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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창 교수의 대담을 실은 조선일보 인터넷판 화면.
ⓒ 조선닷컴 화면

강정구 교수 사건과 관련,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반대 논조를 보여온 <조선일보>가 인터넷판인 조선닷컴(www.chosun.com)에서 천 장관의 조치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보도해 눈길을 끈다.

<조선>은 인터넷판에 실은 3일자 기사에서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의 한국주빈국 조직위원장으로 최근 행사를 마치고 돌아온 김우창(68) 고려대 명예교수의 말을 보도했는데, 김 교수는 "천정배 법무장관이 불구속 조치를 취한 것은 잘한 일"이라며 "국가보안법에 관계없이 피의자의 구속을 삼가는 것은 법치국가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제7회 세계석학 연속강좌'을 앞두고 여건종 숙명여대 교수(영문학)와 가진 대담에서 이와 같이 의견을 밝혔다. 세계석학 연속강좌는 <조선>이 주최하고 있으며, 김 교수와 여 교수의 대담은 그 7번째이다.

"천 장관 발언은 법치주의를 위해 좋다"

이 기사에 따르면 김 교수는 강정구 교수 사건에 대해 "지금은 우리의 법체계 안에서 이야기해야 한다"며 "법이 틀렸으니까 안 된다 이야기하면 한이 없이 혁명적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고, 이제 법을 법으로 알면서 문제를 풀어 나갈만한 단계가 되었지 않았는가"라고 화두를 던졌다.

이어 김 교수는 "천 장관이 강 교수의 말을 옹호한 것도 아니고 반박한 것도 아니다"며 "천 장관은 그의 의견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고 계류중인 사건에 대해 의견을 말하는 것은 법무장관으로 옳은 일이 아니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교수는 "(천 장관 발언은) 법치주의의 옹호를 위한 좋은 발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며 "강 교수의 의견이 옳으나 옳지 않으냐가 아니라, 결과는 재판에서 판단해야 된다"고 못박았다.

김 교수는 "결국은 헌법 정신에 비추어서 생각해야 될 것"이라며 "찬양 고무만으로 문제를 삼는 것은 이상하지만 거기에도 해석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고, 구체적으로 국가전복 행위나 살인이나 재산 파괴를 하는 일을 찬양 고무한 것만에 한정하여 해석하는 수도 있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그는 문제가 되고 있는 강정구 교수의 주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강 교수의 말의 핵심이 미군이 안 왔으면 통일되었다는 말이라고 하면, 그 말은 틀리지 않는 말이지요. 같은 논리로서 중공군이 안 왔으면 통일되었겠고. 또 소련이 아시아에서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종전이 되었다면 분단이 안 되었을 것이고. 일본 천황이 그 전에 항복을 했더라면, 분단이 안 되었을 것이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별 쓸모는 없지만, 공상의 날개는 한이 없는 것이니까."


그리고 김 교수는 "공상의 자유는 구체적인 파괴와 폭력에 관계되지 않는 한 보호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법치 원칙을 분명히 하는 것이 지금 단계에서의 발전이고 이것은 좌파를 위해서나 우파를 위해서나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권 수립의 수단으로 군부 쿠데타를 찬양하는 경우는 어떻게 하냐, 민주주의보다 왕권 정치를 찬양하는 것은 어떻게 하냐"며 "이것들도 잘못된 소리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직접적인 행동에 연결되지 않는 한 처벌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 김우창 교수의 대담을 실은 조선일보 인터넷판 화면.
ⓒ 조선닷컴 화면
<조선일보> 본지에는 강 교수 관련 발언 없이 요약

한편, <조선>은 3일자 본지에서 '가장 사람다운 삶은 즐거운 금욕주의'라는 제목으로 대담을 보도했지만 이같은 김 교수의 발언을 싣지 않은 채 내용을 요약했다.

<조선>은 본지 기사에서 "김 교수는 그가 말하는 '마음의 생태학'과 이성, 변증법적 사고, 세계화를 보는 시각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세계화는 보편적인 이성 운동의 불가피한 표현', '즐거운 금욕주의를 실천하자'는 것으로 요약된다"고 전했다.

김 교수의 강연은 3일에 이어 4일 오후 3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마음의 생태학'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세계적 석학인 김 교수는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미국 문명사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서울대를 거쳐 고려대에서 강의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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