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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은 2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의원단·시도당 위원장 비상 연석회의를 열고 지도부사퇴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의원단·시도당 위원장 비상 연석회의 에 참석한 권영길 의원이 생각에 잠겨 있다.
민주노동당은 2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의원단·시도당 위원장 비상 연석회의를 열고 지도부사퇴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의원단·시도당 위원장 비상 연석회의 에 참석한 권영길 의원이 생각에 잠겨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10·26재선거 패배를 책임지고 김혜경 대표 등 지도부가 사퇴한 민주노동당이 오는 5일 열릴 예정인 긴급 중앙위원회에 권영길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천하기로 했다.

민주노동당은 2일 오후 의원단·시도당 위원장 비상 연석회의를 열고 이 같이 결정했다. 권 의원은 내년 1월 20일에 열릴 지도부 선거 때까지 한시적으로 당을 이끌게 된다. 비대위는 위원장 포함해 10명으로 구성되며 정종권 서울시당 위원장, 김성진 인천시당 위원장, 이용길 충남도당 위원장, 문성현 경남도당 위원장이 권역별 비대위원으로 추천됐다.

노동, 농민, 여성 부문과 여성 국회의원, 여성 지역 광역의원은 권영길 비대위원장 추천자와 천영세 당 대표 직무 권한대행이 각 부문과 협의하여 추천하고, 의원은 의원단총회에서 추천하기로 했다.

권 의원은 "전후좌우 말 다 떼고 당이 결정하고 명령하면 따르겠다"면서 비대위원장 추천을 수락했다.

비대위는 우선 비정규직법안, 쌀비준안, 방폐장문제 등 현안에 대한 대응임무와 내년 1월 새로운 지도부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 책임, 그리고 당 혁신안을 만들어야 하는 임무를 안게됐다.

대표직무 대행을 맡은 천 의원이 주재한 이날 회의에는 권영길·노회찬·강기갑·현애자 의원 등 의원단과 시도지부 위원장 20여명이 참석했다. 조승수 전 의원도 나왔다.

민주노동당 창당 이후 최초의 지도부 총사퇴라는 비상상황에서 열린 이날 회의는 시종일관 침통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회의에 앞서 이날 오전 대구 동을 재선거에서 2%밖에 득표하지 못한 책임을 지겠다며 이연재 위원장 등 대구시당 간부들이 일괄 사퇴해, 회의 분위기는 더욱 어두웠다.

민주노동당은 재선거 4곳 중 노동자 밀집지구인 울산북구에서 패배한 것은 물론이고, 대구 동을 2%, 경기 광주 3.7%, 부천원미갑에서 3.4%밖에 득표하지 못한 것에 대해 심한 충격을 받은 상태다. 창당초기 지지도로 되돌아갔기 때문이다. 당 지지도가 어느 정도 유지됐으면, 울산에서 졌다해도 지금 같은 위기상황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혜경 전대표와 최고위원등이 의원단·시도당 위원장 비상 연석회의에서 사퇴인사를 하고 있다.
김혜경 전대표와 최고위원등이 의원단·시도당 위원장 비상 연석회의에서 사퇴인사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1년 반만에 지지도 반토막…"능력에 비해 과도한 지지 받아"

이런 상황에 대해 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총선때 지지도 13%에서 최근 6%정도로 떨어져, 1년 반 만에 지지도가 반토막났다"며 "당의 지난 5년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라는 분위기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노동자들에게는 당이 대공장 정규직 중심의 민주노총을 대변하는 조직으로 보이고, 일반국민에게 신선하게 보였던 부유세, 무상교육 무상분배가 구호를 넘어서 정책이나 공약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잇는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지난 총선에서 능력에 비해 과도한 지지를 받았는데 결국 실력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당의 고질적인 정파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당의 또다른 한 관계자는 "울산의 경우 비정규직과 정규직간의 갈등에다 후보자와 낙선자 지지세력간의 불협화음, 당선자 지지세력 내부의 마찰 등이 겹치면서 선거대책본부 결성과 운영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며 "이런 갈등 구조상황에서 화합을 끌어낼 수 있는 권위를 가진 권 의원이 수습책임을 맡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영세 대표직무대행이 "당의 단결기풍과 투쟁자세를 정립하고 비상한 결의를 조직해야 한다"며 "작은 차이를 뒤로 돌리고 힘과 지혜를 모으자"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혜경 전 대표도 "우리가 먼저 개혁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이 땅의 어떤 민중이 우리를 진보정당으로 받아들이겠느냐"면서 "정풍이 아니라 당풍의 기세를 모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철 전 최고위원은 김 전 대표의 언급에 대해 "정파중심이 아니라 당 중심으로 사고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비대위가 '당직공직 겸직금지 규정'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 나갈지도 관심거리다. 겸직금지를 유지하는 것으로 중앙위원회 결론이 나기는 했으나, 당의 혁신방안으로 다시 검토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성희 부대변인은 "지금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지금은 당을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비대위의 평가내용에 이 부분이 들어가면 이에 대해 논의할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직공직 겸직금지 규정'이 유지될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 내년 1월 선거예정인 지도부 선거 판도가 달라진다. 겸직금지가 풀릴 경우 권 의원 등 의원단의 당권 도전이 가능하다. 현재까지 겸직금지가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김창현 전 사무총장과 조승수 전 의원 등이 지도부 선거 출마 예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대표직에서 사퇴한 김혜경 전대표와 노회찬 의원이 의원단·시도당 위원장 비상 연석회의에서 만나 포옹하고 있다.
대표직에서 사퇴한 김혜경 전대표와 노회찬 의원이 의원단·시도당 위원장 비상 연석회의에서 만나 포옹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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