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기적이 당신에게 생기길 바랍니다."
"국민들이 이 억울함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대한민국 아버지들이 함께 기도하고 아들의 손을 놓지 않을 것입니다."
| | | "신문, 방송은 왜 안 다루나요" | | | | 노충국씨의 가슴아픈 사연은 인터넷을 눈물과 감동의 바다로 만들었다.
네티즌들의 뜨거운 호응을 반영하듯 <네이버>, <다음>, <네이트>, <엠파스> 등 포털사이트들이 <오마이뉴스> 관련 기사를 잇따라 주요 뉴스로 배치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메인화면에서 내리지 말라"는 요구까지 할 정도이다.
그러나 이번 '뉴스'를 다른 언론에서 보기는 힘들다. <조선닷컴>이 24일 <오마이뉴스>를 인용보도한 것 외에 주요 매체들이 다루지 않기 때문. 네티즌 한재균씨는 "오마이뉴스를 제외한 타 방송, 신문사들은 왜 언급조차 없느냐"고 물었다. | | | | |
2005년 '행동하는 네티즌'의 힘은 역시 컸다. 눈물과 분노로 인터넷을 출렁이게 만든 28세 청년 노충국씨의 위암 말기 투병소식이 네티즌들의 성금 물결로 이어지는 가운데 또하나의 '작은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네티즌들은 군병원에서 위궤양 진단을 받았지만 제대 보름만에 위암4기 판정을 받아 시한부 삶을 살아가고 있는 노씨의 안타까운 투병기가 <오마이뉴스> 보도로 알려지자 "노충국을 살려내자"며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첫 보도가 나간 24일부터 <오마이뉴스> '좋은기사 원고료주기'를 통해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기부하기 시작한 네티즌들의 참여 열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25일 오후 1시경 500만원을 훌쩍 넘더니 26일 아침엔 700만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성금을 낸 네티즌도 1000명에 이르렀다. 1회 기부금액 한도가 너무 적다는 독자들의 의견에 따라 <오마이뉴스>는 3만원까지 낼 수 있도록 긴급 조정했다.
<오마이뉴스>는 25일 오후 노충국씨 아버지 노춘석(62)씨에게 네티즌들이 이틀간 모은 성금 중 500만원을 먼저 전달했다. 노춘석씨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제가 (그 돈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너무 고맙다"고 밝혔다. 예상하지 못한 네티즌과 시민들의 성원, 격려가 무엇보다 큰 힘이 되고 있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자식 군대 보낸 부모들 "내 일이다"
특히 이번 '좋은기사 원고료주기'에는 군대에 가족을 보낸 이들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그중에서도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이 아버지 노춘석씨의 눈물에 가슴을 적시며 성금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부모들은 무엇보다 정부가 대책수립과 군 의무제도 개선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아이디 '산바래'는 "아들이 대학 2학년 마치고 군에 간다고 하는데 걱정과 불안이 앞선다"면서 "군의 의료시설과 복지시설이 개선돼 부모들이 마음놓고 군에 보낼 수 있으면 좋으려만"이라는 바람을 전했다.
박혜숙씨도 "얼마 후면 자식을 군에 보내야 하는 엄마로서 너무나도 안타까워 가슴이 저린다"며 노충국씨와 아버지 노춘석씨를 도울 방법을 문의했다. 아이디 'pilot'는 "아버님의 충혈된 눈이 너무 가슴 아프다"면서 "내 일 같고 내 아들 일 같다"고 말했다.
'아픈 마음'이란 아이디로 '좋은기사 원고료주기'에 참여한 네티즌은 "우리 아들도 군에서 폐렴으로 많이 아팠습니다. 최악의 열악한 환경에 우리 아들들이 방치되어 있습니다. 남의 일이 아닙니다. 군에 아들을 보낸 모든 대한민국 부모들의 일입니다"고 밝혔다.
예비역들의 참여도 활발한 가운데 노충국씨 군 동료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동기 변민규씨는 노충국씨 쾌유를 비는 글을 <오마이뉴스>에 보내왔고, 선임병이었던 구본호씨는 댓글을 통해 당시 군복무 환경의 열악함을 전했다. 구씨는 "충국이가 병원으로 외진 가는데 왜 한달 이상 걸린 지 아느냐"며 "일정 수의 외진환자가 모이지 않으면 보내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노충국씨 학교 동창생 등 지인들의 문의도 끊이질 않았다. 고교 동창생 김정섭씨는 "어느 순간 소식이 없어서 물어보니 군대 갔다는 얘길 들었다, 그런데 이런 비보를 접하고 너무 놀랐다"면서 5명의 친구들이 휴가를 내고 26일 직접 찾아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포털사이트 <다음>에는 노충국씨를 살려달라는 네티즌 청원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아이디 '고인돌'이 24일 발의한 '위암말기 청년 살려주세요'라는 청원에는 26일 새벽 현재 7400여명의 네티즌이 서명에 참여했다.
'고인돌'은 "군 당국은 늦었지만 치료비 전액을 지원하고 군에서 얻은 병이니까 그 가족에서 충분한 보상을 해주라"며 "제대했다고 방치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국적을 포기해서라도 군에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보상과 더불어 군에서도 전문적인 의료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 | | "이러면 누가 자식을 군대 보내려고 하겠냐?" | | | 아들 군대 보낸 한 어머니의 절규... "세금 걷어 어디에 쓰는가" | | | | "세금을 걷어서 도대체 어디에 쓴대요? 돈 있는 국회의원들 월급주는데 쓴다고 그런답디까? 도대체 나라 지키려고 입대했던 애를 이렇게 만들어놓으면 누가 자식을 군대에 보내려고 해요?"
노충국씨 사연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던 25일 <오마이뉴스> 사무실로 한 여성이 전화를 걸어왔다. 경기 광주에서 부동산업에 종사한다고 밝힌 이아무개(49)씨는 "<오마이뉴스> 기사를 보고 천갈래 만갈래 가슴이 찢어졌다"고 절규했다.
이씨는 자신의 아들도 올해 입대해 강원도 화천지역에서 군 복무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딸이 어제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라서 얘기를 하더라"며 "도저히 볼 용기가 나지 않아 참다가 오늘 기사를 읽었는데 기가 막힐 지경"이라고 울음을 토했다.
이씨는 "총기사고 일어난 게 언제라고 또 이런 일이 생기느냐, 그 사고를 누가 책임이라도 졌느냐"며 "결국 내 자식 내가 책임지지 않으면 가족만 고통받게 되지 않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높은 사람들, 있는 사람들은 유학 보내 빼돌리고 군대 안보내 빼돌리고 하는데 자식 군대 보낸 부모는 무슨 죄냐"고 물은 뒤 "건강한 애들이 나라 지키기 위해 군대 갔으면 나라가 건강관리라도 챙겨줘야 할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씨는 "노충국씨 아버지 마음이 지금 어떻겠는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애를) 보내주기만 했어도 될 걸 건강한 아들을 왜 저렇게 만들었느냐"며 군 당국을 성토했다. 이씨는 "아버지가 돈을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아들 치료하도록 보내만 줬어도, 내보내기만 했어도..."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이씨는 아버지 노춘석씨의 눈물 흘리는 모습을 잊을 수 없다며 조금만 힘이라도 보태기 위해 성금을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군대에 아들을 보낸 같은 부모로서 이씨가 흘리는 눈물은 노춘석씨의 눈물이자, 동시대 우리 부모들의 뜨거운 자식 사랑이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