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 글은 부패사학척결을위한국민운동본부의 김행수 사무국장이 기고한 것입니다. <편집자주>
지난 9월 집회에서 사립학교법 개정 촉구 패러디를 들고 있는 교사.
지난 9월 집회에서 사립학교법 개정 촉구 패러디를 들고 있는 교사. ⓒ 서종규
'존경하는 국회의장님께!'라고 편지를 시작해야 되는데 오늘만큼은 '존경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빼야할 것 같습니다. 이 말을 다시 달고 편지를 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소원하지만, 오늘만큼은 솔직히 그러고 싶은 마음이 도저히 생기지 않습니다.

또 다시 사학법 개정을 미루고야 말았군요. 어쩌면 사람들은 제가 보내는 이 글을 독설이라고 하겠지요. 그러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서 섭섭함을 표현한 이 글이 독설(毒舌)이라면 온 국민과 공개적으로 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의장님의 사학법 개정 연기는 국민의 등에 꽂힌 배신의 독(毒)화살입니다. 너무나 억울하고 분해서 그 섭섭함을 숨기지 못하고 몇 자 적어서 보냅니다.

이번에 '지둘려'라는 별명의 의미를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왜 의장님을 '지둘려'라고 부르는지 몰랐는데 이제야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이 그리 잴 것이 많고 무엇이 그리 기다릴 것이 많으십니까?

<font color=a77a2>[지난해에도] 지난해 12월 28일 열린우리당의 교육위원위 소속 의원들과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김원기 국회의장에게 사학법 개정안 본회의 직권상정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지난해 12월 28일 열린우리당의 교육위원위 소속 의원들과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김원기 국회의장에게 사학법 개정안 본회의 직권상정을 요구하고 있다. ⓒ 남소연
작년 12월 사학법 개정이 결국 한나라당의 국회 단상 점거로 무산되었을 때 국회의장님은 "내년 2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2월 국회에서는 4월 처리를, 4월 국회에서는 6월 처리를 약속했습니다. 숫자만 바꾸는 고성능 녹음기나 앵무새가 아니면 이럴 수는 없습니다.

6월이 되니 이번에는 "9월 16일까지 합의하지 않으면 직권상정하겠다"고 온 국민 앞에 공개적으로 약속하였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간절히 추석선물로 사학법 개정을 바랐지만 또 다시 "10월 19일까지 합의를 하지 않으면 직권상정하겠다"로 날짜만 바뀌었습니다.

'이번에는 진짜겠지, 이번에는 약속을 지키겠지'하는 실낱같은 기대를 가지고 10월 19일을 맞았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기약도 없이 직권상정을 미루어 국민들을 우롱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혹시 의장님이 가지고 계신 국어 사전에는 '약속'이라는 단어가 '지키겠다고 해놓고 지키지 않아 사람들 골탕먹일 때 사용하는 거짓말'이라고 적혀 있습니까? 무덤에 가지고 가시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면 제발 그러지 마십시오. 국회의장님! 다음의 질문에 한번 답해 보세요.

지키지 못한 약속, 아이들에게 뭐라고 답하시겠습니까?

국회의장님도 손자가 있고 손녀가 있을 것입니다. 없으시다면 조카손자라도 있겠지요. 이들이 할아버지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할아버지, 약속은 지켜야 하는 거 맞지?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면 안 되는 거지? 지키려고 했는데 약속을 못 지키면 진심으로 사과를 해야 되지? 그리고 그 이유를 설명을 하고 용서를 빌어야 되는 거 맞지? 할아버지는 왜 말이 없어?"하고 물어오는 아이에게 뭐라고 답을 하시겠습니까?

한번 답해 보세요. 그리고 그 이유를 한번 설명해 보세요. 애초부터 지키지 않을 약속이면 하지를 말고, 약속을 했으면 지키든지, 그것도 아니면 지키지 못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용서를 빌어야 합니다. 어느 쪽인지 답해 보세요.

<font color=a77a2>[4월에도] 지난 4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3대 개혁입법 4월 국회 처리 촉구 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 그러나 이달에도 사립학교법과 국가보안법 폐지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4월에도] 지난 4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3대 개혁입법 4월 국회 처리 촉구 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 그러나 이달에도 사립학교법과 국가보안법 폐지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나라당과 사학법을 합의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사학법은 부패사학의 입장을 대변하는 안이고, 열린우리당의 사학법은 부패사학으로부터 피해받는 학생과 국민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안'이라고 합니다. 비유를 하자면 도둑과 경찰의 입장을 각각 대변하는 것입니다. 훔치려는 도둑과 잡으려는 경찰 사이에 타협이 이루어질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만약에 이 둘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밀실야합입니다.

