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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1일 군 관련 전문가들과 제대 직후 중병을 앓고 있는 사병의 부모가 참여하는 긴급좌담을 마련,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문제점과 개선책을 들었다. <편집자주>
'<긴급좌담회> 군 의료체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참석한 박홍신(위암 3기 박상연씨 부친), 표명렬 평화재향군인회장(전 육군 정훈감), 최강욱 변호사(전 군검찰 고등검찰부장 대리),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
'<긴급좌담회> 군 의료체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참석한 박홍신(위암 3기 박상연씨 부친), 표명렬 평화재향군인회장(전 육군 정훈감), 최강욱 변호사(전 군검찰 고등검찰부장 대리),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 ⓒ 오마이뉴스 권우성

"노충국씨가 만약 장성이었다면 그렇게 대했겠나?"

지난 10월 27일 제대 넉달 만에 사망한 고 노충국(28)씨 사건을 계기로 사병의 의료서비스 접근권과 복무여건 개선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노씨 유족과 천주교인권위원회, 민변 등 14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0월 31일 '고 노충국씨 사건 진상규명과 사병 의료서비스 접근권 개선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오마이뉴스>는 1일 군 관련 전문가들과 제대 직후 중병을 앓고 있는 사병의 부모가 참여하는 긴급좌담을 마련,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문제점과 개선책을 들었다.

이들은 '고 노충국씨 사망사건'의 원인으로 사병을 소모품으로 보는 군 내부의 인식을 먼저 꼽았다. 따라서 이들은 ▲사관학교 훈육과 진급제도 개선 등을 통해 병사들에 대한 간부들의 사고방식 전환 ▲무기구입 국방예산의 복지예산 전환 ▲군 사법체계 재정비 등 다양한 해결책을 내놨다.

이날 좌담에는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 표명렬 평화재향군인회장(전 육군 정훈감), 최강욱 변호사(전 군 고등검찰부장대리), 박홍신(제대 직후 위암 3기 판정 박상연씨 부친)씨가 참석했다. 사회는 신미희 <오마이뉴스> 사회부장이 맡았다.

다음은 좌담 전문이다.

"사병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군에 대한 국민적 분노"

- 고 노충국씨 사건을 계기로 '사병의 의료서비스 접근권' 개선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뜨겁다. 파장이 왜 이렇게 커졌다고 보나.

표명렬 평화재향군인회장(전 육군 정훈감).
표명렬 평화재향군인회장(전 육군 정훈감). ⓒ 오마이뉴스 권우성
표명렬 "이번 사건은 어쩌다가 군의관이 잘못한 것이 아니다. 군의 실태를 나타내는 단적인 예다. 처음 사건이 터졌을 때 국방부 등의 반응은 두 가지였다. '군대에서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과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느냐'는 반응이었다. 군이 병사들의 인권을 얼마나 우습게 아는지 알 수 있다. 전쟁에서 병사들의 귀한 생명을 요구하려면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줘야 한다. 병사들을 무조건 노예처럼 부리고, 돌격하라면 그냥 돌격해야 하는 것처럼 인식하는 자세는 안 된다."

임종인 "국방부 장관이 오늘 사과했다. 그러나 보상한다고 (죽은 젊은이가) 살아 돌아오나. 문제는 지금까지 우리 사병을 인간이 아닌 소모품으로 인식하는데 있다. 지금 우리 군대는 2200년 전 진시황이 사람들을 데려다가 만리장성 쌓게 하고 버리는 것과 똑같다. 노충국 사건은 건군 57년간 사병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군에 대한 국민적 분노다. 노충국씨가 만약 장성이었다면 그렇게 대했을까."

최강욱 "국방부에서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군은 나라를 지키는 조직', '국가 비상시를 대비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군이 그런 능력과 의지를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동안 우리 국민이 속시원하게 이해할 만한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이 사건에 대해 국민들이 더욱 분노하는 이유는 군에 대한 의구심과 불신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박홍신 "아들(위암3기 판정 박상연씨)이 입원했을 때 군 병원을 찾아갔고 진단서를 떼기 위해 또 한 번 찾아갔다. 군 병원 시설도 어느 정도 활용하면 몸의 문제를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사병들을 진료하는 군의관들의 자세다. 내 아들의 식도와 위 사이에 암덩어리들이 붙어 있었는데도 군의관들은 발견조차 못했다. 민간병원 의사는 낡은 내시경으로만 봐도 발견 못할 게 없다고 말했다. 내시경이 십이지장까지 내려갔는데 어떻게 암세포를 못 볼 수 있나. 이건 눈 감고 검사했다는 말밖에 안 된다."

