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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점점 추워지는데 벌써 60일이 넘도록 환경미화원들이 지키고 있는 농성천막(안양시 범계역 1번가 들머리)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데 벌써 60일이 넘도록 환경미화원들이 지키고 있는 농성천막(안양시 범계역 1번가 들머리) ⓒ 이동환
그들의 주장은 결코, 모른 척만으로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들의 주장은 결코, 모른 척만으로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 이동환
기자가 양쪽 취재를 위해 안양시 청소과에 전화했을 때 반응은 모르쇠였다. 취재를 하든지 말든지, 그들의 주장을 알리든 말든 안양시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며, 미화원들과 고용된 회사 사이에 벌어진 문제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안양시는 청소대행업자들의 천국

청소대행업체에 지급하는 돈은 매년 느는데 미화원 숫자는 계속 줄어?
청소대행업체에 지급하는 돈은 매년 느는데 미화원 숫자는 계속 줄어? ⓒ 이동환
안양시에는 현재 모두 11개의 청소대행업체가 시와 계약을 맺고 생활쓰레기를 수집, 운반하고 있다. 안양시는 전국에서 세 번째로 쓰레기봉투 값이 비싸다. 그 수익만 연간 60여억 원이다. 위 표에서 보듯 2004년에는 2000년에 비해 미화원 수가 약 31.9%(108 명)나 줄어들었다. 그러나 청소대행료는 오히려 약 30% 증가했다. 그 기간 동안 미화원들의 임금은 매년 4~5% 정도 늘어났을 뿐이다.

2004년 6월, 청소업체의 부정부패와 잘못된 안양시 청소행정이 폭로된 후 19명의 미화원이 늘어나기는 했다. 무엇보다도, 환경부에서는 2001년과 2003년 두 차례에 걸쳐 쓰레기 수수료 종량제 시행지침을 내려 보낸 바 있다. 대행업체 위탁비용은 실제 수집운반 처리량을 기준으로 지급하라고까지 지시했다. 그러나 안양시는 아직까지도 환경부 지침을 무시하고 인구 숫자를 기준으로 대행료를 계산해 업체에 지급하고 있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도 모자라 2004년 12월 말, 안양시 폐기물 관리조례를 개정해 청소대행계약에 명시하도록 되어 있던 환경미화원의 임금과 퇴직금에 관한 사항을 삭제해 버렸다. 청소업체가 미화원의 임금과 처우를 마음대로 할 수 있게끔 도와 준 셈이 돼버렸다.

충청남도와 포천시, 그리고 의정부시 환경미화원들이 행정자치부 기준으로 임금을 받고 있는데 왜 안양시에서만 안 되는가?

이준휘씨
이준휘씨 ⓒ 이동환
농성천막에서 만난 경기도 노동조합 안양 분회장 이준휘씨는 기자를 보자마자 분통부터 터뜨렸다.

“우리가 농성하는 이 장소가 어떤 뎁니까? 안양시청과 오 분 거리도 안 되는, 그야말로 전 시민이 몰려드는 범계역 1번가 아닙니까? 그들이 정말 구린 데가 없다면 벌써 두 달이 넘도록 농성하는데 이 천막, 왜 그냥 놔둡니까? 건물 옥상 같은데 작든 크든 불법건조물을 세우면 닦달을 하고 벌금 때리기도 모자라 직접 철거하느라 난리 치는 사람들이요.”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큰 줄기로 묶을 때 딱 두 가지다.

1. 부정부패, 예산낭비, 미화원 착취하는 청소대행제 폐지하고 안양시가 직영할 것.
2. 행정자치부 기준으로 환경미화원 임금을 지급할 것.


실제로 한 업체당 보통 14명 정도의 미화원이 근무하는데 관리직만 네다섯 명씩 된다. 안양시가 직접 청소를 하면 매년 40여억 원 이상 절약이 가능하다. 11개 업체의 관리직 임금, 사무실유지비, 일반관리비, 순수이윤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안양시 처지에서는 예산을 줄이면서도 미화원들의 처우개선을 해줄 수 있고, 종량제봉투 값을 내려 시민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편 청소업체를 운영하는 원진개발 박흥식 사장은 이들의 농성에 대해 "그들이 주장하는 직영 문제에 대해서는 하도급 업자로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 당국에서 판단할 일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사회 전반의 시스템이 점차 민간경영, 또는 민간위탁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추세로 가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대화로 될 일 같으면 얼마든지 나서겠다. 그러나 이렇게 천막농성하며 우리 사업주를 투쟁 대상으로만 여기는 데는 미칠 지경이다"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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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커서 '얼큰샘'으로 통하는 이동환은 논술강사로, 현재 안양시 평촌 <씨알논술학당> 대표강사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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