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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동국대 교무위원들이 비상회의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17일 오전 동국대 교무위원들이 비상회의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덕련

[2신: 17일 오후 1시 20분]

동국대, 사법처리 결과에 따라 강 교수 거취 결정
교무위원 명의 성명 발표... "사회갈등 증폭 초래 유감"


동국대학교는 비상 교무위원회가 끝난 직후인 이날 오전 11시 50분 성명을 통해 사법당국의 법적 처리 결과에 따라 강 교수 거취를 결정할 뜻을 밝혔다.

동국대는 "대학은 자유로운 진리추구가 보호되는 곳"임을 전제하면서도 "강 교수 등의 발언은 대학 울타리를 넘어서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에 깊은 유감을 나타냈다. 이어 "당국의 법적 처리결과에 따른 조치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강 교수 사법처리 결과에 따라 학교 차원의 중징계도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만약 강 교수가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해임'이나 '파면' 등 중징계도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무회의에 참석한 교수들은 '인사 조치'에 대해 묻는 기자들 질문에는 굳게 입을 닫았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회의에 참석했던 교무위원들은 회의가 끝나자마자 기자들을 피해 뿔뿔이 흩어졌다.

동국대 "장시기 교수, 물의 일으켜 송구하다고 해명"

홍 총장을 대신해 성명을 발표한 조의연 학생처장은 "강 교수 거취가 결정된 것이냐"는 질문에 "성명서 문구대로만 이해해 달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또 다른 학교 관계자도 "(강 교수의) 인사 문제가 논의됐는지조차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사안의 민감함을 감안, 극히 말을 아꼈다.

이날 성명에서 드러난 동국대의 '고민'도 매우 깊다. 강 교수 발언이 학계 차원의 논란을 넘어 대학의 존립마저 흔들 정도로 일파만파 확산됐다고 학교 측은 판단하고 있다.

동국대는 "강 교수 발언이 정치사회적 쟁점으로 비화하면서 학교는 실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에 빠졌다"며 "수많은 개인과 단체에게서 끊임없이 질책과 항의를 받아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동국대생 모두를 '친북반미' 세력으로 몰아 사회진출을 막아버리겠다거나 (고교에서) 학생들을 결코 보내지 않겠다는 가혹한 항의가 계속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학생들만은 기성세대 갈등 때문에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며 "다시는 (사회에) 심려를 끼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

동국대는 강 교수에 이어 "김일성은 위대한 근대적 지도자"라는 글로 다시 한번 파문을 일으킨 장시기 영문학과 교수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조 처장은 "장시기 교수가 물의를 일으켜서 송구스럽다는 것과 개인적 해명을 담은 개인서신을 홍 총장 앞으로 (17일) 보내왔다"면서 "이번 서신은 앞서 민교협 홈페이지에 오른 두 개의 글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편 강 교수는 이날 오후에는 중앙대 대학원총학생회가 주최하는 비공개 학술토론회에 참석해 1시간 가량 강의를 할 예정이다. 중앙대 대학원 총학생회는 "이번 강의는 강 교수 요청에 따라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하며 외부 인사는 모두 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국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동국대 성명 전문