"군은 봉건영주, 병사들은 노예나 농노 수준"

- 노충국씨 사망사건이 일어난 것은 곪아있던 군 내부의 문제가 터졌다고도 볼 수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표명렬 "의료서비스 문제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군의 문화와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군은 무엇이냐'는 기본개념이 잘못 설정됐기 때문에 나왔다. 사병이라고 하면 내 민족, 내 형제를 위해 전쟁이 나면 뛰어가서 목숨을 바칠 사람들이라는 기본적인 가치관이 없다. 민족의식이나 민주주의 의식도 없다.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이런 기본을 바로 세우기 위해 예산이 필요하면 예산, 법이 필요하면 법으로 뒷받침하려는 생각을 전혀 안 한다. 군은 국민들로부터 왜 욕을 먹는지도 모른다."

임종인 "올해 군에서만 주요한 사고 3건이 터졌다. 28사단 김 일병의 GP 총기난사 사건, 노충국 사건, 당번병을 여단장이 구타한 사건 등이다. 이게 모두 사병을 사람으로 보지 않아서 그렇다. 군에 갔는데 여단장 집에서 빨래하고 청소하고…. 사회에서 그런 일이 어디있나? 국방정책에도 이유가 있다. 국방비를 엄청 쓰면서 병사들의 복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무기를 사는데 쓴다. 한해 20조원의 국방비 중 8조원을 무기사는데 쓰고 있다. 여기에만 돈을 쓰고 있으니 복지가 형편없는 것이다.

지난 5월에 28사단 전방부대 가보니 1인용 매트리스 2개를 붙여 병사 3명이 잠을 자더라. 그때 실내온도가 28도였다. 또 옷 한 벌 갖고 1년 내내 입는다. 우리나라가 그렇게 어렵나? 병사들에게 중산층 이상 생활은 보장해야 한다. 월급은 최소한 30만원 주고, 말을 높여서 하고 병사 사이의 계급관계도 없애야 한다. 지금은 완전 머슴 대우하는 것 아니냐."

최강욱 "모든 사람들이 군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군이 받고 있는 불신은 사람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 한편으로 군의 특수성을 인정하지만, 군은 고립된 성에서 농노와 노예를 지배하는 봉건영주 노릇을 하고 있다. 병사들은 직업군인들의 노예 내지 농노로 살고 있다. 군에는 생생한 내부 목소리를 전달할 의견수렴 절차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최강욱 "국방부 복지정책과는 장교 복지업무만 담당"
임종인 "참모총장 3명이 매트리스 2개로 같이 자봐라"


- 사병을 일종의 '소모품'으로 보는 간부들의 사고방식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사병의 복무여건도 매우 열악한데.

최강욱 변호사(전 군검찰 고등검찰부장 대리).
최강욱 변호사(전 군검찰 고등검찰부장 대리). ⓒ 오마이뉴스 권우성
최강욱 "국방부 국회담당관이던 지난 2000년 법사위의 한 의원이 "군대에는 약도 없을 뿐더러 좋은 약은 상급부대에서만 쓴다는 얘기가 있는데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그래서 해당 부서인 인사복지국 복지정책과에 답변서 작성을 요청했다. 그랬더니 과장부터 실무자까지 총동원돼 항의했다.

이들의 말은 '법무관이 뭘 잘 모르는데, 우리(복지정책과)는 장교들과 제대군인 복지 업무만을 담당한다'는 거다. 그러면서 병사들과 관련된 답변은 군수국이나 인사국에서 써야 한다고 했다. 이 말은 곧 병사들은 소모품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3개국 실무자들을 모아놓고 답변서 작성에 대해 의논했지만 결론을 못 내렸다. 할 수 없이 내가 직접 답변을 써서 국회에 보냈다."

