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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리장성을 배경으로 웃고있는 정율성. 사후 29년만에 조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출생지 논란을 그는 무슨 생각으로 지켜보고 있을까.
ⓒ 광주시 제공
인민해방군가인 '팔로군행진곡'을 작곡해 중국 혁명음악의 대부로 추앙받고 있는 정율성. 그의 조국인 한국에서 그를 기리는 각종 기념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나 출생지가 분명치 않은 문제로 차질과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광주광역시 남구의회 유순남 의원은 17일 "광주 양림동이 출생지로 알려진 정율성 선생의 진짜 출생지는 화순군 능주면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그 근거로 정율성 선생의 호적과 화순 능주소학교 제적부, 정율성 선생의 부친인 정해업씨의 토지소유대장 등을 제시했다.

유 의원은 "화순 능주소학교의 제적부를 살펴보면 '대정11년(1922) 입학, 대정12년(1923) 4월 1일 광주전학으로 학교를 옮겼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정 선생의 부친인 정해업씨 명의의 토지대장에서 '대정11년(1922년) 6월20일 소유권을 한모씨에게 이전했다'는 기록도 제시했다. 화순군 능주면에서 출생, 가족이 광주로 이사했을 가능성을 점치는 근거들인 셈이다.

유 의원의 이 같은 주장은 그동안 광주 남구청(청장 황일봉)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정율성 기념사업에 근본적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어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광주 남구청, 정율성 생가 지정 - 국제학술대회 개최

정율성은 누구인가

정율성 선생은 1914년 8월 13일에 태어났다. 출생지는 기사에서처럼 논란이 일고 있지만 그가 광주 혹은 광주 근처 지역에서 출생했을 확률이 높다.

그는 1933년에 항일운동에 뛰어든 형들을 따라 중국으로 건너갔다. 1937년 옌안(延安)의 루쉰 예술학교에서 작곡을 전공한 그는 1939년 공산당에 입당, <옌안송><팔로군 대합창> 등을 작곡해 발표했다.

특히 <팔로군 대합창>에 나오는 <팔로군 행진곡>은 중국 인민해방군가로 정식 비준을 받았다. 그가 가곡·가극·영화음악 분야를 넘나들며 남긴 작품은 모두 360여 곡에 달한다. 그는 문화대혁명기에 시련을 겪었으며 1976년 10월 고혈압으로 숨졌다. / 이주빈
광주 남구청(청장 황일봉)은 중국의 각종 기록과 정 선생 부인인 정설송(86·중국 전 주네덜란드 대사) 여사의 회고록 등을 근거로 양림동 79번지를 생가로 지정하고 중국 관광객을 맞아왔다.

광주 남구는 이를 근거로 지난 6월 14일 '음악가 정율성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으며, 오는 11월엔 '제1회 광주 정율성 국제음악제'를 열 계획이다. 특히 지난 8월 9일엔 중국 쑨자이쩡 문화부장이 광주를 전격 방문, 광주 남구청이 생가로 공식화해온 양림동 79번지를 둘러보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광주광역시는 "남구가 요청한 정율성 선생 생가복원비 등 20억원의 지원비는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 자체 조사 결과에서도 양림동 79번지가 정율성 선생의 생가임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광주시는 지난 7월부터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남구청이 생가라고 주장하는 양림동 79번지는 1918년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광주지형도'에 숲으로 표기돼 있었다고. 특히 이 주소지 근처에 가옥이 등장한 것은 1939년 고시된 '광주시가지계획' 도면에서부터라고 한다.

또 광주시는 정율성 선생 일가가 1906년부터 1942년까지 거주지를 광주군 부동방면과 화순군 능주면 등으로 16차례나 옮겼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는 정율성 선생이 광주 혹은 광주 인근지역에서 출생했다는 추측만 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현재까지 나타난 그 어느 문헌이나 기록에서도 정율성 선생의 출생지에 대한 구체적 기록은 없는 상태다. 따라서 광주 남구청이 출생지를 특정 주소지로 규정할만한 고증적 근거가 빈약하다.

광주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정율성 선생이 어디에서 태어났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분이 중국에서 음악가로서 훌륭한 업적을 남겼다는 게 더 중요한 일"이라고 꼬집은 뒤, "광주든 타 지역이든 유관지자체들이 함께 힘을 모아 위대한 분의 업적을 기리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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