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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최근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천정배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둘러싸고 여·야간의 격돌이 벌어졌다./천정배 법무장관이 굳은 표정으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오른쪽)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최근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천정배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둘러싸고 여·야간의 격돌이 벌어졌다./천정배 법무장관이 굳은 표정으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오른쪽) ⓒ 오마이뉴스 이종호

"95년 7월에 서울지검 공안1부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로 12·12에 대해서는 기소유예, 5·18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95년 11월에 김영삼 대통령이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처벌 촉구하는 발언 나오자마자 검찰이 수사에 들어가 구속해버렸다. 속기록에도 나와있지만 저는 당시에 이런 흐름을 '검찰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이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해온 것을 청산하자는 차원에서 그렇게 검찰청법 8조 없애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난 2001년 검찰청법 8조, 법무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문제를 제기하는 참여연대의 청원입법안을 국회에 소개했던 천정배 법무부장관의 해명이다.

18일 오후 국회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주호영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작심한 듯 수사지휘권에 대한 천정배 장관의 입장변화를 집중적으로 따졌다. 하지만 천 장관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천 장관은 특히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가 김영삼 대통령의 처벌지시에 입장을 바꿨던 검찰의 전력을 예로 들면서 피해나갔다. 95년 당시 서울지검 공안1부장이었던 한나라당 법사위 간사 장윤석 의원을 겨냥한 것이었다.

95년 당시 서울지검 공안1부장이었던 장윤석 의원 겨냥

장윤석 한나라당 의원이 천정배 법무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장윤석 한나라당 의원이 천정배 법무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최재천·선병렬 열린우리당 의원도 이 예를 들면서 한나라당에 대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천 장관은 특히 "초선이었던 1996년 국정감사 때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있고 법안발의도 했다"며 "또 2001년에 참여연대 입법청원을 소개한 적이 있다, 입장이 달라졌다는 지적은 인정한다"면서도 "2003년에 국감 때 당시 법무장관에게 SK사건에 대해 서면지휘하라고 한 적이 있다, 그동안 검찰도 환골탈태했다"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이 같은 반박에 대해 주호영 의원은 "궁색하다, 양두구육(羊頭狗肉, 선전은 그럴 듯 하지만 실내용은 그렇지 못하다)이다, 검찰을 협박하고 있다"며 "이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이에 천 장관은 다시 "감사하다"며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검찰논리에 분노했던 것과 인권을 지켜야 한다는 제 생각에는 일관성 있다"고 받아쳤다.

한나라당은 장윤석·김재경·주호영 의원만 회의에 참석해 법사위 소속 의원 전원이 참석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에 비해 질의할 의원수 자체가 부족했다. 열린우리당은 법사위 소속이 아닌 이미경·임종인 의원도 회의를 지켜봤다.

김재경 한나라당 의원이 "체제를 부정하는, 목소리 높이는 소수의 인권은 중요하고 전국민의 인권은 중요하지 않냐"고 묻자, 천 장관은 "그런 인식으로 검사했다면 법질서에 대한 인식과 한참 거리가 있다"고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이 사건의 정확한 실체에 대한 사실을 수집하면 오해가 나오게 될 것 같아 일부러 정확한 실체적 진실에 대해 수집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노 대통령 등 여권인사들이 계속 이에 대해 얘기했고, 장관이 이런 정치권의 의사를 전달한 통로역할을 했다고 본다"며 "장관이 잘못했다는 여론이 높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천 장관은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천 장관은 "법치주의에 따라 모든 국민이 인권을 존중받기를 바란다"며 "형사소송법에 구속과 불구속 원칙이 나와있다, 법과 원칙에 따라 한 것 뿐"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많은 국민이 걱정하는 것도 아는데, 여론도 압력의 하나"라며 "국민의 뜻에 따라 구속하라고 형사소송법을 바꿔달라, 그러면 그렇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천 장관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96년 국감 때 속기록을 읽거나 의원들의 질문을 제지하면서 '답변하게 해달라'고 발언하는 등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모습을 보였다. 최연희 위원장이 "명석한 장관답게 흥분하지 말고차분하게 해달라"고 제지했고, 김재경 의원은 "장관 인격이 그런지 몰랐다"며 "평소답지 않다"고 평하기도 했다.

