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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5일 화장품 회사에서 준비한 가을 여행에 당첨이 되어 12월 입대하게 되는 대학생 아들과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까지는 엄마 아빠 손잡고 떠나는 걸 좋아했던 아이들이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친구들과 놀기를 좋아하더군요. 아들이 초등학교 졸업 후 단 둘이 떠나는 여행은 첨 있는 일이었습니다.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고 짝만 있으면 되는 여행, 생각만 해도 신나고 기분 좋은 일 아닙니까?
오전 9시 전주역 광장에 도착해서 1대의 차에 탄 전북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고운 딸과 오신 엄마, 20대 초반의 연인 등 처음 본 사람들이었지만 금방 친해졌습니다.
관광차는 1시간만에 논산 개태사에 도착했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7대의 차량에 탔던 사람들은 개태사 전경을 관람하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신비의 대형 솥(철확)에 손을 얹고 소원을 빌기도 했습니다(개태사는 국내 유일의 호국 사찰로 500인분의 밥을 지을 수 있는 신비의 대형 솥이 있음).
저도 아들이 군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올 수 있기를 기원했습니다. 그리고 개태사 입구에 있는 누렇게 익은 벼가 출렁이는 논둑을 거닐며 메뚜기도 잡았습니다. 아들은 메뚜기가 손에 똥을 쌌다고 발악(?)을 하더니 놀란 가슴을 한바탕 웃음으로 쓸어내리며 웃었습니다.
개태사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논산 음식점에서 먹었던 김치찌개 맛은 아침을 먹지 못한 허기를 든든하게 채워 준 별미였습니다. 다시 차를 타고 사과밭으로 갈 땐 포만감에 졸음이 오기 시작했지만 차창 밖으로 펼쳐진 수채화 같은 논산의 풍경은 놓치기 싫었습니다.
사과밭은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빨갛게 익은 사과들이 탐스럽게 매달려 있는 풍경에서 애쓴 농장 주인의 땀방울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참석했던 200여명의 사람들은 레크레이션 강사의 안내에 따라 사과밭으로 들어갔습니다. 한 사람 당 세 개의 사과를 땄고 사과나무 주변엔 꼭 꼭 숨겨 놓았다는 보물이야기도 했습니다.
보물은 찾지 못했지만 붉은 빛깔의 보송보송한 사과를 따는 손끝은 떨렸습니다. 차라리 그냥 바라만 보아도 아까운 과일이었습니다. 오묘한 멋과 때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아릿한 정을 느낄 수 있었던 사과 따기 체험은 그동안 돈만 주면 살 수 있다고 생각했던 속좁음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전문 강사의 진행으로 1시간 넘게 진행되었던 레크레이션은 아주 특별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대학생 아들과 짝이 되어 게임을 즐길 기회가 언제 또 있을까요? 소극적이라고 생각했던 아들이 무대에 나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 또한 내겐 설렘이었고 아들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비록 잘하는 실력은 아니었지만 못 미더워했던 어미의 가슴을 쿵쿵거리게 했고, 듬직한 모습에 뜨거운 눈물을 안겨주었으니 이보다 값진 선물이 어디 있겠습니까?
각 지역 대표들이 보여 주었던 장기자랑 또한 상큼하고 발랄하고 정열적이었습니다. 수줍어하지 않고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용기가 예쁘고 사랑스러웠고 뛰어난 재능이 놀라워 손이 아프도록 무대를 향해 박수를 쳤습니다.
마지막 단체 게임은 동심의 세계에 빠져 들었던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팀은 이긴 팀 뒤로 줄을 섰고, 그렇게 계속해서 하다 보니 하나의 원이 되어 손과 손을 잡고 따스한 체온을 서로에게 전해주었습니다. 지금도 그 흔적이 내게 남아 있습니다.
오후 4시 30분 사과밭 일정은 끝났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모두에게 화장품 회사에서 푸짐한 선물 꾸러미를 주었습니다. 관광차 유리창 밖으로 노란 티셔츠를 입은 화장품 회사 직원들이 아쉬움을 접으며 흔들어 주던 손 인사가 가을향기 속으로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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