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5일 고려대학교 국제회의실에서는 이중언어학회 주최의 '한국 내 이주외국인의 이중언어교육'이란 제목의 학술대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는 이주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울 때의 어려움을 호소했고, 한국어를 배워야 할 절박성을 얘기했으며, 이주외국인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는 한국은 찾아가서 가르쳐줘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한류열풍이 분 이후 중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에서는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정이 뜨겁다고 한다. 이런 때에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을 추어주고 돕기 위해 한글학회가 벌이는 '우리 말글 자랑 큰잔치'가 벌써 7번째가 되었다.
10월 30일 일요일 아침 10시부터 늦은 4시 30분까지 진행된 발표대회 본선에는 참가자만 무려 56명이나 되었다. 여기엔 중국 19명, 몽골 11명, 일본 10명을 비롯하여 네팔, 대만, 러시아, 미국, 베트남,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인도, 카자흐스탄, 필리핀 등 15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참여했다.
이중 한국문화체험담을 얘기한 까말 하산(방글라데시)은 아기를 왜 등 뒤로 업을까 생각해봤는데 알고 보니까 아기를 업고 일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폭탄주 등 건전하지 못한 술문화를 비판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몽골에서 온 마르갓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김치'라는 제목의 발표를 하면서 '김치 없으면 난 못 살아!'란 노래로 시작하여 온 가족이 잘 먹는다고 자랑한다. 그러면서 김치를 담그는 방법을 가르쳐주겠다는 제안까지도 했다.
미국서 온 고려대 서창캠퍼스 영어강사인 데이비드 락키는 '친환경적 국립 자연휴양림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한가위에 무주 덕유산 자연 휴양림에 다녀온 이야기를 했다.
"무주 자연휴양림에 갔습니다. 추석날 식당에서 닭으로 만든 백숙을 주문했는데 너무 맛이 있어서 돼지같이 혼자서 4인분을 거의 다 먹고 배가 아팠어요. 또 식당의 가족들이 저에게도 송편을 나누어 주어서 따뜻한 마음도 느꼈어요."
중국에서 한국에 한국어 연수를 온 주손원은 '빛나는 한글'이란 제목으로 한글을 극찬했다.
"저는 한국에 와서 한국의 빠른 인터넷 속도에 놀랐습니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니 그 이유는 바로 한국에는 정보의 전달력이 탁월한 한글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글은 모음과 자음의 배열이 아주 규칙적이며 또한 기호들이 각각 고유한 소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쉽게 데이터화 될 수 있고 타이핑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한글을 다른 나라의 문자와 비교했을 때 어떻게 정보화 시대에서 가장 유리한 문자로 뽑히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또 한글의 조화로운 형태미와 아름다운 발음 방식은 저를 매료시켰습니다. 오늘날의 모든 한국인, 그리고 저 같은 외국인들이 한글로 글을 쓰고, 한글의 미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글은 주목할 만한 훌륭한 문자입니다. 그리고 한글은 전 세계인들의 보호를 받을만한 우수한 문화유산입니다."
이날의 으뜸기림상(대상)은 문화관광부 장관상으로 기념패와 부상을 주었는데 '빛나는 한글'을 발표한 주손원(여, 중국, 경희대)이 뽑혔으며, 버금기림상(한글학회장상)으로는 니자 씽(여, 인도, 서울대 '한국 문화 체험담'), 김류바(여, 연세대 독후감-윤동주 '서시')가 뽑혔다. 또 추킴기림상에는 대필뢰(남, 중국, 경희대), 고정(여, 중국, 서울대), 벌러르 에르뜬(여, 몽골, 경희대) 등이 받았다. 이어서 뽑힘기림상에는 헨미 유키코(일본), 고여운(중국), 유성량(중국), 안젤리카(스리랑카) 등이 상을 받는 기쁨을 누렸다.
이날 으뜸기림상을 받은 주손원은 발표 내용도 훌륭했지만 마치 큰 행사의 해설자처럼 한국어를 아주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말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손원은 중국의 대련외국어대학교에서 한국어학과를 졸업하고, 경희대 국제교육원에 6달의 연수를 왔다고 한다. 처음 대련외국어대학교에 입학할 때는 일본어를 배우고 싶었지만 점수가 부족해서 한국어과를 차선으로 택했는데 이젠 한국어가 더 좋다고 한다. 한글이 세계 최고의 글자인 까닭을 물었다.
