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산 김치 기생충 파동 이후 국산 배추를 찾는 소비자가 급증하며 배추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시중에서는 '금치'라고 불릴 정도. 김장철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배추값이 더 오를 소지가 다분해 벌써부터 주부들을 비롯한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들보다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있다. 배추농가가 그들. 시중에서 한포기 3000원짜리 배추를 배추농가는 계약재배(일명 밭떼기)로 도매상들에게 약 2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배추값이 폭등하며 도매상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피어오르고 있으나 농민들은 울상이다.
왜?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농민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계약재배를 하고 있다. 근본적인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농민들이 직접 판매할 수 있는 판로 확보가 어려운 것이다.
또한 판매장소가 있어도 배추를 이동할 수 있는 장비마련이 어려운 농가가 대부분인 것이 한가지 이유. 이런 여건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직접 찾아오지 않는 이상 농가의 규모에 맞는 판매가 이뤄질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계약재배를 통해 생산원가라도 뽑겠다는 것이 농민 대부분의 생각이다.
계약재배의 경우도 매년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일정한 수의 도매상이 정해져 있지 않아 배추값 상승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그나마 계약재배를 통한 원가보전도 힘들다. 이럴 경우 힘들여 농사를 지어놓고도 그냥 썩히는 경우가 종종 발생, 채무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 놓이지 않기 위해 계약재배의 기회가 생기면 생각할 여지도 없이 도매상의 손을 잡게 되는 것. 그렇지만 이익은 사실 힘들고, 인건비 정도밖에 건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아산시 배방면 북수리에서 40여 년간 배추농사를 짓고 있는 이철영(68)씨는 "배추농사를 짓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인건비만 겨우 건지고 있다, 현재 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들은 농사 규모를 줄이는 형편이고 농사를 포기한 사람도 많다, 현재는 배추농사 규모가 반 이상 줄었다, 나도 1000평 정도 짓던 농사를 올해에는 300평으로 줄였다"며 "밭떼기도 개인적으로 배추를 팔 여건이 안 돼 울며 겨자먹기로 하는 실정이고, 그나마도 배추값이 오를 때나 그 기회도 온다"고 어려운 농가 현실을 토로했다.
배추 한 포기 시중가 3000원, 도매상에게 넘기는 가격 200원
농민들이 계약재배를 하는 곳은 농협과 개인 도매상 두 곳이다. 이중 농민들이 계약재배 대상으로 선호하는 곳은 농협이다.
배추농가가 집중돼 있는 배방면의 경우 올해 중간상인(도매상)들에게 계약재배를 한 농민들은 평당 3000원에 계약을 했다. 이는 한 포기당 200원밖에 안되는 금액. 시중가 3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도매상인들의 차액은 2800원이다. 하지만 농민들의 경우에는 인건비만 겨우 건지는 정도라고 말한다.
농민들이 내세우는 적정가격은 500원 정도. 이들 도매상 중 일부는 배추값이 오를 때는 차액보전을 해주지 않으면서 배추값이 폭락해 손해를 볼 경우에는 계약금액의 일부를 돌려달라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 농민들의 얘기다.
이철영씨는 "더욱이 올해에는 배추의 암이라고 불리는 혹부리병 발생으로 상당량의 배추를 잃어 손해가 더 크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농민들이 계약재배 대상으로 농협을 선호하는 이유는 도매상보다 높은 가격에 사고, 이익과 손해 보전도 해주기 때문이다. 농협이 현재 농민들에게 배추를 사가는 금액은 한 포기당 600원에서 650원 정도. 지난해보다 100원에서 150원이 오른 가격이다.
농협의 경우에는 '채소수급안정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이 있을 경우나 농민들의 손해금액이 있을 경우 약 20%를 보전해 준다. 즉, 비싸게 팔리면 팔린 만큼, 손해를 보면 본 만큼 돈을 더주는 것.
이로 인해 농민들이 농협에 계약재배를 하려고 하는 것. 그러나 수매물량이 한정돼 있다보니 소규모 농가들만 농협과 거래를 할 수 있다. 농협과 거래를 하지 못하는 농가는 결국 손해를 보면서도 더 큰 손해를 막기 위해 도매상들에게 배추를 넘기는 실정이다.
산지가격 1000원이면, 생산자도 소비자도 모두 이득이건만
농민들은 대부분 직거래 채널을 마련해주길 원하고 있다. 이럴 경우 시중에서 3000원씩하는 배추를 산지에서는 1000원 정도면 살 수 있어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것.
대부분의 농가들이 판로나 배추 이동장비를 갖추고 있지 못해 소비자들을 찾아 판매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으로 소비자와 생산농가를 직접 연결, 판매와 구매가 이뤄질 수 있는 직거래 채널을 제안하고 있다.
장소를 지정해주는 경우에는 농민들이 수송능력이 안돼 이를 해결해주는 방법을 강구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소비자들이 생산농가를 직접 찾을 수 있도록 연결시켜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 주민들의 목소리다.
이철영씨는 "시와 농협에서 이런 것들을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덧붙이는 글 | <충남시사신문> 11월 1일자 게재. 박성규 기자는 <충남시사신문> 기자로 아산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신문 및 인터넷언론 기자들의 연대모임인 '아지연(아산지역언론인연대)' 사무국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