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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시 도농동이 주민자치센터 2층을 장애아들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기로 해 화제다.

지난 13일 오후 4시에 찾은 남양주시 도농동 주민자치센터 2층 쉼터방에서는 꽹과리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 소리의 주인공은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는 태운이. 원래 풍물수업은 4시 30분인데 태운이는 엄마와 조금 일찍 와 꽹과리를 두드려 보고 있던 중이었다.

평소에 태운이가 두드리는 것을 좋아했다고 귀띔해주던 어머니는 "학교에 풍물교실이 있지만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못 시켰는데 이곳에서 풍물을 한다기에 너무 기뻐서 얼른 신청했어요. 평소에도 두드리는 걸 좋아하는데 풍물을 맘껏 치다보면 스트레스가 많이 없어질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태운이 어머니는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시켜주지 못하던 차에 도농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위한 풍물교실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도 기뻤다고 한다.

도농동 김용환 동장과 주민자치위원회는 2층 쉼터방을 장애 아이들을 위한 전용공간으로 결정했다. 그래서 지난 6일부터 첫 프로그램으로 풍물을 하기로 한 것. 현재 8명의 아이들이 신청해 목요일 4시 30분부터 6시까지 장구를 배우고 있다.

"무척 어려운 결정이었을 거예요. 어디에서도 하고 있지 않으니까요. 많은 분들이 열정적으로 도와주셨기에 가능했어요. 무엇보다 전용공간을 마련해줘 너무 감사해요. 이제 다른 프로그램도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셈이지요."

일반인들에게는 활짝 열려 있는 주민자치센터. 그 굳게 닫혀 있는 문을 열기위해 무던히도 애썼던 날들을 떠올리며 남양주시장애인통합부모회 이명선 회장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공간이 마련되자 통합부모회 회원들은 직접 청소를 했고 중랑, 명일동 등 비슷한 강좌가 진행되고 있는 곳을 견학하기도 했다.

"풍물은 누구에게나 좋잖아요. 특히 장애아동들은 평소 '하면 안 돼'라는 통제를 많이 받게 돼요. 풍물을 통해 속엣 것들을 맘껏 풀어낼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치료에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봐요. 평소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었는데 인생에서 다시 올 수 없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오늘 두 번째 보는데 아이들이 참 사랑스러워요."

공간이 마련돼도 강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 이곳서 성인들을 대상으로 고전무용 강좌를 맡고 있던 배정인씨는 김용환 동장의 제의에 흔쾌히 응했다고 했다. 하지만 장난기 많고 호기심 강한 아이들이기에 아직은 장구를 치는 시간보다 눈높이를 맞추고 성격을 파악하느라 땀을 흘리고 있었다.

주민자치센터 김영선 행정실장은 새 식구를 맞이하고는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기쁘다"며 "어머니들이 열정적이셨고 평소 주민자치위원들의 관심이 컸던 것이 잘 맞아떨어져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아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아이들을 보기 전 김영선 실장은 은근히 걱정이 되더라고 했다. 화장실이며 계단 등 장애아동들에게 맞는 시설이 아니고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아이들을 보고는 그것이 '선입견'이었음을 알았다며 웃었다.

"도농동에서 시작을 했으니 다른 곳에서도 시설 따지지 않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경기도 남양주시의 인터넷 신문 <남양주뉴스>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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