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겨레의 자랑인 한글을 빛낸 분으로 우리는 주시경, 최현배, 허웅 선생을 꼽는다. 그 중 최현배 선생은 호가 외솔인 한글학자로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으며, <우리말본>, <한글갈>, <글자의 혁명>, <나라 사랑의 길> 따위 책들을 펴냈다.
최현배 선생은 조선어학회 창립에 참여하고 1929년 조선어사전편찬위원회 준비위원이 되었으며, 1933년 '한글맞춤법통일안' 제정 등에 참여하는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던 중 1942년 조선어학회사건으로 8·15광복 때까지 3년간 감옥살이를 하였다.
8·15광복 후 미군정청 편수국장이 되어 교과서 행정을 담당해 그 기틀을 잡았고, 한글학회 초대 이사장을 지냈다. 1951년 다시 문교부 편수국장이 되었다가 1954년 연세대학교 문과대학장, 부총장을 지냈다. 외솔 최현배 선생에 대해 얼마 전 세상을 뜬 허웅 선생(전 한글학회 회장)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외솔은 철저한 민족·민주주의자로, 일찍이 한힌샘, 주시경의 가르침을 받아 나라사랑의 정신과 그 방법을 배웠다. 그는 서른 세 살의 젊은 나이에 '조선민족 갱생의 도'를 발표해, 우리 겨레가 다시 독립국민으로 되살아나기 위해서 걸어야 할 길을 제시했다. 그리하여 외솔은 나라 건지는 방법으로, 우리말과 우리글을 바로잡고 지키고 창조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일을 한평생의 과업으로 짊어지고, 한결같이 이 길을 걸어갔다.
외솔은 20세기가 낳은 가장 높은 국어학자이며 가장 앞장선 국어정책의 이론가이자 실천가였다. 실로 외솔은 젊었을 때 세운 목표를 한평생 끊임없이 실천해 나간, 우리 역사에서 보기 드믄 즘게(큰 나무)다."
그런 최현배 선생을 기리는 단체가 바로 외솔회다. 그 외솔회는 해마다 투철한 나라사랑의 뜻으로 학술과 실천 두 분야에서 업적이 뛰어난 분들에게 외솔상을 시상하고 있다.
올해에는 제27회 외솔상 문화부문 수상자로 건국대학교 김일근 명예교수를 결정하였다. 올해 '실천부문' 수상자는 없으며, '짚신문학회' 오동춘 회장에게 공로상을 주기로 했다고 한다. 시상식은 오는 10월 19일(수요일) 저녁 6시 언론인회관(서울 프레스 센터) 19층 기자회견실에서 열릴 예정이다.
문화 부문 수상자 김일근씨는 건국대학교 명예교수로 흩어져 묻혀 있는 귀중한 언간을 찾아 그 자료를 집대성하고 이를 역사적 '언간학'으로 체계화한 남다른 큰 업적을 냈다. 이러한 업적은 곧 국어 국문학과 한글 서체론 등 국학 일반에 걸친 연구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는 <친필언간 총람>, <언간의 연구>, <추사가의 한글>, <이조어필 언간집>, <태평광기 언해교설> 따위 논문들을 썼다. 특히 <언간의 연구>는 언간학 이론 정립에 기여한 논문으로 평가된다고 한다.
공로상 오동춘씨는 '한글 꿈나무 모임'을 창설하여, 오랫동안 많은 한글 활동 세대를 길러내는 한편, 짚신문학회를 창립하여, 시 창작과 시론을 통하여 한결같이 한글 사랑과 나라 사랑의 얼을 펼쳐오고 있으며, 짚신문학상을 줌으로써 많은 회원이 참된 한글 사랑과 겨레얼을 다지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도 오랫동안 외솔회 사무국장으로서 외솔회 발전에 이바지한 공적을 높이 평가했다.
다음은 김일근씨 인터뷰 내용.
"사대부들도 한글 가치 인정했다"
- 어떻게 언간 자료를 연구하게 되었나?
" 학문에는 자료가 그 바탕이 된다. 자료가 없는 학문은 그야말로 가치가 없는 것이기에 한글에 관련된 자료들을 수집하여 연구자에게 제공하려 했다. 평생의 업으로 해왔지만 이를 토대로 많은 젊은 학자들이 새로운 학문성과를 내고 있어서 흐뭇하다."
-연구과정에서 얻은 결과는 무엇인가?
"근거가 확실한 것, 역사기록이 남아있는 것 위주로 자료를 수집, 연구했는데 그 결과 그동안 조선시대에 한글이 푸대접받았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실권 있는 사대부들이 적극 한글을 써왔음을 알았다. 그들이 한글을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뛰어난 그리고 실생활에 유용한 글자를 무시할 수가 있었겠는가?
실제로 (김정희도) 유배기간 동안 아내에게 많은 한글 편지를 보낸 것이 내 연구로 밝혀졌다. 이로써 추사도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로 물든 학자가 아닌 주체성을 가진 학자임이 드러났다고 하겠다."
- 외솔상을 받는 소감은?
"내가 감히 최현배 선생님을 기리는 외솔상을 받는 것이 영광스럽기도 하지만 죄송한 감이 앞선다. 그러나 이 상은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알고, 앞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더욱 한글 연구에 매진하겠다. 그럼으로써 후배 젊은 학자들의 연구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