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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토요일 오후 5살부터 7살까지 250여명의 유치원생과 아빠,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도동 초등학교 운동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선생님을 따라 상대팀 응원을 합니다.
"○○가 이겨라… 힘내라."
"현재 누가 이기고 있는지 아니?"
"..."
아이는 말없이 고개만 저었습니다. 조금 뒤에 아버지와 함께 뛸 경기를 기대하는지 아이는 그냥 웃음만 짓고 말았습니다.
유치원 원장선생님이 아이들의 달리기 경기에 앞서 말합니다.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온 가족이 함께하는 운동회니까요. 일등도 꼴등도 없어요. 모두를 위해 금메달을 준비했어요. 아이가 달려오면 부모들은 아이들 꼭 안아주세요."
부모들과 아이들이 함께하는 율동, 아이와 부모가 함께하는 이인삼각 경기,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참여한 달리기 경기, 아이들의 난타공연과 마스게임, 모두가 금메달인 '힘껏 달려라', 그리고 가장 인기가 좋았던 오작교 건너기 등 승부보다는 아이와 그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내용들도 채워져 있었습니다.
필자의 초등학교 시절을 운동회를 돌이켜봐도, 목청높이 "청군(혹은 백군)이겨라" 외쳤고, 운동을 못하는 아이는 늘 응원석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점수를 위한 경쟁,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이유 없는 분노와 질투 등을 배웠던 것에 비하면, 아직 강요된 경쟁에 내몰리지 않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텔레비전 뉴스나 신문을 봐도 항상 무겁고, 갑갑한 내용들로 도배된 요즘의 현실에서 유치원 운동회에서 아이들과 가족들이 뛰어다니고, 웃는 모습은 짧은 시간동안 잔잔한 감동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