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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나라에서 최장 터널인 죽령터널(4.6km)
ⓒ 김영명
부산에서 설악산은 그리 만만한 거리가 아니다. 친구 부부와 우리 부부 네 사람이 부산을 출발한 시각이 오전 9시. 차 한 대에 동승한 우리 일행은 지도를 펴 놓고 의논을 한다. 거리가 비슷하면 아무래도 교통량이 적은 길을 선택하는 것이 운전으로 인한 피로를 줄일 수 있다. 그래서 결정한 노선이 서부산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남해안고속도로를 타다가 마산을 비켜 지나, 칠원분기점에서 구마고속도로로 달리는 길이다. 칠원분기점을 지나니 주변 들녘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고 한 켠으로는 가을걷이가 한창이다.

▲ 옥녀봉휴게소에서 바라본 남설악 단풍
ⓒ 김영명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면 곳곳에 긴급전화 박스를 발견하게 되는데, 저것이 지금도 잘 작동이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또 누가 저 걸 이용하는지 더 궁금하다. 잘 작동이 되고 있다면 관리를 잘 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요즘처럼 너도 나도 휴대폰을 지니고 있는 상황에서 구시대 유물이 되어 버린 긴급전화 시설을 유지 관리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서대구를 지나 중앙고속도로를 달리면 한결 마음이 느긋해진다. 교통량도 그리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주변 산세의 아름다움이 눈을 즐겁게 해 준다. 특히 치악 터널 주변의 산세는 수목과 어울려서 그려지는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우리 나라 최장 터널로 알려진 죽령터널(4.6km)을 지난다. 죽령터널은 경북과 충북의 경계선이기도 하다. 오늘이 10월 18일, 아직 고속도로 주변의 산들은 산 정상에만 나뭇잎들이 노랗게 물들어가는 게 보일 뿐이다.

▲ 운무가 밀려온 한계령휴게소
ⓒ 김영명
중앙고속도로의 홍천 나들목을 나와 44번 국도를 타고 인제 방향으로 차를 몰고 간다. 홍천에서 인제, 원통, 한계령, 그리고 양양까지 이어지는 44번 도로는 왕복4차선 도로로 확장하느라고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한계령으로 가는 차들은 대부분 이 도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가을철에는 교통정체가 심하다고 한다.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네'라는 군인들의 유행어가 나도는 인제 원통을 지나 한계리에 도착하니, 오후 4시 반을 지나고 있었다. 이곳은 군부대가 많이 주둔해 있는 곳이라 그런지 한계리 삼거리에는 경찰이 아닌 헌병교통초소가 서 있다. 삼거리에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잠시 망설이다가 교통정리 하고 있는 헌병에게 물었다.

헌병이 가르쳐준 대로 좌회전해서 계속 가는데, 이 도로는 46번 도로가 아닌가? 한계령으로 갈려면 44번 도로를 타야하는데,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되돌아 나오면서 그 초소에 그 현병에게 한 번 따져볼까 하다가 우리가 잘못 착각할 수도 있지 않았겠나 생각하고 그대로 돌려 나왔다.

▲ 오색그린야드 호텔
ⓒ 김영명
한계령으로 올라가는 고개 길은 주변이 온통 노랑, 주황으로 물들어 버린 가운데, 초록의 본색을 그대로 간직한 소나무가 점점이 박혀 있어 그렇게 고울 수 없었다. 또 가끔씩 나타나는 붉은 홍단풍나무도 우리를 황홀경에 빠뜨리게 충분했다. 고개 길 중간에 있는 옥녀탕 휴게소에서 설악산 단풍의 진수를 처음 접하면서 마음에 기쁨을 가득 담아두었다.

한계령 휴게소에 도착하니 짙은 운무가 몰려오면서 시야를 완전히 가려 버린다. 휴게소에서 바라다보는 남설악의 산세도 기막히게 좋다고 하는데, 날씨 운이 따라주지 않는 것을 어쩌랴. 그러나 오색으로 내려오는 길에 바람이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너울너울 춤을 추듯 떨어지는 빨강, 노랑, 주황의 잎새들의 황홀한 날갯짓을 볼 수 있었으니, 이 얼마나 큰 행운인가.

▲ 남설악 단풍
ⓒ 김영명
한계령 휴게소에서 양양 방향으로 8km 내려가면 오색온천에 다다른다. 오후 5시경 오색온천지구내 '오색그린야드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에 짐을 풀고는 곧장 온천욕으로 몸의 피로를 씻어낸다.

오색온천은 규모가 큰 온천으로 수온이 26.3 ~ 35.0℃의 강알칼리성 수소나트륨형 온천이다. 다량의 이산화탄소(co₂)와 중탄산(Hco₃)을 함유하고 있어서 가열하지 않은 온천수탕(탄산수탕)에 들어가 약 5분 가량 몸을 담그고 있으면, 기포가 생기면서 피부에 송글송글 들러붙는다. 약한 피부 부위는 약간의 따끔거리는 느낌을 받는다.

이와 같은 탄산 온천수는 우리 나라에서 드물어서 충북 충주시 앙성면에 있는 능암온천과 오색온천 두 군데 뿐이다. 그런데 이 온천수는 가열하면 탄산가스 성분이 증발하므로 데우지 않는다. 능암온천이나 오색온천에서는 별도로 마련된 탄산온천탕은 체온보다 온천수의 수온이 낮기 때문에 찬 물에 온천 목욕하는 느낌을 받는다. 찬 물, 더운 물 번갈아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사이에 피로가 싹 풀린다.

▲ 한계령 주변의 남설악 단풍
ⓒ 김영명
저녁 밥은 18km 떨어져 있는 양양시의 낙산해변가로 나가서 생선회를 먹기로 했다. 비가 부실부실 내리는 어두운 길을 자동차로 달렸다. 여러 횟집이 줄지어 서 있는데, 그 중 '부산자갈치'란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그 간판에 마음이 끌려 들어섰다.

넓은 홀에는 단체 손님 두 팀이 이미 식사 중이라 부산스럽다. 음식차림표를 보니 회 한 접시에 7만 원에서 8만 원이다. 부산 자갈치시장에서는 회 한 접시에 4~6만 원하는데,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8만 원 어치 회 한 접시로 네 사람이 먹을 수 있단다. 주 음식이 나오기 전, 따라 나오는 음식이 먹을 만하다. 산오징어회와 멍게, 그리고 미역국, 고동, 부추부침개 등 푸짐한 것이 주와 부가 뒤바뀐 느낌이다.

내일 아침에는 날씨가 좋으면 남설악의 주전계곡의 단풍과 용소폭포를 보고 백담사를 거쳐 외설악의 비선대, 귀면암 등 천불동 계곡을 오를 참이다.

덧붙이는 글 | 10월 18일부터 20일까지 강원도 단풍을 보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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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태어난 해: 1942년. 2. 최종학력: 교육대학원 교육심리 전공[교육학 석사]. 3. 최종이력: 고등학교 교감 명퇴. 4. 현재 하는 일: '온천세상' blog.naver.com/uje3 (온천사이트) 운영. 5. 저서: 1권[노을 속의 상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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