먼저 우리 대학을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하여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 대학은 일제시대에 두 번의 폐교 사태를 비롯한 많은 위기를 겪으면서도 교육의 사명을 다해 왔습니다. 마침 내년은 건학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여서 큰 희망과 기쁜 마음으로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에 뜻밖에도 강정구 교수의 발언이 정치적, 사회적 쟁점으로 비화하면서 학교는 실로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 동안 학교는 수많은 개인과 단체로부터 끊임없이 질책과 항의를 받아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동국대 교직원, 동문 등 대학 전체가 받은 피해는 말할 것도 없지만, 우리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동국대생 모두를 친북반미 사상으로 몰아사회 진출을 막아버리겠다거나 학생들을 결코 보내지 않겠다거나 하는 가혹한 항의가 계속되는 상황입니다. 단 한명의 학생이라도 더 좋은 일자리를 마련하여 미래를 힘차게 열어가도록 힘쓰지 않으면 안될 우리는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과 앞이 캄캄한 암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잘 아시는 대로 우리 대학은 사상적 편향과 편견을 경계하는 동체대비(同體大悲)의 불교 정신을 바탕으로, 타인을 섬기고 존중하며 아울러 세계를 넓게, 바르게 보고 실천하는 삶을 그 무엇보다도 존중하는 학풍을 이루어오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은 비록 화려하지는 않으나 학술, 예술, 정치, 경제 등 많은 분야에서 수많은 인재를 배출하였고 그들의 활동을 통해 한국인의 문화적 삶을 향상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자부심도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대학은 자유로운 진리추구가 보호되는 곳입니다. 그러나 강 교수 등의 발언은 대학의 울타리를 넘어서 사회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우리 교무위원 일동은 그 점을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향후 당국의 법적인 처리 결과에 따른 조치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대학으로서 부디 바라는 것은 대학을 보호할 힘을 가진 각계각층은 대승적 사고를 통해 지나친 갈등을 자제해 달라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 대학의 구성원들 역시 화합과 평화를 존중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갈등을 극복하는 지혜와 자제력을 발휘해야 항 것입니다.

동국 가족 및 학부모 여러분, 우리 대학은 학생들을 바르게 인도하고 바르게 가르칠 것입니다. 순순하고 건강한 정신으로 성장하는 우리의 소중한 학생들만은 기성세대의 갈등 때문에 피해를 입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다시는 심려는 끼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방법을 강구하고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입니다.

끝으로 강 교수 등의 발언으로 말미암아 혼란을 겪으셨을 동국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다시 한번 송구한 말씀을 드리면서 100년 전통의 사학이 교육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부디 애정 어린 관심과 지원을 보내주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동국대학교는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그것을 극복하고 세계의 대학으로 우뚝 설 것입니다.

2005년 10월 17일
동국대학교 교무위원 일동


자유개척청년단 회원 3명이 동국대를 찾아 강정구 교수 등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또 장시기 교수를 사법당국에 고발했다.
자유개척청년단 회원 3명이 동국대를 찾아 강정구 교수 등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또 장시기 교수를 사법당국에 고발했다. ⓒ 오마이뉴스 김덕련
[1신: 17일 10시 40분]

동국대, '강정구 파문' 관련 비상교무회의 개최


우익단체, 장시기 교수도 고발

강정구 교수를 고발한 우익단체가 같은 대학의 장시기 교수도 고발했다.

최대집 자유개척청년단 대표는 17일 오전 동국대 본관 앞에서 기자와 만나 "장시기 교수를 오늘(17일) 아침 서울중앙지검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고무, 찬양죄)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최 대표를 비롯한 자유개척청년단원 3명은 강 교수와 장 교수를 즉각 파면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홍기삼 동국대 총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동국대를 찾았다.

이들은 현재 진행중인 동국대 비상 교무위원회가 끝난 후 뒤 홍 총장에게 서한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강정구 교수에게 '북으로 가야 하는 5가지 이유' 등을 적시한 편지도 전달하겠다고 이들은 말했다. / 김덕련 기자
강정구·장시기 교수의 기고문이 연달아 파문을 일으키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동국대학교가 오늘(17일) 학교의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동국대는 오전 10시 비상교무위원회를 열고 '강정구 파문'에 대한 대책을 논의 중이다. 그러나 강정구 교수 등에 대한 인사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성명에는 강 교수 등의 기고문이 동국대 전체 의견이 아니라 학계의 다양한 의견 중 하나일 뿐임을 강조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또 김상렬 대한상의 부회장의 '취업제한' 발언에 대한 동국대 입장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동국대가 교무위원회를 통해 강 교수 파문에 대해 논의하기는 처음이다. 동국대는 16일에도 전체 보직교수들이 모여 이번 사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으나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강 교수 기고문으로 시작된 '용공 논란'이 김종빈 검찰총장의 사퇴까지 불러오자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다고 판단, 학교 차원의 대책수립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최근 김상렬 대한상의 부회장이 동국대 졸업생에 대한 '취업 제한' 발언까지 하자 재학생과 동문 등 안팎의 우려도 커졌다. 김병식 동국대 부총장은 지난 13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교직원들이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로 항의전화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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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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