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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차량과 호송차량이 대치하고 있다.
업체차량과 호송차량이 대치하고 있다. ⓒ 정명현

경기도 남양주시 성생공단에서 불법체류외국인근로자(미등록외국인근로자)를 연행, 차량으로 호송하려는 서울출입국관리소와 호송을 저지하려는 공단 제조업체 관계자 간 9시간 가까이 대치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또 업체 관계자 등은 불법체류외국인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있다.

17일 남양주시 화도읍 녹촌리 성생가구공단 제조업체 관계자와 '샬롬의 집' 관계자, 주민 등 120여명은 공단 내 불법체류외국인을 체포, 차량으로 호송하려던 법무부 서울출입국관리소 차량을 막고 체포된 외국인근로자를 풀어줄 것을 요구하면서 밤 9시50분이 넘는 시간까지 대치했다.

이날 정오부터 약 1시간 동안 출입국관리소 직원 11명은 외국인근로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단 내 식당과 숙식하는 기숙사 등에 대해 기습적으로 단속을 벌여 불법체류외국인 31명을 연행, 중형버스에 태워 호송하려 했다.

하지만 외국인근로자들을 잃게 될 경우 사업상 막대한 지장을 받는 공단 제조업체 관계자들이 여러 대의 차량을 동원해 호송차량 앞을 막고 저지, 서로 양보할 수 없는 힘겨루기가 진행됐다.

이 때문에 이미 차 안에 연행돼 있는 외국인근로자를 풀어줄 수 없다며 법 집행 상 호송을 강행하려는 출입국관리소 측과 차 안에 잡혀 있는 외국인근로자 전원을 풀어줄 것을 요구하며 호송을 저지하려는 업체 관계자, 지역 개발위원 간 협상이 진통을 겪으면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밤 10시 가까운 시간까지 대치가 계속됐다. 특히 업체 관계자와 주민들은 이날 체포과정에서 외국인에 대한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체포 당시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외국인근로자 숙소
체포 당시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외국인근로자 숙소 ⓒ 정명현
업체 관계자와 주민들은 "아무리 불법체류외국인근로자이긴 하지만 내국인이 기피하는 일을 하고 있고, 아무런 대책 제시도 없이 이들을 잡아가면 공단 내 업체들은 당장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면서 "짐승이 아닌 한 인간으로써 밥을 먹고있는 식당과 일을 마치고 잠을 자고있는 외국인근로자 기숙사까지 침입해 이들을 과격하게 체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출입국관리소 직원이 불법체류외국인근로자를 체포하면서 구타를 하고 문을 부수는 등 폭력을 가한 것은 물론, 수갑을 채워 체포하는 것은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인권침해라고 항의했다. 이 때문에 업체 관계자들은 호송차량을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현장에 있던 샬롬의 집 이정호 신부는 "합법적인 법 집행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지만 이번 단속은 법 집행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서 외국인근로자를 잡아가려는 불법"이라며 "불법체류외국인근로자도 인간인데 절차를 무시하고 체포하려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면서, 밤을 새면서라도 이들 호송 차량을 막자고 호소했다.

또 성생공단 내 한 교회 나이지리아 출신 외국인 목사인 W씨는 "문을 치고 신발을 신은 채 들어가 잠을 자고있는 친구에게 눈에 멍이 들 정도로 폭력을 가하고 기물을 넘어뜨리면서 체포해갔다"면서 "이는 힘 약한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인권학대(human rights abuse abour )"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체포 과정에 이용된 수갑
체포 과정에 이용된 수갑 ⓒ 정명현
실제 이날 연행돼 차량에 태어진 불법체류외국인근로자들 가운데 한 여성외국인근로자만 6시간이 지나서야 소변을 보기 위해 차량 밖으로 나왔다 다시 들어간 것 외에 아무도 차량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차량 안에 감금돼 있었다. 이 때문에 업체 관계자와 주민들은 차량 안에 있는 외국인근로자들에 대한 신원 확인은 물론 말 한마디, 물 한 컵 건넬 수 없다며 분노했다.

반면 출입국관리소 측은 불법체류외국인은 엄연한 출입국관리법 위반자이기 때문에 내국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단속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관리소 측은 체포과정에서 폭력과 같은 인권침해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업체관계자와 주민들은 왜 반발했나

이처럼 공단 내 업체 관계자와 주민들이 출입국관소의 단속에 대해 반발하는 것은 이번 단속이 관할 경찰서 등에 사전 통보를 하고 단속을 벌이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바로 공단으로 출동, 기습 단속을 벌였기 때문이다. 갑자기 현장에서 일하던 일손이 빠져 나가게 될 경우 업체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된다. 또 체포과정에서 불법체류외국인에 대한 폭력 등이 가해지고 체포된 외국인근로자에 대해 인간적 대우를 하지 않고 인권을 침해했다고 주민들이 판단하고 있는 것도 반발의 이유로 보인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측과 지역개발위원은 불법체류외국인근로자들이 특별한 잘못이 없을 경우 일단 석방한 후 자진 출국토록 합의하고 대치 상황을 풀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연행된 근로자를 조사해 단순 불법체류자는 모두 고국으로 돌려보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주민이 차량 안 외국인근로자와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한 주민이 차량 안 외국인근로자와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 정명현
한편 이번 불법체류외국인에 대한 연행을 통해 처벌이 가해질 경우 이들 불법체류외국인을 고용한 업주에 대해서도 과태료 부과 등과 같은 처벌이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재 남양주 마석 성생가구공단 내에는 300여 개의 영세업체와 약 800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일을 하고 있으며, 이중 80~90%는 불법체류외국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3일에는 성생공단 내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외국인근로자를 위한 외국인복지센터가 건립돼 문을 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역인터넷신문 '남양주타임즈'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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