한나라당은 사학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면서 자립형 사립고를 주장하고, 열린우리당은 공공성과 민주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면서 개방형이사제를 주장합니다. 경제력에 의한 교육차별이라는 비판은 제쳐두고서라도 자립형 사립고는 이미 시범실시가 진행 중이고 교육부에서 제도협의회를 만들어 도입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며 조만간에 결론이 날 것입니다.

자립형 사립고와 개방형 이사제는 어떤 공통점도 존재하지 않고, 둘 사이에 아무런 논리적 연관성이 없어서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의 전제 조건이 될 수 없습니다. 이는 논리학의 기초만 배운 초등학생도 압니다. 한마디로 '절대로 타협이 될 수 없는 것을 억지로 갖다 붙여서 시간끌기 하자는 정치적 꼼수'일 뿐입니다.

1990년 3당야합으로 탄생한 민자당은 사학법을 개악했고 2001년 제출된 민주당의 사학법 개정안은 국회 의석수를 무기로 하여 아예 국회 상정도 못하게 해서 폐기시켰습니다. 17대 국회에서도 단상을 점거해 버리고, 교육상임위원장은 사회를 거부하고, 상임위 회의에 전원 불참해 버리고, 스스로 한 합의도 하루가 안 가서 뒤집어버리는 한나라당을 보면서 아직도 사학법 합의를 기대하십니까?

다시 한번 말씀 드립니다. 한나라당이 해체하는 날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절대로 사학법 민주적 개정에 동의해 주지는 않습니다. 제발 한나라당과 사학법에 대한 그 근거없는 믿음을 버리십시오.

<font color=a77a2>[6월에도] 지난 6월 28일 오후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원내대표회담을 가졌으나, 사학법 합의처리가 무산됐다고 발표하고 있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임태희 한나라당 수석부대표와 무거운 표정으로 악수를 하고 있다.
[6월에도] 지난 6월 28일 오후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원내대표회담을 가졌으나, 사학법 합의처리가 무산됐다고 발표하고 있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임태희 한나라당 수석부대표와 무거운 표정으로 악수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식물국회'라는 조롱에 뭐라고 변명하시겠습니까?

사람들이 국회의장은 한 나라의 입법부의 수장으로 대통령, 국무총리에 이어 이 나라의 의전 서열 3위라고 하데요. 이 말이 사실인지, 그런 게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국회의장은 한 나라의 굉장히 높은 어른이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국회의장이 자꾸 스스로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서 '국회의장은 거짓말쟁이 양치기 소년'에, 더 나아가 사학법과 관련하여 '입만 열면 거짓말하는 사람'이라는 별칭으로 부른다면 뭐라고 변명하시겠습니까?

그리고 지난 몇 달 동안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고 있지 못한 교육상임위를 '뇌사위원회'라고 부르고, 사학법 개정안은 제출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대로인 것에 대해서 국회 전체를 '식물국회'라 하고, 나아가 '거짓말쟁이들의 집합소'라고 조롱하는 것에 대해서 뭐라고 변명을 하시겠습니까?

농담 속에 뼈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 농담 속에 들어 있는 국회와 의장님에 대한 국민들의 조소와 분노를 읽어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으로 한 나라 입법부의 최고 수장의 자격이 있습니다. 제발 더 이상 거짓말하지 말고 못하겠으면 못하겠다고 하십시오. 그리고 한나라당 입당하든지 아니면 물러나든지 하십시오. 오히려 그것이 정직한 행동이고 책임지는 자세입니다.

눈뜨고 볼 수 없는 사학의 꼴불견을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너무 많아 이루 다 쓸 수가 없으니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약속한 6월 이후에 벌어진 우리 사학의 참상만 보겠습니다.

<font color=a77a2>[9월에도] 지난 9월 13일 사립학교법 개정안 심사 기한을 앞두고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가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한 채 교육위원회가 끝이 나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합의를 지키라며 한나라당 의원들과 장외설전을 벌이고 있다.
[9월에도] 지난 9월 13일 사립학교법 개정안 심사 기한을 앞두고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가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한 채 교육위원회가 끝이 나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합의를 지키라며 한나라당 의원들과 장외설전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7월 아시아대학에서는 총장과 부총장이 교수채용 대가로 39억을 받아 동시 구속됐습니다. 교직원들은 1년째 월급을 못 받고 있었고, 학생 기숙사에 가스와 수도가 끊기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8월 강릉 영동대에서는 한 해 교비가 120억인 학교에서 전 이사장인 한보그룹의 정태수 일가가 70억을 횡령하여 기본적인 학교운영조차 어려운 지경에 있었습니다.

