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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후 등 외국 사이트에서는 회원가입시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개인식별 번호를 요구하지 않는다.
인터넷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거나 성인인증을 받기 위해 기재해야했던 주민등록번호의 대체수단이 마련됐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던 주민등록번호 도용 등 개인정보 침해 피해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포털사이트나 인터넷게임업체 사업자들이 크게 반발하는 데다 대체수단을 강제할 뚜렷한 수단이 없어 실효성이 의심되는 등 논란이 예상된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서는 외국처럼 아예 본인인증을 하지 않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 가입 시 주민번호 사용 못해

정보통신부는 31일 인터넷 사이트 가입이나 성인인증에 필요한 주민번호를 대신할 수 있는 수단을 확정해 발표했다. 정통부가 마련한 대체 수단은 주민번호 실명확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용평가기관을 통한 방법 3가지와 공인인증기관을 통한 방법 2가지 등 5가지다.

모두 신뢰할 수 있는 제3의 기관으로부터 주민등록번호, 금융계좌번호, 전화번호 등을 통해 개인의 신원을 확인받은 뒤 식별번호를 발급받아 이를 주민번호 대신 사용하는 방식이다. 식별번호를 받기 위해 별도로 부담하는 비용은 없으며 가입하려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해당 인증기관에 식별번호 발급을 요청할 수 있다.

정통부는 올해 안으로 인터넷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대체수단 중 1개 이상을 사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신규 서비스나 신규 회원들에 대해서는 바로 대체수단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내년에는 대형 포털사이트와 게임사이트 순으로 대체수단 보급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또 사업자와 이용자, 전문가가 참여하는 '대체수단 연구반'을 꾸려 오는 2007년 전면 시행을 목표로 법제화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 정통부는 31일 인터넷 사이트 가입시 주민번호 대신 본인인증을 할 수 있는 5가지 대체수단을 발표했다.
주민번호 유출·도용 개인정보 침해 문제 심각

정통부가 이번 대책을 마련한 것은 대부분의 인터넷사이트에서 회원 가입시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고 있어 이에 따른 주민번호 도용, 유출 등 개인정보 침해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개인정보 실태점검 결과 개인정보 수집 웹사이트 3805개중 주민번호를 요구하는 경우가 79%인 3022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고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에 접수된 개인정보 민원의 약 53%(5840건)가 주민번호 등 타인 정보 도용과 관련된 것이었다.

특히 주민번호는 민감한 정보가 담겨있고 모든 개인에 관한 정보가 이를 통해 연계되고 있는데다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큰 것으로 지적받아왔다.

이 때문에 네티즌들이 회원 가입시 가장 제공하기 꺼려하는 정보로 주민번호를 꼽는 비율이 91.8%(작년 KISA 조사)에 달했다. 주민번호 도용의 가장 큰 이유로는 '본인의 주민번호 유출이 두렵고 각종 사이트에 가입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가 꼽히기도 했다.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는 업계의 관행이 주민번호 도용을 부추기는 가장 큰 이유로 나타난 것이다.

인터넷 업계 반발에 강제조항 없어 실효성 의심

정부는 이번 조치로 주민번호 오남용 방지를 위해 더욱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게 가능해졌고 이용자의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업계는 정부의 방침이 이용자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산업의 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인터넷기업협회 측은 "여러 사이트에 가입하려는 네티즌들은 해당 사이트가 요구하는 인증방식에 따라 최악의 경우 5가지 대체수단에 모두 가입해야하는 불편을 겪어야 하고 업체들도 5개 대체수단 모두를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데 큰 비용을 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방침은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시행여부를 결정하도록 해 이를 거부했을 경우 강제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또 도입에 따른 인센티브도 없다. 때문에 파급효과가 큰 대형 포털이나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이번 대체수단을 채택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 실효성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통부는 낙관하고 있다. 이성옥 정통부 정보화기획실장은 "사업자들이 대체수단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당장 의무화하지는 않았다"며 "대다수 국민들이 주민번호 제공을 꺼려하는 만큼 대체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업체로 이용자들이 더 많이 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정통부가 법제화 여부를 차후에 정책연구반을 꾸려 결정하기로 하는 등 확정된 일정표를 제시하지 않은 것은 업계에 혼란만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무화될지 불확실한 정책에 대해 업체들이 막대한 비용을 감수해 가면서까지 대체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김지연 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인터넷상에서 본인확인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실명제 문제와도 맞물려 있고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는데 너무 단편적인 결론을 내린 것 같다"며 "정부의 정책이 앞으로 어떻게 수정될지 예측이 불가능해 불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국 사이트처럼 본인 인증 안하면 안되나

시민단체들도 이번 정부방침에 우선 환영을 표하면서도 정통부가 더욱 근본적인 대책에 대해서 고민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외국처럼 사이트 가입 때 개인식별번호를 요구하지 않는 대신 상거래나 성인인증의 경우에만 별도의 인증절차를 거치게 하자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길이라는 것이다. 굳이 업체들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면서 개인 식별을 위한 인증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사실 외국 사이트에서는 국내처럼 평생 바꿀 수 없는 개인식별 번호를 인터넷 회원 가입을 위해 입력을 요구하는 곳은 거의 없다. 최근 국내에서도 주민번호 유출 문제가 심각해지자 회원 가입 때 주민번호를 아예 요구하지 않는 사이트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들 사이트에서는 주민번호를 요구하지 않을 경우 인터넷상에서 사이버 명예훼손 등의 문제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어떤 방식으로든 개인을 식별하는 인증을 한다는 것은 프라이버시가 침해되는 것인데 정부가 대체수단 마련에는 적극적이면서도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는 소극적"이라며 "업체들도 대체수단 적용에 난색을 표할 것이 아니라 아예 인증을 하지 않거나 가입할 때만 본인인증을 하고 주민번호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지 않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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