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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 아래서  노란색 꽃을 피어 올리고 있는 국화
사과나무 아래서 노란색 꽃을 피어 올리고 있는 국화 ⓒ 안서순
온통 국화다. 길섶에도 비닐하우스 안에도 사과나무 밑, 밭둑, 처마 밑에도 노랗고 붉고 흰 국화 천지다. 진한 향기를 내뿜는 꽃마다에는 꿀벌이 겨울을 나기 위한 마지막 농사를 짓느라 분주하게 들락거린다.

국화가 좋아 선친으로부터 숱한 꾸지람을 들어가며 가업인 사과나무를 캐내고 국화를 심었다는 한엄식씨(54.충남 서산시 고북면 가구리). 한씨가 만들어 놓은 국화밭은 1만여 평이 넘는다. 그 넓은 밭에 250여종의 각종 국화가 크고 작은 꽃망울을 피어 올리고 있다

피어 오르기 시작하는 노란 소국
피어 오르기 시작하는 노란 소국 ⓒ 안서순
'한농원', 한씨 스스로가 붙인 농장 이름이다. 이곳에서 올해는 '가을 이야기'라는 주제로 국화 전시회가 열린다. 전시회는 무료다. 한씨는 “국화꽃을 보러 와주는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다”며 입장료를 받아 전시회 소요경비에 보태라는 주변사람들 말에 극구 손사래를 친다.

한씨가 국화와 인연을 맺은 것은 그가 대학(건국대 원예학과)을 졸업한 1975년부터다. 그때부터 그는 국화에 미쳐 '국화 전시회'가 열린다면 전국 어디고 찾아다니며 새로운 품종을 마련하고 재배기법을 배워나갔다. 그러다보니 30년이 훌쩍 넘은 지금에는 국화에 관한 한 '박사'가 됐다.

한농원의 국화는 자연그대로 모습이다.
한농원의 국화는 자연그대로 모습이다. ⓒ 안서순
그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지금은 남들이 그에게 찾아와 기술을 배우고 꽃을 얻어가고 싶어 한다. 그저 국화를 가꾸는 게 재미있고 또 핀 꽃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해마다 '국화꽃 전시'를 하는 사람.

그가 가꾼 국화꽃은 특이하다. 식물일망정 억압해 인위적으로 모양새를 만드는 게 싫어 자연 그대로 크도록 내버려 두어 자연그대로 자라게 한 것이다. 최근 국화 전시를 한다하면 온갖 손질을 해 갖은 모양새를 만드는 등 최대한 손길을 가게 한 것은 흔한 데 비해 오히려 자연 그대로 크도록 한 국화는 보기 어렵다는 그의 설명이다.

비닐 하우스에는 수확하다 남은 포도송이와 관상용 박과 국화가 한데 어우러 진다.
비닐 하우스에는 수확하다 남은 포도송이와 관상용 박과 국화가 한데 어우러 진다. ⓒ 안서순
3000여 평의 사과나무 아래 마치 유채꽃처럼 노랗게 펼쳐진 국화밭은 구름같다. 그 위에 누우면 그대로 편안한 잠에 빠져들 것 같은 착각을 불러온다. '눈으로만 보세요', 노란 국화가 흐드러진 위로 서있는 사과나무가지에 조그만 패찰이 매달려 있다.

지난해 모 TV 방송국에서 취재를 한 기자가 "꽃도 보고 사과도 따볼 수 있다"는 보도를 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마구 몰려와 사과를 따가 1년 과수농사를 망친 뒤로 매달아논 것이다. 사과밭 옆의 비닐하우스(200여평) 3동에는 화초용 박이 주렁주렁 한 가운데 노랗고 붉은 국화가 제 빛깔을 내고 있고 드문드문 시화가 내걸려 있어 분위기를 돋군다.

비닐  하우스에는 드문드문 시화가 내걸려 잇어 한결 분위기를 돋운다.
비닐 하우스에는 드문드문 시화가 내걸려 잇어 한결 분위기를 돋운다. ⓒ 안서순
한 농원에는 군데군데 통나무를 잘라 앉을 수 있게 해 놓은 의자 말고도 박을 올린 초가지붕을 얻은 초당이 네 채나 있다. 또한 연인끼리 은밀하게 거닐 수 있는 오솔길이 몇 갈래나 나 있다. 저녁에는 곳곳에 전기불을 밝혀 낮과는 딴 세상을 만들어 보인다. 한씨는 "낮에 보는 것보다는 밤에 보는 것이 훨씬 분위기가 산다"고 귀띔한다. 한농원의 국화는 이달 말께 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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