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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왔다. 이번엔 '민주대연정'이라고 한다.
<경향신문>은 이렇게 전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연말에 특단의 선거제도 개편안을 제안한 뒤 내년 초에 민주당과 민노당, 정치권 외곽의 민주세력까지 포괄하는 '민주대연정' 차원의 거국 내각을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일까? 그러고 보니 아귀가 맞는 보도가 있기는 하다. <조선일보>는 어제, 김근태·정동영 장관이 내년 1월 열린우리당에 복귀할 것이며,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이 중폭의 개각을 단행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경향신문>과 <조선일보>의 보도를 종합하면 내년 1월이 'D-데이'라는 얘기다. 노 대통령이 이번 정기국회 회기 중에는 조용히 있겠다고 공언한 만큼 꽤 설득력이 있는 시나리오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 중순 이후에는 노 대통령이 조용히 있지 않을 것이니까 그렇다.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는 부분은 여기까지다. 시간표는 그럴듯하지만 실행계획표에는 난제가 수두룩하다.
'민주대연정'의 파트너라는 민주당은 요즘 꿈에 부풀어있다. 심대평 충남지사가 주도하는 '국민중심당'과의 통합이 운위될 정도다. 이른바 '신DJP연합'을 구축해 '재기'를 이루겠다는 뜻이 민주당사 안팎에서 가감 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뿐인가. 호남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열린우리당을 제쳤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고진감래'의 기운을 잡은 터에 지지율이 밑바닥을 기는 여당과 손을 잡을 이유가 없다.
통합나선 민주당, '네버' 외치는 민노당... 그래도 연정?
민노당은 또 어떤가? 이 자리에서 구구한 분석을 내놓기가 민망할 정도로 민노당은 잘라 말한 바 있다. '네버(never)'라고….
또 있다. "정치권 외곽의 민주세력"이다. <경향신문>은 노 대통령이 이들까지 포괄할 계획이라고 보도하면서, 얼마 전 제안한 '국민대통햡연석회의'와 '민주대연정'이 '투 트랙'을 형성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또한 엇나가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미 연석회의 불참 의사를 밝혀놓은 상태다. 게다가 참여하고 싶어도 참여가 어려울 정도로 내홍을 겪고 있다. 한국노총도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는 보도가 이미 나온 바 있다. 연석회의 제안자라는 이해찬 총리는 연석회의가 정부가 아니라 민간 주도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그리 큰 동력이 붙을 것 같지가 않다. '투 트랙'이 되기에는 시작도 하기 전부터 엇박자가 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는 노 대통령이 '민주대연정'을 구상하고 있다? 선뜻 납득하기 힘든 보도다.
물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기 힘든 측면도 있다. <경향신문>이 보도 전면에 내세운 '특단의 선거제도 개편안'이 관건이 될 수도 있다. 민주당이나 민노당, 정치외곽의 민주세력 모두를 '혹'하게 할 만한 '특단의 카드'가 있다면 풀무질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경향신문>이 해설기사에서 풀어놓은 '특단의 카드'는 "독일식 정당명부제 등 비례대표제 개편론"이다. 이건 '특단의 카드'가 아니다. 오히려 '흘러간 옛노래'에 가깝다.
이것이 상식적 분석이고 판단이다. 그래서 물어야 한다. <경향신문>의 보도는 사실일까? 사실이라면 노 대통령의 발상이 너무 무모하다. 그렇다고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다. 국민의 상식을 뒤엎고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제안한 바도 있으니….
사실이 아니라면 차근차근 복기할 필요가 있다. 노 대통령이 '민주대연정'을 언급했다는 지난 6일의 대통령 정책기획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부터 이야기의 전달 통로를 되짚어 봐야 한다. 어디서 살이 붙었는지를….
이래저래 청와대의 답변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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