그녀는 "한국어는 음소문자인 점과 정보화에 아주 유리한 글자이며, 세종대왕이 백성이 편하게 쓰도록 하기 위해서 만든 점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지만 과학적인 그리고 철학이 깃든 점도 중요한 것이 아니냐고 되물었더니 적극 공감한다. 12월에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다시 한국에 와서 더 공부할 계획이며, 그런 다음 한국어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뜻을 얘기했다.
특이한 점은 중국에서 같이 한국어를 공부하러 온 남자 친구인 대필뢰(남, 중국, 경희대)도 '지하철에서 체험한 한국의 문화'란 제목으로 추킴기림상을 받았다는 점이다. 그들은 이날 밤 둘이 잔치를 해야 하겠다는 말에 함박웃음을 웃는다. 그러면서 한국 사람들은 인상이 참 좋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독특하게 한복을 입고 나온 참가자가 있었다. 성동외국인근로자센타 내의 '지구촌학교'에서 공부하는 몽골의 할리온인데 한국 이름을 '한소리'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명절이나 행사 때는 한복을 즐겨 입는데 주변에서 잘 어울린다고 하고, 나도 한복이 너무 예뻐 마음에 든다. 한국어가 처음은 어려웠지만 지금은 재미있다. 한국에 계속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백봉자 심사위원장은 심사소감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대부분 유창하게 한국말을 구사하는 점이 참 좋았으며, 예전보다 더욱 수준이 높아졌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발음이 영 아닌 경우가 있었다. 발음을 적당히 하려 하지 말고, 발음법대로 해야만 한다. 특히 모음의 발음부터 정확히 공부하고 발음하려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남이 써준 글을 그저 읽는 사람도 있는데 내 글이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일부 발표자들은 긴장하고 당황한 탓인지 더듬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참석자들은 손뼉을 쳐서 격려해주는 모습을 보여 모두가 한마음이 된 듯했다. 심사결과를 모으는 동안 한 참가자는 한마디 더 해보라는 권유에 한국말이 너무 어려워 발표를 잘못했다며 눈물을 터뜨리는 사람도 있었는데 사회를 본 한글학회 유운상 사무국장은 "나는 중국어가 너무 어렵다"며 당연한 것이라고 위로했다.
우리의 한글은 이제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현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화에 어떤 글자도 따라올 수 없음을 세계인들도 깨닫고 있는 것이다. 많은 유학생이 한국에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서 온다. 그들이 우리 한글을 사랑하는 것에 우리는 그들을 추어주고, 도와야 할 책임이 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이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리도 한글에 대한 자부심을 더욱 챙겨야 할 때가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제7회 '외국인 한국어 발표대회' 수상자 명단
ㅇ 으뜸기림(문화관광부 장관상, 기념패와 부상)
- 주손원(여, 중국, 경희대): 빛나는 한글
ㅇ 버금기림(한글학회 회장상, 기념패와 부상)
- 니자 씽(여, 인도, 서울대): 한국 문화 체험담
- 김류바(여, 연세대): 독후감-윤동주 '서시'
ㅇ 추킴기림(한글학회 회장상, 기념패와 부상)
- 대필뢰(남, 중국, 경희대): 지하철에서 체험한 한국의 문화
- 고정(여, 중국, 서울대): 한국 문화 체험담-부여 기행
- 벌러르 에르뜬(여, 몽골, 경희대): 한국 문화 체험담
ㅇ 뽑힘기림(한글학회 회장상, 기념패와 부상)
- 헨미 유키코(여, 일본, 성균관대): 밥 먹었어?
- 고여운(여, 중국, 충남대): 세종대왕
- 유성량(남, 중국, 경희대): 옷 문화 차이
- 안젤리카(여, 스리랑카, 성남 외국인노동자의 집): 한국어와 한군 문화 체험담-외국인 주부의 한국 생활
- 나카무라 유코(여, 일본, 서강대): 독후감
- 다케다 요시미(여, 일본, 서강대): 한국과 나, 뗄래야 뗄 수 없는 인연
- 마르갓(여, 몽골, 성동 외국인노동자의 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김치
- 감벌트 오양가(여, 몽골, 성동 외국인노동자의 집): 한국 문화 체험담
- 치우위진(여, 대만, 성균관대): 한국 문화 체험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