임종인 "우선 월급만 말해보자. 과거에는 일병과 대장의 월급차이가 30배 가량 됐다. 지금은 280배나 된다. 장교나 하사들의 월급은 많이 올랐지만 병사는 똑같다. 군대에서 계급은 전투를 수행하기 위한 것이지 인간차별을 위한 게 아니다. 그래서 육군참모총장, 공군참모총장, 해군참모총장도 매트리스 3개에서 한번 함께 자보라고 말했다. 어떻게 더운 여름날 매트리스 2개에서 3명을 재울 수 있나. 기존 군대 개념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박홍신 "앞으로는 군대도 생산적인 병영생활이 이뤄져야 한다. 사병을 인격체로 대우할 수 있어야 한다. 언어폭력을 쓰지 말아야 한다. 군은 너무 폐쇄적이다. 지금 군의관들의 사고방식을 보면 '복무기간만 끝내자'는 것 같다. 군의관들이 병사들을 '관물'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관의 물건이라는 뜻이다. 함부로 대한다. 그런 사고방식에서 군의관이나 상급자들이 빨리 혁신되고 개혁되기를 바랄 수 있나?"

- 군 간부들의 인식전환이 가장 시급하다는데 의견이 같은 듯하다. 이를 개선할 대책이나 현재 사병의 복무여건을 바꿀 방안은 뭐라고 보나.

표명렬 "모든 것은 군을 직업으로 하고 있는 간부들에 의해서 결정된다. 간부들의 가치관과 신념, 사고방식이 잘못돼 있으면 아무리 개혁해도 소용없다. 가령 온 군대의 병원을 삼성병원 수준으로 대대급까지 만들어놔도 간부 사고방식이 안 바뀌면 노충국씨 같은 사건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간부의 사고방식을 고치려면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첫째는 사관학교의 훈육방식을 고쳐야 한다. 대한민국의 사관학교 출신들이 어떤 위치에 있나? 가장 권위적이고 극우적이고 반통일적, 반민족적이다. 일제시대 교육을 그대로 한다. 두 번째는 진급제도를 고쳐야 한다."

최강욱 "군 진급비리 수사를 해본 입장에서 '현재 군을 지배하는 근본적 가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진급'이라고 말할 수 있다. 원론적으로는 전우애나 조국애 등을 얘기하지만 직업으로서 군을 택한 사람들은 진급만 생각하며 하루하루 산다. 군이 국가를 지킨다는 것은 곧 국가를 수호한다는 것이다. 헌법은 우리나라를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명시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는 재향군인회 등 보수집회에서 형식적으로 외치는 게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군인이 자유민주주의에 가장 친숙해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우리 군은 아니다. 혹자는 현재의 군 간부들을 비판하며 '국가가 돈을 들여서 수구 파시스트를 양산하고 있다'고도 했다."

임종인 "우리나라 군대는 100년 전 일본 군대하고 똑같다. 잠자리만 봐도 그렇다.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 막사를 보면 지금 우리나라 내무반하고 똑같이 생겼다. 가운데 복도가 있고 침상이 양쪽에 있다. 어떻게 보면 100년 전 일본 내무반이 우리나라 것보다 더 좋다. 독일이나 대만도 징병제도인데, 그 또래가 버는 돈의 3분의 1은 준다. 복무기간도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 현재 24개월인데 18개월이 가장 좋다고 본다."

"대령 오면 군의관 중령부터 모두 도열…."

- 모두 군 복무를 마치고 군을 경험했는데, 우리 군의 경우와 외국 군대 간부의 태도는 차이가 있나.

최강욱 "학창시절 감명 깊게 읽은 책이 '인민해방군은 어떻게 중국을 장악했는가'라는 것이다. 책을 보니까 한 장군이 소년병에 비스듬하게 기대 사진을 찍은 게 있었다. 그때 감탄했다. 하지만 우리 군의관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진급이다. 아파서 찾아오는 병사들을 위해 최선의 진료를 다하고 인술을 베풀어 인정받는 진급이 아니라 윗사람에게 잘 보여서 진급을 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장교 병실도 따로 있는 것이다. 군 복무할 때 보니 기무부대장 대령이 병원에 오니까 병원장인 중령 군의관부터 모두 나와 도열해 영접하더라. 이게 현실이다."