주호영 의원은, 천 장관이 역사에 남는 장관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 발언을 빗대 "형사소송법 교과서에 사상최초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장관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에 역사에 남을 것은 분명하다, 축하한다"며 "명예롭게 남을지 그렇지 않을지는 세월이 지나면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민들은 장관이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신경을 써주는 거라고 생각할 것인데, 코드 안 맞는 사람들에게도 이렇게 생각해줄지 의문이다, 지켜보겠다"고 조소했다.

주호영 "명예가 될지 아닐지 모르나, 역사에 남게 된 것 축하한다"

주호영 한나라당 의원이 천정배 법무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주호영 한나라당 의원이 천정배 법무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천 장관을 적극 옹호했다. 최재천 의원은 "한나라당은 장관이 소신을 바꿨다고 하는데, 그런 논리라면 '개인소신은 국보법 폐지인데 왜 국보법 사건에 대해 불구속 수사하라고 한 건지 따지라"고 비꼬았다.

최 의원은 또 "장관이 서면으로 공개적으로 지휘하라는 게 참여정부의 원칙이었다"며 2003년 3월 국회에서 당시 박상길 법무부 법무관리실장이 이에 대해 보고했을 때 한나라당은 아무 지적이 없었고, 당시 조순형 의원은 좋은 선례를 만들어 보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선병렬 의원은 천 장관을 상대로 질의하기에 앞서 "자료를 보면 1995년 7월 서울지검 공안1부의 장윤석 검사가 '다른 나라를 보면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며 "우리 (법사)위원회 회의 과정을 보면서 우리 사고가 더할 나위없이 물구나무 서있다고 생각한다"고 개인적인 소견을 밝혔다.

이어 선 의원은 "과연 이런 동료 의원이 검찰권의 독립을 운운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 상당히 회의스럽다"며 "96년도에 천 장관이 검찰청법 개정안을 낸 것을 사실이지만 그 당시 한나라당은 그 법안에 동의하지 않고 (지금 문제가 된 법조항을) 없애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이날 법사위원들의 질문에 대한 천 장관의 답변을 쟁점별로 재구성해 정리한 것이다.

천정배 법무장관에게 질의하는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왼쪽)과 선병렬 의원.
천정배 법무장관에게 질의하는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왼쪽)과 선병렬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수사 지휘로 검찰 독립성을 해쳤다고 보나
"그동안 검찰에 대한 오해가 있었다고 본다.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은 매우 소중한 가치이다. 하지만 국민에 의해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구체적 사건에 대해 수사 지휘했다고 하는데, 사실은 아닐 것이다. 그동안 수사지휘가 이뤄졌을 텐데 이번에는 서면에 의해 투명하게 공개적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수사지휘권은 일종의 양날의 칼이다. 법무장관이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검찰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해 주되 헌법과 독립성 지켜야 할 법무부장관으로서 예외적으로 행사해야할 권한이라고 이해해달라."

- 왜 이번 사건에 대해 불구속 수사지휘를 한 것인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기 때문에 불구속 수사지휘를 한 것이다. 강정구 교수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수사기록은 보지 않았고 검찰 보고서에 의존했다.

검찰 보고서 내용에도 강 교수의 구속 요건에 맞지 않다는 것을 자진 판단하고 있다. 검찰 보고를 보면 강 교수의 직업이 교수로서 확실하고, 문제가 된 게재한 글을 증거로 확보했고, 경찰에 수 차례 자진 출석해서 조사를 받았다고 돼 있다. 제게 보내온 자료를 작성한 주임검사가 됐든 누군가이든 그 검사의 판단에 기초로 해서 결정했다.

오히려 이번 사건을 보면 누가 정치적인 결정을 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괘씸하다고 해서 엄벌에 처하라는 것은 지극히 정치적인 압력이다."

"김종빈 총장 사직가능성 예상했다"

- 검찰총장의 사직 가능성을 예상했나
"참모들이 그런 가능성을 얘기했다. 저 역시 상당한 파장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직까지 할 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생각하지 못했다.

저도 총장의 사퇴를 원하지 않았고, 총장의 명예를 지켜드려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똑같은 상황이 되면 똑같이 불구속 수사지휘를 할 수밖에 없다."

- 청와대와 사전 조율 했나
"전혀 없었다. 하지만 수사지휘를 한 뒤 그 사실을 상급기관인 대통령께 보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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