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삼성그룹의 법률팀으로 진출한 전직 검사(14명) 중 특수부 출신 등 기업 수사경력이 있는 검사가 10명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23일 이같은 내용을 밝히며 "삼성의 영입대상 1순위는 기업수사 경력이 있는 검사"라고 주장했다.
특히 노 의원은 "삼성이 유독 특수부 출신을 선호하는 것은 이들이 취득한 수사기밀이나 정보를 자신들의 방어논리에 쓰기 위해서"라며 "특정 기업의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이 퇴직 후 바로 그 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공직자윤리법 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검사시절 취득한 수사기밀, 고스란히 삼성에"
이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법조인들이 퇴직 전 3년 동안 담당했던 사건과 관련된 기업체에는 퇴직 후 2년간 취업할 수 없도록 했다.
또 퇴직공직자의 유관 사기업체 취업 제한 사유에 '영리사기업체 등이 당사자이거나 이와 직접적 이해 관계를 갖는 사건의 수사 및 재판 관련 업무'를 추가하는 등 검사와 판사, 헌법재판관 등도 공직자윤리법의 적용대상이 되도록 했다.
노 의원은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특정 기업의 수사를 담당했거나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검사에 대해 '취업제한 규정' 관련 조항이 없어 이를 규정하는 개정법률안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또 "삼성으로 취업한 검사들 중에는 과거 삼성 관련 주요 사건을 맡은 경우가 상당수 있으며, 이들은 수사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고스란히 삼성을 위해 바치고 있다"며 "또 실제로 삼성은 이들을 그룹차원의 핵심 소송에 변호인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사례로 노 의원은 지난 2002년 대검 검사(파견 광주지검 부부장 검사)로 있으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업씨 비리 수사팀에 속해 있었던 김아무개 전 검사(현 삼성 구조본부 법률팀 상무)를 꼽았다.
당시 수사팀은 홍업씨가 삼성그룹으로부터 5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에 기소를 하지 않았다고 노 의원은 설명했다.
이어 노 의원은 삼성에 취업한 또다른 전직 검사로 지난 2003년 서울지검 특수1부와 3부 부장검사으로 재직했던 서아무개 삼성 법무실장을 지목하며 "서 법무실장은 서울지검 재직 당시 특수2부에서 이재용씨와 관련된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의혹 사건을 수사중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노 의원은 "특수1부장 및 3부장의 직위는 특수부 전체 사건을 배당하고 보고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의 정보를 충분히 알 수 있는 위치"라며 "삼성이 서 전 검사를 영입한 이유는 바로 자신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정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검사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이었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이어 "5년 넘게 끌다가 얼마 전 1심 선고가 난 삼성 에버랜드 사건의 재판의 담당 변호인이 바로 삼성으로 영입된 이아무개, 김아무개 전 검사였다"며 "삼성은 과거에 자신들을 수사했던 특수부 출신 검사를 영입했고 이제 그 사람들을 보호막으로 활용하고 있음이 명백해졌다"고 강조했다.
"삼성 등 기업수사 경력 검사의 취업 제한한다"
노 의원은 "현행 '법원 및 헌법재판소 규칙'에는 '기업체가 당사자이거나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사건의 심리와 관계되는 업무'일 경우에 한해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며 "개정법률안은 판사, 헌법재판관 뿐만 아니라 검사까지 적용되도록 하는 공직자윤리법으로 격상했다"고 말했다.
특히 노 의원은 "이런 개정법률안이 이미 마련되었다면 이아무개, 서아무개, 김아무개, 이아무개 전 검사 등은 삼성 취업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개정법률안이 제정되면 앞으로 특정 기업의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이 바로 그 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의원은 이어 "기업으로 간 검사들이 수사 과정에서 얻은 기밀을 그 기업을 위해 유출하는 것을 막고 검찰수사의 중립성ㆍ독립성이 지켜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노 의원이 제출하는 개정법률안에는 강기정·김영춘·김태년·김태홍·김재홍·노웅래·박영선·서재관·송영길·신기남·안영근·양승조·오제세·우윤근·유기홍·유승희·유재건·이목희·이광철·이은영·이인영·이종걸·이호웅·이화영·정봉주·정성호·정장선·최성·최재천(이하 열린우리당)·고진화·권영세·박계동·박재완·안상수·이혜훈·홍준표(이하 한나라당)·강기갑·권영길·노회찬·단병호·심상정·이영순·천영세·최순영·현애자(이하 민주노동당) 의원 등 45명의 동료 의원이 서명,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