표명렬 "대만 정치작전학교에 유학갔을 때 일이다. 대만 군 지도부를 이곳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는데 별 셋인 학교장이 매일 자전거를 타고 교내를 순시했다.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가서도 취사병들에게 먼저 '수고한다'며 등을 두드려줬다. 졸업식을 하면, 중위나 대위에 해당하는 장교들이 장군인 학교장에게 사진을 같이 찍자고 어깨동무한다. 그러면 아들마냥 다정하게 사진을 찍는다. 그때 '장군이라는게 저런 모습이구나'라고 느꼈다. 그게 참다운 지도자인 것이다. 우리는 장군이 되기 전 소위 때부터 권력을 가지고 거드름 피우고…. 아무나 장군하는 것이 아니다."

- 군에서는 사병의 의료접근권 보장요구에 대해 예산이나 다른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 ⓒ 오마이뉴스 권우성
임종인 "국방비를 제대로 사용하면 된다. 또 군대 다녀온 사람들이 바뀌려고 노력해야 한다. 돈이 왜 없나. 우리 국가예산의 15%가 국방비다. 내년에는 22조5000억원에 이른다. 사람(병사)이 많아서 돈이 많이 든다면 사람을 줄이면 된다. 2020년까지 국방비를 연 11% 늘린다고 한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3%, 예산증가율은 5%밖에 안된다. 그런데 국방비만 11%씩 늘리는 게 말이 되나. 지금 우리가 북한을 압도하고 있어 무기를 과도하게 늘릴 필요도 없다. 차라리 그 돈을 병사들에게 줘야 한다. 30만원씩 줘도 한 해에 1조5000억 원밖에 안된다.

최강욱 "사병의 군 의료서비스 접근권 개선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정부가 안 되면 양심 있는 시민사회단체라도 나서서 견인해야 한다. 이런 식의 반론도 나올 수 있다. '군은 교육훈련, 전투준비를 기본임무로 하는데 많은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진료한다면 수많은 꾀병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 예방책이 없다, 많은 예산이 든다, 그러니까 국방비를 좀더 달라'는 식으로 얘기할 수 있다. 그러나 꾀병론의 경우도 오죽하면 꾀병을 대서라도 소속부대를 나가려는 병사들의 심정을 이해해야 한다. 부대가 일종의 집이고, 전우들은 형제들이자 가족인데 오죽하면 병을 핑계로 나가려고까지 하겠나."

참여정부 왜 군 개혁 안하나... 쿠데타 대한 막연한 두려움 있는 듯

- 참여정부의 군 개혁 의지가 매우 약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최강욱 "군이 인권의 가치를 알아야 한다. 진정 나라와 부하를 사랑하고 모든 가치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사람들이 진급해서 올라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군은 명령에 절대 복종하는 조직이다. 그런데 참여정부는 막연한 안보컴플렉스, 레드컴플렉스를 갖고 있고 쿠데타에 대한 두려움이 많다는 것을 직간접으로 느낀다. 노 대통령 본인이 전방 GP에서 근무했다. 노 대통령 당선소식에 GP사병들이 환호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봤다. 자기 부대 출신 선배가 당선됐으니까 군대도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결과는 이렇다."

표명렬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노무현 정부가 정말로 군을 개혁할 것이라고 했는데 하드웨어 부분에서 '국방개혁'만 했다. 이번 사건만 봐도 군에 자식을 보낸 어머니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자세가 전혀 안돼 있다. 군 개혁이 어렵다는데, 역으로 말하면 군 개혁처럼 쉬운 게 없다. 군대는 제도지향적 조직이다. 군은 교육제도와 진급제도를 잘 잡아놨기 떄문에 이 제도만 고쳐도 된다."

- 사병 의료서비스 접근문제로 되돌아가 보자. 어떻게 하면 문제점을 개선시킬 수 있겠나.

