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가슴이 뭉클하다가, 때로는 배시시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시골의사 박경철은 사람을 살리는 의술뿐 아니라 웃기고 울리는 능력도 탁월하다.
'시골의사의 블로그...'(http://blog.naver.com/donodonsu.do)라는 타이틀로 인터넷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는 그는 현재 안동에서 병원을 개업하고 있는 말 그대로 시골의사다. 또한 의대 재학시절부터 주식에 관심이 많아 주식관련 원서를 50권 이상 독파하고 10여 년에 걸쳐 이론과 실전을 겸비한 주식투자의 고수이자, 명강사이기도 하다.
아이가 아프면 병원에 바로 가면서도 정작 어른이 아프면 약 사먹는 것으로 그칠 때가 많다. 병원에 가면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번거롭다는 것도 이유 중의 하나지만, 보다 더 큰 이유는 1시간 기다려서 5분, 심지어는 2~3분 만에 끝나는 무성의하고 기계적인 진료에 넌더리가 나서일 것이다. 대기자가 많으니 설명도 사무적일 수밖에 없을 테고, 그 서슬에 눌려서 궁금하여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도 입 다물고 나오게 된다.
여기 이 책에 나오는 시골의사의 진료실에 가면 느긋하게 인사하고, 진정으로 배어나오는 염려와 함께 자상한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혼자가 아니어서 행복한 우리 이웃들의 인생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에 이어 '죽도록 사람답게 살아가는 법을 알아가며'라는 부제의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2>에는 시골의사 박경철이 '의사'라는 삶을 선택하면서 알게 된 소중한 인연들의 희로애락과 생명에 대한 성찰, 어울려 살아가는 인생의 기쁨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27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서러운 첫사랑의 인연으로 고뇌했던 친구의 이야기, 불의의 교통사고로 남편과 아이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난 아내가 진혼제에서 무당의 입을 빌어 "성희아빠, 재혼해서 우리 성희 잘 키워요"하고 떠나가는 이야기, 암벽등반을 하다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아들을 살려내어 끝내 정상인으로 회생케 한 절절한 부정, <윌컴 투 동막골>처럼 깊고 깊은 산골에서 인민군에 의해 유린되어 낳은 맹인아들을 가슴 속에 얼음덩이를 지닌 채, 평생 아들을 외면했던 어머니의 시신 앞에서 서럽게 우는 아들의 오열, 머나먼 베트남에서 무려 이십여 년 차이가 나는 남자에게 시집와서 낳은 두 살배기 아들을 하늘로 떠나보내고, 식음을 전폐한 젊은 어머니의 슬픔에서 읽는 사람은 눈물을 줄줄 흘릴 수밖에 없다.
밖에서는 풍채 좋고 매너 좋기로 칭송이 자자한 할아버지에게 평생을 거의 매일 습관적인 손찌검을 당하며 살아온 칠순 할머니의 이야기에서는 화를 내면서 '결혼의 인연과 의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너, 나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어디 10층에서 뛰어내려봐!"라는 여자친구의 말에 앞뒤 안 가리고 뛰어내린 고등학생 이야기에서 어설프기만 한 철부지의 사랑과 용기에 헛웃음을 짓고, 흉부외과 레지던트 1년차의 실수로 농양수술을 하지 않고도 회복된 환자이야기, 고단하고 배고픈 레지던트의 직원식당 계란서리 이야기는 웃음을 지어내게 한다.
신장의 종양이 퍼져 하늘로 떠난 다운증후군 아이 정수의 '아프다'는 신호를 '밥 안 먹었니? 배고파?'라고 친절을 가장한 회피로 발병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자책, 진료를 모두 꺼리는 나환자촌 거주자들의 병원 방문을 받아들였다가 내원 환자들의 감소를 이유로 후회하는 위선에 대한 정직한 반성, 유방암일지 몰라 애태우다 조직검사 결과 악성이 아니라는 환자의 소식에 내 일처럼 기뻐하는 순수함에서는 인간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시골의사의 인간미에 감동하게 된다.
우리 모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우리가 지나온 삶의 흔적들, 살아오면서 만난 또 앞으로 살아가며 만날 수많은 인연들을 그냥 스쳐지나가는 바람처럼 여기며 살아갈 것인지, 사랑으로 승화시키며 살아갈 것인지,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책이다.
덧붙이는 글 | 도서명 :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2
지은이 : 박경철
출판사 : 리더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