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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박물관에서는 '탄자니아문화특별전'을 12월말까지 개최한다.
한양대박물관에서는 '탄자니아문화특별전'을 12월말까지 개최한다. ⓒ 유성호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한양대학교 박물관에서는 10월 21일부터 '탄자니아문화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한양대팀이 2003년 발굴한 탄자니아 이시밀라 유적의 석기시대 발굴 유물과 마사이족의 문화상을 소개하고 있다. 탄자니아 신석기 유물 발굴은 국내 고고학팀이 아프리카에서 실시한 최초의 발굴이다.

특히 마사이족은 탄자니아에서 고유의 전통을 온전히 유지하고 사는 유일한 종족으로 이번 전시회는 이들의 문화적 단면을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탄자니아 석기유적들. 전곡리 출토 주먹도끼와 닮았다.
탄자니아 석기유적들. 전곡리 출토 주먹도끼와 닮았다. ⓒ 유성호
전곡리 선사유적과 쏙 빼닮은 이시밀라 아슐리안 문화

이시밀라는 탄자니아의 남부 이링가(Iringa) 고원지대에 있는 전·중기 구석기 시대 유적이다. 이시밀라에 아슐리안 문화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전기 구석기 시대의 주먹도끼문화에서 유래했다. 프랑스 지명인 성 아슐(St. Achule)에서 양면으로 가공한 예리하고 납작한 주먹도끼가 발견된 까닭이다.

동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우리 나라의 경기도 전곡리 선사유적지에서 출토됐다. 수만 킬로미터나 떨어진 두곳에서 발견된 석기의 형태가 다소 다르지만 일면 참 많이 닮아 있었다. 동서양의 아슐리안 석기문화의 차이를 인종적 차이로 해석하는 부분도 있지만 한양대발굴팀은 이시밀라 유적 발굴을 통해 돌의 재질이 석기 형태를 좌우했다는 학문적 성과를 얻었다.

콘도아 지역 코로 바위지역 벽화 실물모형의 일부분.
콘도아 지역 코로 바위지역 벽화 실물모형의 일부분. ⓒ 유성호
선사시대 생활상을 담은 벽화 실물모형 전시

선사시대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살던 원시조상의 멋들어진 벽화를 실물 크기로 접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전시회에는 탄자니아 내륙 평원인 콘도와와 싱기다 지역에서 발견된 벽화를 실측해 실물 모형으로 만들어 관람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벽화는 전면이 널찍한 바위에 그려진 것이 보통인데, 특이한 것은 대부분 그늘에 그려졌고 붉은색 또는 흑백 채색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늘에 그려졌기 때문에 태양광의 노출이 적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보존이 양호할 수 있었다. 그 시대에도 그런 지혜가 있었던 것일까. 해답은 관람객의 몫이다.

원색의 구슬 장신구. 마사이족 문화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원색의 구슬 장신구. 마사이족 문화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 유성호
킬리만자로의 전사 마사이, 용맹과 원색의 미학

아프리카의 상징 킬리만자로 산을 두고 케냐 중앙고원에서 탄자니아 중앙평원, 나일강의 수원지인 빅토리아 호수까지 퍼져 살고 있는 마사이족. 아프리카 수많은 부족과 그들의 문화 가운데 가장 독특하고 원형 보존이 잘 된 대표적인 부족이다. 우리에게는 용맹의 상징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전시회에서는 마사이족 용사가 사용하는 화살, 방패 등 무기류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원색의 구슬 장신구 등이 선보인다. 열매 씨앗에 천연 염료를 사용해 만든 구슬 장신구는 우리의 인간 문화재와 같은 장인인 모히타 부인이 직접 만든 것이다. 지금은 플라스틱이나 유리 구슬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마사이족 주거문화와 복식.
마사이족 주거문화와 복식. ⓒ 유성호
마사이족에게 있어서 장신구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착용하는 양이 많아지고 가죽 허리띠의 경우 옷 위에 걸쳐서 여자 어린이의 허리를 교정하는 복합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다. 마시이 고유의 것은 아니지만 마콘데 조각도 접할 수 있다.

마콘데 조각은 재질이 단단하고 나무 중에서 유일하게 물에 가라앉는 흑단을 이용해 만든 목공예품이다. 이 조각이 발견된 탄자니아 남동쪽 모잠비크 접경지대인 마콘데 고원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는 탄자니아 문화가 아닌 독립전쟁을 피해 국경을 넘어 온 모잠비크인들이 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사이족 용사의 무기.
마사이족 용사의 무기. ⓒ 유성호
또 하나의 즐거움…이호신 화백 탄자니아 수묵화전

박물관 2층에서는 탄자니아 특별전에 때를 맞춰 이호신 화백의 '검은꽃 향기-한지에 담은 탄자니아'전이 동시에 열리고 있어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감흥을 주고 있다. 검은 대륙의 피부가 검은 사람들을 흑백의 수묵화로 표현한 이 화백의 그림은 평온함과 고즈넉함이 배어 있다.

수묵의 농담으로 평원을 그리고 때로는 먹과 원색이 어우러진 그네들의 표정과 생활상을 담아낸 작품들은 대부분 가로, 세로가 1m가 넘는 대작들이다. 그림 앞에 서면 시원스런 화폭에 담긴 아프리카의 진경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이번 특별전과 전시회는 올해 말까지 이어진다.

"박물관은 문화 놀이터"
[인터뷰] 배기동 한국대학박물관협회 회장

박물관은 문화 놀이터다. 그러나 박물관이 주는 고상한 이미지 때문에 방문객 저변 확대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특히 대학박물관은 일반인들의 이용도가 떨어지는데, 이는 학술적 이미지 때문이다. 이런 지적을 반면교사로 삼아 대학박물관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를 총괄한 배기동 박물관장(문화인류학과 교수)에게 대학박물관의 위상과 변화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한국대학박물관협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음악회, 미술전 등을 포함시킨 이번 전시회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듯이 인근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대학박물관은 기능적으로 볼 때 대학생들에게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실물을 통해 교육하는 교육기관이지만 박물관 수가 많고, 전국 각지에 고루 분포되어 있는 특성 때문에 실제 국공립 박물관이 없는 지역에서는 대학박물관이 그 기능을 대행함으로써 공적인 사회교육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는 공적인 사회교육기관이란 말을 강조했다. 발굴한 자료를 토대로 박물관을 특색 있고 다양하게 운영하면서 지역주민을 위한 강좌를 개설하는 등 사회교육기관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전시회 역시 주먹도끼 등 출토한 유물을 가지고 아프리카 선사문화와 현대 마사이족의 문화적 특징을 보여주기 위해 마련했다. 역사와 역사 사이의 간극이 아닌 그것을 채울 수 있는 행간을 보여줌으로써 일반 관람객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대학박물관은 숨겨 놓은 보물창고 같은 곳이다. 국보급 문화재가 수두룩한데, 찾는 이가 없기 때문에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대학은 대학대로, 학예사는 학예사대로 학생과 일반인들의 발길을 잡아끄는 '무엇'인가를 부단히 만들어야하는 숙제를 언제나 안고 있다. 그래서 대학박물관은 바쁘다. 그 숙제를 풀고 있기 때문에.

"박물관은 문화놀이터입니다. 지역 대학박물관의 행사를 꼼꼼히 살피면 귀중한 유물을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배 회장은 일반인들의 편안한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박물관 기행 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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