9월에는 편입학 대가로 학부모로부터 4억을 받은 학교장은 무죄선고를 받고, 아이를 맡긴 죄로 돈을 준 학부모들은 전원 유죄를 받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진 안양예고가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10월 현재에도 근무하지도 않은 학교에 근무하였다고 허위 경력을 기재하여 교장 노릇을 하던 사람이 9년만에 들통 나서 쫓겨난 경기도 한광고, 이사장이 학교를 단돈 2500만원에 팔아먹은 것이 드러나 특별감사를 하고 있는 고성 철성중, 이미 죽은 사람이 이사회에 참석하여 안건재청까지 하였다고 회의록에 등장하고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되어 징역 1년을 받은 이사장은 당연히 이사장직을 박탈당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광명 진성고 등 비리사례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최고의 목불인견은 단연 창원전문대입니다. 1년이 넘게 학교를 둘러싸고 부모 자식 간에 싸우다가 아들이 외삼촌과 손을 잡고 이사장인 어머니를 해임하고 학장인 아버지를 직위해제하는 가운데 이사회를 둘러싸고 경호업체를 동원하더니, 급기야 아버지와 어머니가 아들과 맏며느리를 고소하고 신문에 '내 아들을 처벌해 주십시오'라는 광고까지 내는 골육상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학법 개정을 미루는 사이 그들 부패사학은 사법부를 비웃으며, 교육계를 조롱하면서, 입법부를 냉소하면서 판을 치고 있습니다. 사학의 이 참상을 알고 계십니까? 모르고 있다면 귀가 막힌 것이고, 알면서도 '지둘려'를 반복하고 있다면 직무유기입니다. '국회의장님은 과거의 사학비리에 대해서는 무혐의일 수 있지만 현재의 사학비리에 대해서는 공범이고, 앞으로 일어날 모든 사학비리에 대해서는 주범'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인간에 대한 마지막 믿음까지 버리지 않게 해주십시오

과반수 정부여당이 일년만에 10% 지지율로 전락한 것도 우스운데 그 10%마저도 부담스러워하는 열린우리당에게 "아직도 사학법 개정이 최고의 민생 경제 살리기이자 최선의 개혁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살 길은 없다"는 말을 꼭 전해주십시오.

그리고 '부패사학 옹호당'에서 '비리사학 몸통당'으로 닉네임을 추가한 한나라당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사학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학교를 민주적 공동체로 만들자는 사학법 개정안을 "공산주의하자는 법"이라고 하는 '색맹'에게 무엇을 기대하겠습니까? 그래도 굳이 한 마디 하라면, 모든 사람과 사회가 붉은 색으로 보이는 것에 대해서 안과(眼科) 치료와 더불어 색깔 인지 시스템의 이상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서 뇌검사를 강력하게 권합니다.

<font color=a77a2>[10월마저도] 지난 19일 오전 김원기 국회의장의 주선으로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등이 국회의장실에서 만나 사립학교법 개정안 처리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10월마저도] 지난 19일 오전 김원기 국회의장의 주선으로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등이 국회의장실에서 만나 사립학교법 개정안 처리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박정호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짓는 가장 큰 죄는 '사람을 믿지 못하게 하는 것'이랍니다. 지금 국회의장님은 바로 그 죄를 범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이보다 더 큰 죄가 있을 수 없습니다. 한 사람도 아니고 온 국민이 사람을 믿지 못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인간이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린 세상은 얼마나 삭막하겠습니까? 이제 누구를 향해서 믿어달라고 호소하시겠습니까? 제발 이 큰 죄를 씻으십시오. 제발 인간에 대한 마지막 믿음까지 버리게 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러기 위해서 사학법을 반드시 직권상정하십시오. 그 약속을 지키면 됩니다.

고향을 지키시는 우리 부모님들의 말씀을 전하면서 이 긴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읽어주는 것뿐 아니라 실제로 행동으로 옮겨 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십시오.

"어부가 그물을 너무 오래 쳐 놓으면 그물 속의 물고기가 죽습니다. 농부가 벼를 너무 오래 놔두면 벼가 썩어서 농사를 망칩니다. 국회의장이 사학법을 너무 오래 국회에 처박아 두면 사학법이 누더기가 되고, 아이들의 가슴이 멍들고, 우리 학교와 교육이 망가지고, 이 나라의 미래를 망칩니다. 이제 그만 직권상정 그물을 거둘 때가 되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