에 대한 상세한 분석은 평화네트워크 홈페이지 www.peacekorea.org 참조)

남침 격퇴에서 무력통일로

실제로 작전계획의 변천 과정을 보면 당초 북한의 남침을 억제, 격퇴하는 수준에서 마련되었던 작계 5027이 탈냉전이후 대단히 공격적인 성격으로 바뀌어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전쟁 직후에 마련된 작전계획은 북한의 남침시 북한을 38선 이북으로 되돌리는 방어전략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후 미국은 1973년 '전진 방어(Forward Defense)' 전략을 채택해 유사시 북한의 개성까지 점령하는 방향으로 작전계획을 일부 수정했다. 이에 대응해 북한은 야포를 비롯한 주요 군사력을 38선 인근으로 전진배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때까지 한반도 유사시 북한을 무력 점령하는 계획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작계 5027에 '북한 점령 작전'까지 포함되기 시작한 시점은 탈냉전 직후인 1990년대 초부터다. 한미연합군은 작계 5027-92를 통해 유사시 한미 해병대가 원산 상륙작전을 펼치는 계획을 포함시켰다. 이 작전은 북한의 남침을 격퇴하고 북진하는 한미 보병의 북진 작전과 함께 평양을 포위하는 개념하에 마련된 것이다.

뒤이어 미국과 한국 군부는 94년 2월초 북미간의 핵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 한반도 유사시 단시간에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북한을 군사적으로 통일한다는 '작전계획 5027-94'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1단계로 신속전개가 가능한 억제력을 강화하고, 2단계로 북한의 서울 이북 남침을 저지하는 것과 함께 북한의 후방을 파괴하며, 3단계로 북한의 주요 전력을 격멸시키고 원산 등에서 대규모 상륙작전을 전개한 이후, 4단계로 평양을 고립시키고 점령지역에서 군사통치를 실시하고, 마지막 5단계로 한반도를 한미동맹의 주도하에 통일시킨다는 것이다.

작계 5027상의 또 한번의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던 시점은 98년이다. 이 개정판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이전의 작계가 주로 북한의 남침을 상정한 것이라면, 5027-98에서는 '선제공격 전략'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즉, 북한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확고한 증거'가 포착될 경우 북한의 포병 부대와 미사일, 공군기지 등을 '선제공격을 통해 파괴시킨다'는 계획이 포함된 것이다.

이와 같은 대단히 공격적인 성격의 작전 계획이 98년 10월 9일 미 해병대 부사령관인 레이몽드 아이어에 의해 일부 공개되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그는 98년 10월 9일 미 정보기관의 후원하에 서울에서 이뤄진 비공개 기자 간담회에서 "우리(한미연합군)가 준비태세를 끝내면, 그들(북한군)은 어떠한 종류의 군사 행동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모두 죽일 것이다"라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는 또한 한미연합군은 북한의 기능을 완전히 마비시키고 김정일의 통치를 종식시켜, 남한의 통제하에 북한을 재조직할 수 있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이러한 내용은 아이어의 비공개 브리핑에 참석했던 리처드 핼퍼린 전 <뉴욕타임즈> 도쿄 지국장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 브리핑에 참석한 10명의 다른 저널리스트들이 셀리그 해리슨에게 확인해준 내용이기도 하다.

미국의 북폭에 이은 북한의 반격도 '우발' 상황

이렇듯 방어적인 성격에서 공격적인 성격으로 변천해온 5027은 부시 행정부 출범이후 또 한차례의 중대한 변화를 맞게 된다. 권영길 의원이 공개한 '전략기획지침'에 따르면, 한미연합사(CFC) 및 유엔사령부(UNC)는 5027의 수정을 통해 북한군을 격멸하고, 북한 정권을 제거하며, 한반도 통일 여건을 조성한다는 것을 작계 5027-04의 '작전목적'으로 명시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5027에 한반도 유사시 무력통일 계획이 담겨 있다는 것이 한미 양국의 문서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계 5027-04'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한반도 우발 상황'에 대한 새로운 개념 규정이다. 이전까지 5027이 적용되는 '우발'(contingency) 상황은 북한이 남침을 하거나 확고한 남침 징후가 포착되었을 때를 의미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미국이 북폭을 단행하고 이에 대해 북한이 보복 공격에 나서는 상황도 우발계획(Contingency Plan)에 포함시켰다. 한미연합사의 대북한 군사작전에 '예방전쟁'의 개념이 적용되었고, 이는 각기 다른 작전계획인 5026과 5027, 그리고 5029가 밀접한 연관을 맺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내용은 김대중 정부 말기인 2002년 12월 6일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윤곽이 잡혔고,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 여름 구체적인 검토를 거쳐 그 해 12월에 완료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초 한국군은 '우발적인 상황'이 북한의 남침보다는 미국의 북폭에 의해 발발할 것으로 판단해 우발계획 수립에 반대했으나, 미국 측이 미군 구조개편에 따른 작전계획 수정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 결국 동의하게 된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이준 당시 국방장관은 2003년 1월 16일 국회 국방위 증언에서 "북한 핵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이 안돼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경우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불가피하다고 본다"며 "우리 군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북폭에 의해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일어날 가능성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대비를 강화하기로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작전계획에 '예방전쟁' 개념 도입

이처럼 탈냉전이후 공세적인 성격으로 바뀌어 온 작전계획은 부시 행정부 출범이후 이른바 '예방전쟁'의 개념하에 다양한 작전계획을 만들어지면서 한층 호전적인 성격을 띠어가고 있다. 5029는 한반도 우발 상황에 북한의 붕괴뿐만 아니라 북한 내부의 불안정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한미연합사의 군사적 개입을 위해 마련된 계획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한미연합사는 핵시설 등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해 "미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선제공격을 할 수 있는 작전계획 5026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는 일반적인 의미의 선제공격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5027-98에서는 선제공격이 적용되는 경우를 북한의 확실한 남침 징후가 포착되었을 때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5026에서는 남침 징후가 없더라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가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그 위협을 미리 제거하기 위한 군사적 조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시 행정부가 기존의 5029를 수정하고 새롭게 5026을 작성한 것은 미국의 전쟁 개념이 '예방전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북한 내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해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가 위험세력이나 외부 테러집단에게 이전되는 것을 '예방'한다는 명분으로 5029를 수정하고, 급변사태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북한의 핵무장 등 대량살상무기 능력이 강화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5026인 것이다.

특히 미국이 이러한 계획 하에 북한에 군사적 행동을 취하고, 이에 대해 북한이 보복공격에 나서는 상황을 5027-04에 포함시킴으로써, 작전계획 사이의 연관성도 크게 높였다. 앞서 소개한 전략기획지침 1항에 "대한민국에 대한 북한의 공격을 신속하게 격퇴하기 위해 UNC/CFC 작전계획 5027과 개념계획 5029를 보완하는 추가적인 작전계획 5026을 발전시킨다"고 명시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어질 글: [심층분석] 작전계획, 무엇이 문제인가?(하): 작전계획 문제, 3단계 해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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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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