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역사 학자는 농담처럼 말했다. 내가 지금 이렇게 살아 있을 수 있는 것은 덜 용감했기 때문이라고. 그의 농담에 씁쓸히 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나는 어린 시절 무엇에 용기를 내기 이전에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 나오는 21명의 인물은 나이는 어리지만 각자 자신이 처한 현실이 어떠한지를 명확히 판단해 냈다. 그 현실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도 알았다. 용기를 내어 행동에 옮겼으며 마침내 뜻을 이루었다.
이크발 마시흐는 1982년 파키스탄에서 태어났다. 그는 아버지가 진 빚 때문에 4살 때부터 새벽 4시에 일어나 공장으로 일하러 갔다. 그 후 5년 간 일을 했지만 이크발의 빚은 20배로 늘어나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크발은 주인에게 아무리 가혹한 처우를 받아도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지 않았다. '노예노동 해방전선'에 가입하면서 자신이 불법 노예 노동을 강요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크발은 같은 처지의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 노력했다.
1년 뒤 카펫 공장에서 일해야 했던 이크발은 자유의 몸이 되었다. '노예노동 해방전선'은 3만 명 이상의 어른과 어린이를 강제 노동에서 해방시켰다. 이크발은 계속해서 어린이 인권보호를 위한 캠페인에 참여했으며 전 세계 수 백 만 명의 어린이가 공장 주인의 착취에서 벗어났다.
알렉산드라 스콧은 갓난아기 때부터 허약했다. 첫 생일이 지났을 때 '신경세포 종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알렉스는 자신의 병이 치료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의사선생님들이 치료 방법을 찾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겨우 4살 밖에 되지 않은 알렉스는 레모네이드를 팔아, 소아암 환자들을 돕기 시작했다.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동참하여 '레모네이드 판매대 캠페인'으로 확대되었다. 안타깝게도 알렉스는 하늘나라로 갔지만 암과 싸우는 수 천 명의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세상을 위해 싸우는 아이들
루이 부라이는 시각장애인이었다. 그래서 그는 시각 장애인에게 어떤 글자 표기가 필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었다. 결핵에 걸려 죽은 그 날까지 점자법을 완성시키는 일에 온 힘을 다했다.
안 촌 폰드는 열세 살의 크메르루주 소년병이었다. 베트남 전쟁으로 인접해 있던 캄보디아까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북베트남의 지지를 받아 폴 포트가 이끄는 크메르루주 군대가 정부를 장악했다. 이 과정에서 부모와 형제를 잃고 안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소년 병으로 끌려 다녔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안은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하게 되었다. 16살이 되는 해에 캄보디아에서 겪었던 일을 증언하면서 전쟁에서 고통 받는 어린이들의 실상을 고발하였다. '전쟁의 어린이'란 단체를 만들어 분쟁지역에서 겪는 어린이 희생자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었다.
메리 베스 팅커는 학교 내 표현의 권리를 주장해 대법원까지 가게되었다. 그녀는 결국 '학생이나 교사의 표현할 권리를 학교가 막아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얻어 냈다.
아셀 아슬레는 갈릴리(팔레스타인의 북부 지방)의 아라베라는 아랍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는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평범한 소년이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대립이 시작되고 아셀은 자신이 사는 마을에서 매일매일 폭력과 증오가 일어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그러던 중 '평화의 씨앗'이라는 모임을 알게 되었다. 이곳에서 서로 대립하고 있는 나라의 젊은이들이 모여, 이제껏 증오해 왔던 사람들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였다. 그는 '중동 청소년 정상 회의'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청소년을 한자리에 모아 '빌라르 헌장'을 마련한다. 이들은 평화를 위해 일하는 10대들이 서로 연락을 취하는 온라인 채팅방 '씨앗망'을 통해 글을 써서 <올리브 가지>라는 잡지에 기고했다. 아셀은 이스라엘의 점령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잔인한 폭동으로는 팔레스타인의 영토를 찾고 독립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
에이즈 환자였던 라이언 화이트는 에이즈에 걸린 어린이의 권리보호를 위하여 자신 짧은 인생을 바쳤다.
레오노라 시로카는 발칸 반도에 평화를 전하는 투사다.
메이얼리 산체스는 40년간 내전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콜롬비아에서 1만 명 이상의 어린이 활동가와 함께 평화 운동을 이끌고 있다.
코조 지세누는 아프리카 토고 인권 운동가다. 코조는 신문을 통해 '긴급 경보망'을 만들어, 어린이 학대, 어린이 노예 밀매, 실종된 어린이에 대한 정보를 얻어 그들을 보호하려는 시스템을 구축해 가고 있다.
이 책에서는 많은 어린이들이 자신이 처한 현실과 더불어 이웃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었다. 이 주인공들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에서 사회문제로 나아갔건, 처음부터 의식적으로 사회문제로 들어섰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아직 나이 어린 순결한 영혼이 자신과 사회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며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을 바꾼 용기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 아이들이 처한 환경이 어떠하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알려주고 사회참여 의식을 심어주고 있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키려고 애쓰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길러 주기기 위해서다. 가정과 학교에서 자신의 의사표현을 잘 못한다면 성장해서도 자신이 소속한 사회를 올바로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을 지키기도 어려울 것이다. 아이들이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자신의 인권을 지키길 바란다.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이 자신처럼 살아갈 거라는 생각을 버렸으면 한다. 전쟁이 있는 곳에도 자신과 같은 어린아이들이 있으며 난치병으로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자신과 이웃에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려고 투쟁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하여 어린이들도 사회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살아가는 것을 배워나가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도서제목: 세상을 바꾼 용기 있는 아이들
저자 : 제인 베덜
출판사 : 꼬마이실
이 책에는 세상을 바꾼 용기 있는 아이들 21명이 사는 나라가 각장마다 지도로 표기 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배경지식과 사전도 담겨있습니다.
리더스 가이드와 알라딘에 올립니다.