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로 행복을 가꾸는 학교'를 표방하는 경남 합천의 대안학교 원경고등학교에서 2학기 마음공부 전일제 훈련을 열어 깊어가는 가을 속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성숙해가는 귀중한 시간들을 가졌습니다.
학교 주변의 너른 들판에선 이미 추수를 끝내어가고 지난봄에 도시 아이들이 모내기에 도전했던 학교 뒤의 실습 논에서도 추수가 끝나서 벼를 말리고 있습니다. 가을걷이에 따라 점점 비어가는 들녘을 보며 한 해 동안 지어놓은 사람농사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됩니다.
성현께서도 말씀하시기를 “사람의 육신 생활상 직업 강령으로 사농공상이 있거니와 정신생활에도 사농공상이 있나니, 선비로는 도덕을 배우고 가르치는 도학의 선비가 제일가는 선비가 되고, 농사로는 인재를 기르는 사람 농사가 제일가는 농사가 되고, 공장으로는 마음을 개조시키는 마음 공장이 제일가는 공장이 되고, 장사로는 정법을 받들어 세상에 전파하는 법의 장사가 제일가는 장사가 되나니라” 하셨는데, 모름지기 가을이 되면 자연의 조화로 인한 결실에 걸맞게 도학교육과 사람농사와 마음공장과 법장사가 잘 이루어져 세상에 이로움이 많았는지, 혹 적자가 나지는 않는지, 밭을 묵혀 두지는 않았는지 살펴보아야 할 일입니다.
그래서 원경고등학교는 매년 두 차례씩 전일제 마음공부 훈련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 훈련이 단순한 행사로 끝나지 않기 위해 매주 2시간 마음일기 기재와 1시간 마음공부 원리 학습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10월 25일에 시행한 전일제 마음공부 훈련도 그러한 일환으로 이루어졌는데, 다함께 하루를 잡아 심성계발을 위한 마음공부 훈련을 교내에서 가지며 이 가을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한 노력을 소박하게 하였던 것입니다.
때로 훈련이란 용어를 불쾌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듯합니다. 창의성을 강조하고 중하게 생각하는 분들일수록 더 그러한 것 같습니다. 또한 훈련이 다분히 획일성과 강압성을 기반으로 한 군대식 용어라는 선입견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에 훈련하지 않고 이루어지는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훈련은 익히는 것입니다. 하고 하고 또 하여서 절로 절로 되어질 때까지 하여 몸에 익히는 것이죠. 어떠한 교육도, 어떠한 예술도, 어떠한 작업도 훈련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아니 되는 것입니다. 창의성도 정성스러운 훈련의 결과입니다.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돈오(頓悟)도 점수(漸修)의 과정 없이 이루어지는 법이 없으니까요.
이번 2학기 마음공부 훈련은 ‘참 나를 만나고 은혜를 느끼자’는 훈련 주제를 정하여 아이들에게 숙지시키고 아이들을 모두 6개 단(團)으로 나누어 미리 단장을 선출하고 단 이름과 단 구호를 만들어 발표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었습니다. 이 6개의 단에 맞추어 프로그램도 ‘선과 명상’, ‘40배 절하기(나의 염원)’, ‘마음일기 나누기’, ‘부모 은혜 느끼기’, ‘장애 체험-장님 인도하기’, ‘친구 사랑하기’ 등 6개로 분화하여 아이들에게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였습니다.
‘선과 명상’은 아이들에게 명상 음악과 다도를 통해 참 나를 만나는 체험을 하도록 하였고, ‘40배 절하기’는 각자가 소원하는 바를 정해 놓고 그 소원을 염원하는 절하기로 아이들에게 염원을 실현하는 간절함을 체험하게 하였으며, ‘마음일기 나누기’는 일기로 기재한 각자의 마음을 발표하여 마음으로 만나는 시간을 가지게 하였습니다.
또한 ‘부모 은혜 느끼기’는 부모 은혜와 관련한 법문을 함께 읽고 묵상한 후에 부모님께 편지 쓰기를 하도록 하였고, ‘장애 체험’은 장애물을 설치해 둔 운동장에서 눈을 가리고 노끈 하나로 인도하는 친구를 따라 가는 ‘장님 인도하기’ 체험이며, 끝으로 ‘친구 사랑하기’는 친구의 몸을 안마와 놀이를 통해 편안하게 하여 친구의 소중함을 표현하게 하는 체험입니다.
아이들은 단장의 지도에 따라 각 과정별로 순회하며 참가하였는데, 놀랍도록 정확하게 시간을 지켜 과정 활동에 전혀 무리를 주지 않았고, 훈련 주제와 단 구호를 제창하는 것이 무척 절도가 있었으며, 참여도 적극적이어서 진행하는 선생님들을 흡족하게 하였습니다. 다만 여섯 개 단을 맞이하여 과정 체험을 하게 하는 선생님들은 매우 힘이 들었는데, ‘선과 명상’을 맡은 선생님은 다도 체험을 위해 계속해서 차를 달여야 했으며, 40배 절하기를 맡은 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 절하느라 240배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아이들의 심성 계발 체험을 마치고 나서 선생님들도 따로 모여 그동안 아이들과 만나면서 겪은 바를 기재한 마음일기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마음일기를 발표하고 감정을 받는 동안 선생님들은 각자 가지고 있는 고민도 알게 되고, 겉모습만으로는 알 수 없는 마음도 엿볼 수 있게 되어 스스로 깊어지고, 서로 소통하는 체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은 형체가 없어 다분히 추상적이어서 자칫 재미없고 따분해지기 쉬운 마음공부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체험하게 하니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기쁨과 즐거움이 커졌습니다. 참 나를 만나고 은혜를 느끼며 아이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따뜻하게 열어가겠지요.
교정의 느티나무는 더욱 붉어지고, 은행나무는 더욱 노랗게 변하여 푸른 하늘을 만나고 있습니다. 푸른 하늘이 있음으로 해서 나무가 더욱 아름다워지는 것 같이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맑은 마음이 푸른 하늘처럼 우리들의 삶을 아름답게 하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