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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수사이로 맑은 술을 걸러내기 위해 용수를 술독에 박아 넣는 장면
용수사이로 맑은 술을 걸러내기 위해 용수를 술독에 박아 넣는 장면 ⓒ 임성식
사람 사는 곳에 술은 빠지지 않는다. 그만큼 술은 우리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적당한 술은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만드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인간사 술이 없었다면 얼마나 삭막하겠는가?

이렇게 오랜 세월을 걸쳐 인간과 함께 희로애락을 같이한 동동주를 56년 동안이나 빚어 온 할머니가 있다. 정성스럽게 집에서 직접 빚었기 때문에 애주가라면 이 집 술맛을 바로 알아본다.

화제의 주인공은 충남 공주시 탄천면 장마루에 살고 있는 김봉순(81) 할머니. 이곳 장마루에서 김 할머니의 동동주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유명세를 탄 지 오래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김 할머니가 빚은 동동주 맛이 어떠냐고 물으면 한결같이 "기가 막히게 맛있지, 그 집 동동주는 술이 아니라 약으로 먹는 진짜 약술이여"하고 말한다.

주변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이미 한번쯤 김 할머니의 동동주를 마셔 본 듯했는데 술맛에 관한 한 더는 설명이 필요없어 보였다. 다시 한번 이곳저곳을 다니며 물어봐도 유명세가 과장이 아닌 듯하다.

김봉순 할머니
김봉순 할머니 ⓒ 임성식
이런 동동주 맛을 못 잊어 예전에는 서울과 같은 먼 곳에서 할머니가 만든 동동주를 찾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것도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 명성도 세월 앞에서는 서서히 잊어져간 추억에 불과하다.

지금은 가끔 어디선가 찾아와 할머니의 동동주가 생각난다고 만들어 달라고 하면 마지못해 술을 빚고 있다. 할머니 몸도 예전과 달라 연로하신 할머니에게는 동동주 빚는 일이 여간 어려운 노동이 아니다.

김 할머니 집에 들어섰을 때 어디선가 술익는 냄새가 은은하게 풍겨왔다. 마침 오늘이 용수(깔때기 모양의 용기)를 받는 날이라며 부엌으로 안내했다. 그곳에서 동동주 만드는 과정을 운 좋게 볼 수 있었다.

술 찌꺼기를 걷어낸 다음 용수를 넣어 동동주를 말통에 담기 전에 할머니는 정성스럽게 동동주 한 사발을 떠다가 부뚜막에 올려놓았다. 그 장면은 마치 신께 경배라도 올리는 경건한 의식과도 같았다.

호기심이 발동해서 지금 뭐하시는 거냐고 묻자 충청도 특유의 사투리로 "뭐하긴 뭐여 부엌신께 술맛이 좋게 해달라고 하는 거지"하며 웃으며 말했다. 김 할머니는 자신이 빚어 낸 동동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 보였다. 할머니는 "우리 집 술맛을 본 사람들이라면 환장들 했지!"하며 옛날에 한참 잘 나갈 때의 무용담을 털어놓았다.

또 옛날에 허가 없이 술을 담그다가 세무서 직원들에게 들켜 벌금 물고 나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세무서 직원들을 떠올리면 제일 무섭다며 너스레를 떤다.

할머니의 정성스런 솜씨도 솜씨지만 술맛을 결정짓는 비결은 다름 아닌 양지 바른 앞마당에 있는 지하수에서 나오는 청정수에 있다. 김 할머니도 물맛이 좋아야 술맛도 좋다며 술맛의 비결이 물맛에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았다.

할머니는 부뚜막 신께 동동주 한 사발을 올려놓고 기원을 한다.
할머니는 부뚜막 신께 동동주 한 사발을 올려놓고 기원을 한다. ⓒ 임성식
우리의 전통주인 동동주는 시중에 나와 있는 외래주와는 달리 술 먹은 다음날 속이 쓰리거나 머리가 아픈 증상이 없는 게 특징이다. 이밖에도 냉장고에 오랫동안 보관해도 변질될 염려가 없다고 한다.

누룩가루와 술밥을 잘 버무린 다음 맑은 물과 함께 술독에 넣고 조선 솔잎을 얹어 일정 온도로 유지하여 8일 정도 숙성하면 자연 발효된 건강식품 동동주가 탄생된다.

이렇게 빚어진 동동주는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성인병 예방은 물론 유기산이 풍부해 피로회복과 피부미용에도 좋은 것으로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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