최강욱 "우리나라 민간의료는 세계적 수준이다. 어렵고 힘든 과정에서 배출된 의사들이 군에 와 있다. 그러나 군 시스템이 군의관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가? 군은 비상시에 대비해 사회의 모든 기능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과연 병원까지 군 내부에 둘 필요가 있나. 과감하게 민간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 군의관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줘야 한다. 인술을 구현하고 싶어도 군에서는 인센티브가 없다. 해마다 2000명의 군의관들이 배출되는데 획일적 기준에 의해 배치된다. 군의관조차도 군을 구성하는 하나의 부속품일 뿐이다. 사람의 능력 발휘를 허락하는 구조가 아니다. 장군이 아프면 꼭 영관급 군의관이 약을 가져와야 된다. 군에서 고위직 군의관들이 하는 일은 독감 예방주사를 가장 먼저 확보해서 장군들에게 접종하는 일이다."

"사병은 '관물', 아파도 참아라?... 병원까지 군 내부에 둘 필요 있나

박홍신(위암 3기 박상연씨 부친)씨.
박홍신(위암 3기 박상연씨 부친)씨. ⓒ 오마이뉴스 권우성
박홍신 "21세기 첨단군대를 지향하는 한국의 군 의료시설이 외형적으로는 상당히 비대해져 있다. 하지만 내적 의술도 외형과 동일하게 가고 있나? 중위나 대위들의 의술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의 의술이 부족할 경우 소령이나 중령이 진료하고, 그것도 안되면 민간병원과 공조해 병사들을 치료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처럼 군의관들이 '너는 관물이니까 아파도 참으라'는 등, '병원에 가면 그냥 좀 쉬었다 가라'는 식으로 치료해서는 안 된다. 내적인 부분을 빨리 개선하도록 군에 간곡히 부탁한다."

표명렬 "우리 군 문화는 너무 개혁할 게 많다. 후방 장군막사에 왜 당번병이 있어야 하나. 병사들의 생명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장군이나 예비역 대령들은 최고 시설로 매년 건강검진 받도록 해 주면서…. 재향군인회가 나쁘다. 매년 몇백억씩 예산을 타서 그런 데다 돈을 쓴다. 아픈 병사들이 통합병원에 와서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나라다."

최강욱 "군인도 사람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군대는 결코 감옥과 같은 곳이 아니다. 교도소 재소자에게도 인권보장이 논의되는 시점이다. 계급 높은 사람만 사람이 아니다. 집 떠난 사람들이 아플 때 가장 서럽다고 한다. 병사들이 아파할 때 진정으로 같이 아파할 수 있는 여건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사를 계급체계에 편입시키면 안 된다. 의사를 의사로 봐야지, 중위로 보고 대위로 보는데 어떻게 맘 편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겠나. 또 믿을 수 있는 군 사법기관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군에서 제대한 병사들은 '군대 쪽 보고 소변도 안 누겠다'고 말한다. 그만큼 당했다는 얘기다. 언제까지 우리 병사들이 한을 안고 군대를 떠나야 하는가. 사람들이 군대를 소중한 국가기관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한 번 지나가는 '똥통'으로 치부한다. 병역비리에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도 일종의 복수심 때문이다. 나는 '똥통'에 빠졌는데, 왜 너는 피해가느냐는 것이다."

- 현재 국방부 합조단이 노충국씨 사건 등에 대해 조사 중이다. 제대로 진상조사가 안될 것 같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강욱 "이번 합조단도 군에서 일이 발생할 때 늘 하던 사람들이 나온다. 그런 사람들은 지휘관의 의도에 충실한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조사결과가) 상당히 우려될 수밖에 없다. 피해자 가족들을 직접 참가시켜 당당하고 떳떳하게 조사를 해야 한다."

표명렬 "지금 군에서 나름대로 조사한다는 것도 결과가 뻔하다. 적당히 욕 안 먹게 하고,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것이고, 진급도 하고 보직도 바뀌고…. 이렇게 가겠다는 심사다."

최강욱 "이번 일에서 간과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지금 (노충국씨나 박상연씨 등) 아버님들이 겪고 계시는 이 현실은 군대가 그동안 병무비리를 겪으면서 전역을 매우 어렵게 만들어놨기 때문이기도 하다. 옛날 특권층 자제들은 오자마자 환자처럼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곧바로 제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일을 통해 모든 책임을 의료나 군의관 책임으로 돌린 뒤 의병전역 절차를 굉장히 간소화하는 구세력의 시도가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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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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