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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따르릉."

주말에 대기업 면접이 예정되어 있는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시간가량 심층 면접 클리닉을 끝내고 자리에 앉자마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전화벨이 울린다.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종합고용안정센터 000입니다"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선생님. 000입니다. 저 취업했어요. 축하해 주세요"라는 들뜬 목소리가 들린다.

"우와, 축하드려요. 꼬옥 되실 줄 알았어요. 잘 됐네요."

순식간에 몸과 마음이 박꽃처럼 열린다.

"모두 선생님들 덕분이에요. 이력서, 자기소개서 쓰는 법도 가르쳐 주신 대로 했고, 면접 볼 때도 자신감있고 당당하게 장점을 최대한 드러내라고 하셨잖아요. 그대로 했더니 됐어요. 내일부터 출근해요. 고마워서 발표가 나자마자 전화드렸어요."

전화선을 타고 기쁨에 겨워하는 구직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렇게 전화해주셔서 제가 더 감사해요. 취업하시려고 그동안 열심히 노력하셨잖아요. 결실을 맺게 되어 기뻐요. 일하시다 힘드시거나 어려운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 지 전화주시구요. 혹시 주변에서 취업 때문에 힘들어 하시는 분이 있으면 그때도 연락 주시구요. 아셨죠?"

전화를 걸어온 구직자는 39세 기혼여성이다. 그녀는 결혼 후 전업주부로만 살았다. 남편과 아이들 뒤치다꺼리에 하루해가 짧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해 그림자가 길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동네 아주머니들과 어울려 노는 것도 하루 이틀, 이것저것 배우러 다니는 것도 목표가 없으니 이내 싫증이 났다. 시간이 흐를수록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조바심에 애를 태웠고, 무작정 일자리를 찾아 나서자니 세월의 간극이 너무 넓었다. 이대로 살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되겠다 싶어 직업훈련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직업훈련과정이 끝나갈 즈음 수료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취업전략에 대한 특강과 직업 상담을 받다가 나와 만나게 됐다.

"이력서·자기소개서는 결혼 전에 딱 한번 써봤거든요. 어떻게 쓰는지 엄두가 나지 않아요."

막상 취업을 하고 싶어 직업훈련을 받긴 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이라고 했다.

"이력서는 우리 신체기간 중 어디에 해당이 될까요?"
"얼굴이요."
"그렇죠. 바로 얼굴이죠. 지금부터 저희랑 같이 써가는 방법을 찾아가다보면 자신 있게 쓰실 수가 있을 거예요."

클리닉을 시작한 다음 날 그녀는 밤새워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써 가지고 왔다. 고심한 흔적이 그대로 묻어나는 이력서·자기소개서였다. 내용은 물론 형식까지 꼼꼼하게 다듬어 가는 작업을 네 다섯 차례 반복했다. 종이 한 장에 자신의 능력과 장점들을 표현해내는 방법들을 터득해 가면서 서류전형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면접연습 또한 열심이었다.

그녀는 마흔이 다 된 기혼여성이 취업에 성공하려면 젊은 사람보다 열 배, 스무 배 노력을 해야 된다며 매사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더니 드디어 취업이 된 것이다.

"저처럼 취업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에게 앞으로도 좋은 길잡이 역할해 주시구요. 특히 이력서· 자기소개서, 면접 보는 법을 체계적으로 알려주셔서 감사드려요. 물고기를 잡아서 먹여주는 것보다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평생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잖아요. 그런 것처럼 취업을 하는 방법을 알려줘서 고마워요."

몇 번을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그와 통화를 끝낸 내 마음속에 긴 여운이 남는다.

▲ 인생은 빼기가 아닌 더하기 책자 표지
ⓒ 이명숙
취업을 하고자 하는 구직자들 대부분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써야 할지 난감해 한다. 특히 그처럼 주부나 고령자같은 나이 드신 분들은 더 그렇다. 구직자들의 고민을 누구보다 더 잘 알기에 어떻게 하면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 고민 하던 중, 그동안 집단상담프로그램에 참가하였던 구직자들의 사례를 모아 취업가이드북 성격의 <인생은 빼기(-)가 아닌 더하기(+)Ⅱ>라는 책자를 발간하게 되었다.

구직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이력서·자기소개서 작성방법과 면접 준비 요령 등을 취업에 성공한 구직자들이 작성한 다양한 견본을 통해 생동감 넘치고 알기 쉽게 제시했다.

현장의 소리가 그대로 살아있는, 취업을 하고자 하는 분들의 열의가 그대로 묻어나는 이 한 권의 책자가 그녀처럼 일자리를 찾고자 하는 분들에게 부족하나마 따뜻한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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