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식은 다소 부족했지만 지극히 성실하였고, 지독히 구두쇠인 덕택에 어느 정도 살만한 중년아저씨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제일 좋은 대학, 최고 학과에 입학하여 자랑스럽게 여기는 조카가 집에 놀러왔습니다.
입학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오래간만에 거금(?)을 투자하여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였고 가족들과 맛있게 먹고, 술도 한잔 나눠 마셨습니다. 적당히 술기운이 오르자 좋은 학교 입학한 조카를 무척 자랑스러워하였지만 삼촌으로서 평소에 아무 것도 해 준 게 없었던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오래간만에 삼촌의 허세도 부릴 겸, 호기 있게 지갑에서 10만 원짜리 수표 한 장을 꺼내어 용돈이라며 조카에게 주었더니 수표를 본 조카 한편으로는 너무 놀라워하고, 한편 무척 좋아하면서 엄지손가락을 세우고는 “삼촌, 파이팅”을 외쳤습니다.
그걸 보고 있던 마누라. 평소에 노랑이의 남편에게 약간의 불만이 있던 마누라는 “노랑이인 당신이 웬일이유!”라며 야유를 보내자 내친 김에 “기분이다. 당신도 한 장”이라며 수표 한 장을 더 꺼내어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마누라 역시 너무나 기뻐하며 “당신, 멋있다”를 연발하고 뽀뽀를 해주는 등 너무나 화목한 분위기가 저절로 연출되어 그 날 저녁 모두 너무 너무 재미있어 하였고, 흐뭇해하였다고 합니다.
술 깬 다음날, 지갑을 본 그 친구 아차, 10만원을 준다고 한 것이 100만 원짜리 수표를 줘 버렸던 것이었습니다. 그제야 “어제 준 것 무효”라고 외쳤지만 전혀 효력이 없어 그 부족분을 메우느라 한동안 고생했답니다.
그 아저씨 학교 다닐 때 숫자 헤아리는 방법을 조금만 더 신경 써서 배웠더라도 그런 실수는 하지 않았고, 고생도 덜 하였을 텐데.
동양에서 숫자 헤아리는 방법은 만(萬), 억, 조, 경, 해,… 이렇게 4자리씩 끊어 나갑니다. 그래서 만(萬)에서 만(萬)을 곱하면 억이요, 억에서 만을 곱하면 조, 조에서 만을 곱하면 경이 되는 것입니다.
서양에서는 3자리씩 끊습니다. 천(thousand 1,000)을 기준으로 천을 곱하면 백만(million 1,000,000)이요, 백만에서 천을 곱하면 10억(billion 1,000,000,000)이고, 10억에서 천을 곱하면 1조(trillion 1,000,000,000,000)…로 이어집니다.
1,000(천 thousand)
1,000,000(백만 million)
1,000,000,000(십억 billion)
1,000,000,000,000(일조 trillion)
자기앞수표는 ₩100,000(금일십만원정)처럼 앞부분이 아라비아 숫자부터 적혀 있으므로 금액을 한 눈에 알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우리들이 많이 사용하는 수표는 십만 원짜리와 백만 원짜리 수표인데 이 둘은 모양과 색깔이 비슷하여 가끔 혼동하기도 합니다.
'일, 십, 백, 천…'으로 헤아리지 않더라도 십만과 백만을 쉽게 구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1 다음에 콤마가 찍혀 있는가, 없는가를 확인하면 됩니다. 1 다음에 콤마가 찍혀 있으면 백만이요, 없으면 십만입니다.
가계수표에 금액을 적을 때도 '일, 십, 백, 천…' 의 뒷자리부터 동그라미를 그려오면 나중에 칸이 비든지, 모자라든지 하여 낭패를 봅니다. 자! 지금부터 미래에 부자가 될 자신을 위해 숫자 써는 법을 공부해 봅시다.
백만 원을 적을 때는 과감하게 1 쓰고 콤마 찍고, 동그라미 세 개 적고, 콤마 찍고, 동그라미 3개를 적습니다. ₩1,000,000 ── (금일백만원)
십만 원을 적을 때는 1 쓰고 콤마 없이 동그라미 2개 적고, 콤마 찍고, 동그라미 3개를 적습니다. ₩100,000 ── (금일십만원)
천만 원이라면 ₩10,000,000 ── (금일천만원)
잘 배워 곤란을 겪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저의 책 '수학하고 한번 놀아봐'에 발췌하여 약간 수정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